지역신문도 어렵지만, 지역서점도 명재경각(命在頃刻)의 처지에 빠져 있습니다. 숨통이 오늘 끊어질지 내일 끊어질지 모르는 그런 상태입니다. 지역신문은 조·중·동의 불법 경품에 시달리고, 지역서점은 서울에 본사가 있는 대형서점들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한 술 더 뜨고 있습니다. 신문의 불법 경품을 규제하는 신문고시와 도서의 불법 경품을 규제하는 경품고시 해당 조항을 없애려고 나선 것입니다.

지금 국회에 걸려 있는 한나라당의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제10조 2항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하는 무가지와 무상 경품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가 삭제돼 있습니다.

이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를 통해 △경품이 1년 구독료의 20%를 넘으면 불법으로 규정하고 △신고하는 사람에게 10배가량 포상금을 주는 '신문고시'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본사 대형서점의 경품·할인공세에 초토화

이 조항이 없어진다는 것은 조·중·동의 무차별 경품 살포를 통한 독자 매수가 합법화된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그이들의 여론 왜곡과 여론 독점 또한 걷잡을 수 없게 되며, 안 그래도 자본이 달리는 지역신문은 더욱 참담한 지경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되겠지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역서점도 목조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약자와 다양성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고 강자가 더욱 강해지게 하는 데만 관심이 있습니다. 정부는 5월 27일 규제개혁위원회·관계 장관 합동회의에서 '경품고시' 개정을 통해 "정가의 10%를 초과하는 경품 제공 금지"를 7월부터 폐지하기로 했었습니다.

이에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이 반대하며 본격 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자, 출판물에 대해서는 내년 6월까지 시행을 연기한다고 6월 30일 밝혔습니다. '10% 초과 경품 금지'를 한 해 더 유지한다는 얘기입니다. 딱 조삼모사(朝三暮四) 수준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미 출판시장은 할인과 경품이 많아서 어렵다고 합니다. 현행 법령에 따르더라도 책값을 10% 할인(출판문화산업진흥법)해 줄 수 있고 여기에 더해 10%까지 경품 제공(경품고시)도 할 수 있답니다. 사실상 중복 할인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서점을 폐업으로 내몬다며 반대하고 있는데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2007년 3월 31일 문을 닫은 마산 문화문고.


이처럼 지역서점 처지는 어렵고 또 어렵습니다. 20년가량 마산을 대표하는 문화공간 구실을 했던 '문화문고'가 2007년 3월 31일 문을 닫은 데서 바로 나타나듯이, 지역서점이 추풍낙엽 신세가 된 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반면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같이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서점은 여러 지역에 마치 빨대처럼 지점을 꽂아 두고 독자를 빨아들입니다.

게다가 교보문고는 5월 26일부터 '바로 드림'이라는 제도를 실행해 주문은 온라인으로 10% 싸게 하고, 책을 받기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태까지는 온라인 서점에서만 10% 할인해 줬는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할인 경쟁에 들어간 셈입니다.

동네 구멍가게까지 재벌 유통점이 싹쓸이

교보문고가 시작했으니 영풍문고나 반디앤루니스 같은 서울 대형 서점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갈 것입니다. 이처럼 정가의 20%에 해당하는 경품·할인이 주어질 수 있는 현실에다, 내년에 10%를 초과해도 되도록 바뀌는 경품고시가 겹쳐지면 그럴 여력이 없는 지역서점들은 무덤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신문이든 서점이든 그것이 지역에 터잡고 있다는 까닭만으로 생존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역신문과 지역서점의 현실태가 100%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분명합니다. 그러나 일반 경험에 비춰볼 때 독점은 획일화를 부르게 마련이고 그것이 결국은 해악이 돼서 돌아옵니다.

그런 해악의 보기는 대형 유통점과 편의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유통점과 편의점 탓에 이미 지역의 전통시장과 동네 구멍가게는 아주 많이 죽고 말았습니다. 사라진 구멍가게의 주인들과 사라진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이미 많이 사라졌지만, 그나마 남은 지역 서점들은 우리 지역신문과 더불어 그대로 살아 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신문고시 폐지 반대와 함께, 정부의 경품고시 10% 초과 금지 규정 삭제 방침 반대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한 지역신문 종사자의, 지역서점에 대한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랍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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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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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dobongn.tistory.com 이창림 2009.07.10 1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역 신문과 서점을 동시에 살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겠습니다. 서울에 있는 은평시민신문에서는 시민기자들이 기사를 올리면 그 동네 서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도서상품권을 주던데, 좋은 시도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지구벌레 2009.07.10 1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MB정부의 마수가 뻗치치 않은 곳이 없군요...
    안그래도 동네상권을 SSM등이 잡아먹고 있어서 문제인데...서점까지 이모양이니...
    큰일이네요.

  3. Favicon of http://hunam.tistory.com/ 이정훈 2009.07.10 1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중.동의 뿌리가 얼마 깊게 박혀있는지 실감합니다. 개인적으로 잘 다니는 식당, 술집, 체육관, 상점등등에 갈때마다 어떤신문을 보는지 여쭙고나서 조중도 해제작업에 돌입합니다만, 휴~많은 분들이 아무생각없이 무가지에 현혹되어 보고계시더군요. 간간이 조중동 해지하겠다는분들이 계시고, 다음에 가보면 한겨레나 경향으로 바꿔놓은 상점들도 있어 힘이납니다....한나라당의 신문법개정 어떻게 막아야 할까요? 고민해야할 지점입니다..

  4.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 실비단안개 2009.07.10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편치않군요.

    (신문은 두고)
    제가 사는 곳에는 서점이 없습니다. 도서관도 용원이나 시내에 나가야 있습니다.
    두 곳 모두 공영버스 포함 왕복 4 번의 버스를 타야 합니다. 시간적으로도 왕복 1시간 30분 이상 걸리지요.

    그러다보니 아이들이나 저 모두 인터넷 서점을 이용합니다.
    인터넷 서점의 할인이 없다고 하더라도 저희 같은 처지라면
    아마 대부분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리라 생각합니다.

    흠, 고민이군요...

  5. 삼형제엄마 2009.07.10 15: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시장앞의.. 그나마 근처에서 유일했던 큰 서점이었죠..
    그저 갈수록 살기만 어렵단 말밖엔..
    담번엔 누구의 숨통을 조일지..겁나네요

    • Favicon of http://2kim.idomin.com 김훤주 2009.07.10 15: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문화문고, 아쉽습니다. 거기 가면 경남에서 나오는 이런저런 책들도 볼 수 있었지요.
      지금 마산 대우백화점에 있는 영풍문고도 그리 지역 도서들을 한 군데 모아 놓기는 하는 것 같은데, 서울에 본사 있는 책방이라 좀 찜찜...

  6. Favicon of http://geniefromthebottle.tistory.com 지니 2009.07.10 16: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통사가 제조사보다도 큰 파워를 가지게 된것은 벌써 꽤 된것 같아요. 전세계에 있는 월마트는 물건 하나 만들지 않지만 가장 크고도 무서운 파워를 가지고 제조사들을 입맛대로 부리고, 지역 소상인들을 최저임금의 노동자로 만들어버리고 있지요. 뭐 다 아시는 이야기겠지만... 경제 효율성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일들... 그저 지역신문과 지역소매책방에만 국한된게 아니라는 말이죠... 에휴..

    • Favicon of http://2kim.idomin.com 김훤주 2009.07.12 12: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옳으신 말씀. 그렇다면 지역 소상인들이 스스로를 조직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 이게 사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니까.......

  7. 절대긍정 2009.07.10 17: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변화를 읽지 못하고 전통적인 유통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들은 빨리 다른길을 모색해야 한다.인터넷으로 사면 훨씬 편리하고 싼데 누가 기존의 방식으로 살려고 하겠는가 ?
    이것이 정보 혁명이다.

    선진국의 간길을 보고 빨리 변화 해야 한다.
    상가형 점포는 모두 다른 살길을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거대한 물결을 누가 막으리요
    편견을 버리고 책을 읽고 다른 네트워크 마켓팅으로 전환 하시길 권합니다.

    참고로 부의 미래에 나오는 프로슈밍을 보면 부가 보입니다.

    • Favicon of http://2kim.idomin.com 김훤주 2009.07.12 12: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 식으로 변화 노력을 해야 하는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경품 제한을 풀어버리는 정책이 잘하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경제"의 원래 뜻이, '돈 벌이'가 아니라 '경세제민(經世濟民)'임을 한 번 되새기면 지금 정부가 해야 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는 바로 답이 나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