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전라도 광주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이 태어난지 넉 달 된 딸을 안고 투신자살했다는 소식이 올라 왔습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뉴시스>는 제목에서 '모녀 동반 투신 자살'이라 했고 <연합뉴스> 또한 제목에서 '여성·여아 투신 자살'이라 표현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틀렸습니다. 어머니는 투신 자살을 했을 수는 있지만 돌도 안 된 이 아이는 몸을 던지는 투신도 할 수 없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도 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동반'(同伴)은 전혀 가당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함께 함'이 동반이고 이런 동반은 대등한 관계를 전제로 하는데 어머니가 넉 달 된 딸에게 '얘야, 나랑 같이 죽을래?' 묻고 또 '그럴게요.' 대답을 받아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살인 행위입니다. 어머니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힘들었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에까지 나아갔겠지만, 그래도 살인은 살인입니다.

자기가 낳은 딸을 자기와 동일시하고 소유물로 보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자기가 낳았다 해도 딸은 자기와는 별개로 독립된 생명체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딸이 목숨을 잃으며 겪는 엄청난 고통은 별로 생각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번과는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가정 폭력도, 가장-남편이 아내를 비롯한 다른 식구들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자기에게 종속된 존재로 여기거나 아니면 자기가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소유물로 간주하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나아가 제가 생각할 때는 보도 매체가 이렇게 '함께'(연합뉴스. 기사에 나옵니다.) '투신 자살'을 했다거나 '동반 투신 자살'(뉴시스)을 했다고 하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식을 어머니나 아버지의 소유물이나 종속된 존재로 여기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부추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좀더 정확하게 하자면 "어머니가 딸을 안고 투신 자살해 딸까지 숨지게 만들었다."가 바람직하겠다고 여깁니다. 저는 이리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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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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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확히 말하면 2009.07.29 2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0대 여자가 대갈이가 어떻게 됬는지 자살과 동시에 지 아이 살해정도가 되겠네...

  2. TV속 세상 2009.07.29 20: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론들이 점점 이상해 지고 있습니다.
    머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부터 심각해 졌다고 하죠.
    모든 것을 정부에게 유리하게 하고 있습니다.
    사망보다는 동반 자살이 그래도 이미지가 덜 깍일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사망하셨는지는 몰르겠지만, 유명 언론사들이 저러면 안되죠.

    글 잘읽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 김훤주 2009.07.30 1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어쨌거나, 이명박 선수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입지요. 관련을 지으시려면 자본주의 진전이랑 하면 좀 더 어울릴 것 같기는 한데........

  3. 보라매 2009.07.29 21: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이 백번 맞습니다.
    ...

    그리고 이건 이명박하곤 상관이 없는데... ^^

  4. exedra 2009.07.29 21: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대체 기자는 어떤 기준으로 뽑나요? 갈수록 이건 뭐 그냥 일반 회사원 수준 밖에 안되는 듯해서...
    그냥 회사원으로 생각하면 되는건가요?

  5. 한창진 2009.07.29 2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군요.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도 아무런 생각이 없이 그것도 통신사가 그렇게 써서 다른 언론사까지도 그런 식의 보도를 하게 만든 것 지적을 잘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무의식 속에서 나도 모르게 자식을 소유물로 착각해서 함부로 대하거나 사교육에 파김치가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공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 아이들을 인격체로 대하는 것 등이 필요합니다.

    • 김훤주 2009.07.30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공교육까지씩이나. ^.^ 어쨌든 아이와 자기 사이 관계를 주-종으로 여기는 관점은 하루라도 일찍 버릴수록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부터도.

  6. 저... 2009.07.30 07: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그 젊은 엄마가 아기를 안고 뛰어 내린 심정이랄까...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십년전 IMF때 부도와 여러가지 악재가 겹쳐
    정말 죽고 싶은게 이런거구나..하는 생각을 밤마다 하게 되는데,
    도저히 아이들을 두고 죽을 수가 없더라구요.
    처음으로 그때 아이들과 함께 죽는 부모들의 심정을 조금 이해했고나 할까요.
    부모도 없는 아이들의 삶이라는게 ..너무 눈에 보여서..
    그게 죽음보다 더 공포스럽더라구요.
    그 아기엄마와 아기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

    • 김훤주 2009.07.30 1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습니다. 죽은 아이와 어머니를 이제 돌이킬 수는 없지만, 아이 생각해서라도 살아야지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이 아무 까닭 없이 생기지는 않았을 텝니다.

  7. 실비단안개 2009.07.30 08: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어린아기가 자살이라니 -
    김훤주 기자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8. 전자양 2009.08.21 16: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살인자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