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6일 경남지역에 폭우가 휩쓸고 간 지 5일이 지난 21일 화요일자 <경남도민일보> 1면에 '폭우가 떠내려간 생태하천'이라는 명패를 단 기획기사가 실렸다. "인공시설물이 피해 키웠다"는 헤드라인을 달고 있는 이 기사는 다음날까지 상·하 2회에 걸쳐 연재됐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23일 <경남신문> 1면에도 비슷한 기획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에는 '수마 할퀸 창원 생태하천 치수비중 줄여 화 불렀다'는 제목이 달렸다.

이처럼 각 지역신문이 잇따라 창원 생태하천 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자 시행청인 창원시는 환경단체에 '민·관합동조사단'을 만들어 함께 문제점을 조사하자고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작 창원 생태하천의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지역신문'이 아니었다. 그보다 먼저, 아니 7월 16일 폭우보다 훨씬 앞선 7월 9일 '천부인권'이라는 필명을 쓰는 한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미 그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었던 것이다.

7월 21일자 경남도민일보 1면에 실린 창원 생태하천 공사의 문제점 기획기사.


이 블로그는 '190㎖ 빗물에 무너진 창원시 생태하천'이라는 글에서 10장에 이르는 생생한 현장사진과 함께 "흐르는 물길이 인간의 생각대로 요리조리 갈 것이라고 믿었던 그 자체가 어리석음이요 교만이었음을 190㎖ 빗물이 증명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 글은 메타블로그 '블로거's경남' 에서만 640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의제설정을 주도했다.

그의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와 <경남신문>이 기획기사를 통해 제기한 것보다 적어도 열흘 이상이 빨랐던 것이다.

뿐만이 아니었다. 7월 13일 마창진푸르미라는 블로그에 올라온 '생태하천 복원의 현주소' 라는 글과 폭우가 휩쓴 바로 다음날인 17일 같은 블로그에 올라온 '전혀 쓸모없는 창원시 생태하천,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는 글도 지역신문의 보도보다 나흘이나 빨랐다.

신문보다 훨씬 앞서 창원 생태하천 공사의 문제점을 제기한 천부인권 님의 블로그.


이처럼 블로그가 지역의 이슈나 의제를 신문·방송보다 더 빨리 선점하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마산시가 (주)부영으로부터 옛 한국은행 터를 매입하려던 일도 그랬다. (주)부영이 84억에 매입했던 땅을 마산시가 140억 원에 되사려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는 것이다. <경남도민일보> 등 지역신문에 이 특혜논란이 기사화된 것은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위원장 김재현 경남대 교수)가 마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15일 이후였다.


그러나 이 특혜논란은 '100억 원대 추정치'가 <경남도민일보>에 보도됐던 지난 4월 7일, 이윤기 씨가 자신의 블로그'한국은행 터 100억 원, 터무니 없는 가격추정' 이라는 글을 올려 최초로 이슈화했다.

지난 3일 <경남도민일보> 1면 '월요기획'으로 나간 '또다른 체벌 '그린마일리지''도 마찬가지였다. 이 문제는 학부모이자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한 주부 블로거가 신문 보도보다 앞선 7월 26일 '그린마일리지 포인트를 아십니까?' 라는 글을 통해 적나라하게 제기했던 문제였다. '달그리메'라는 필명을 쓰는 이 블로거는 그린마일리지 제도의 모순과 허점을 신랄하게 지적한 후, '교사들이 체벌보다 더 손쉽게 아이들을 통제하려는 제도'라고 규정했다.

이밖에 금속노조 경남지부 문상환 교육선전부장은 S&T중공업의 노조간부 집단해고 소식을 기존 언론보다 빨리 블로그에 올려 8500여 명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마산시 공무원 임종만 씨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기존 언론이 보도하지 않고 있는 공무원노조 통합추진 상황을 올리는 등 대안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

1인미디어로 불리는 블로그의 진화가 그동안 신문의 독점적 영역으로 불렸던 '의제 설정력'까지 빼앗아가는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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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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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과 2009.08.06 10: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충청투데이]특강때 강의를 잘 해주셔서 제가 요즘 글쓰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충청투데이 종이신문에도 제글이 두번이 게재됐고 ..충청도로 이사와서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모임에 가게되서 즐겁습니다.
    노출을 싫어하는 제가 모임에 가고싶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2. 실비단안개 2009.08.06 1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의제설정력을 빼앗긴다기보다,
    블로그가 자극제가 되어 함께 발전하는게 건설적이겠지요.

  3. 터사랑1 2009.08.06 15: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과분한 칭찬이신듯.

    이번 쌍용차에서 보듯 노동조합과 노사관계는 '현상'만으로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몇 년 동안 노동조합을 '사회의 적' 정도로 보도해 왔고, 그 반대급부로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강합니다.
    그리고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때문에 블로그를 합니다. 그런데 쉽지는 않습니다.

    제가 바램이 있다면 현장에서 직접 취재를 하시는 기자분들도 현상보다는 본질과 과정에 대한 접근을 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초등학교에서 대학을 마칠때까지 '노동조합'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노사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극복해가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상당수의 조합원들은 일반 언론을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s&t중공업의 경우에도 7월 중순경에 노동부앞에서 집회를 했는데, 다음날 신문에는 노동조합의 집회기사는 없고, 회사에서 매출이 늘었다는 보도자료에 따른 기사만 실렸습니다. 편집상의 문제일수도, 다른 문제일수도 있지만 이런 사소한 과정이 서로를 점점 멀게 느껴지도록 하지는 않는지...

    외국의 경우 노사관계만 다루는 '노동법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를 이해하기에 우리 사회가 너무 각박한 것인지..

    쌍용차 공권력 투입을 둘러싼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제가 많이 흥분했나 봅니다. 죄송하구요.
    그리고 지금 문자가 왔는데, 쌍용차 노사간 (잠정)합의를 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976명의 대상자 중 48%는 1년간 무급휴직, 52%는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했나 봅니다. 보고대회를 마쳤고, 농성장 주변 정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상 점거농성은 오늘 저녁을 끝으로 마무리가 되겠네요.

    • 김주완 2009.08.06 16: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적하신 그런 한계가 기자들에게 분명 있습니다. 저도 안타까워 하는 부분입니다. 지금의 쌍용도 안타깝고, 별다른 저항도 못해본 비정규직들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네요.
      참 남의 일이 아닙니다.

  4. 2009.08.06 15: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キャバクラ求人アルバイトbsl 2010.03.25 1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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