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를 가족과 함께 봤다. 썩 대단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볼만한 영화였다. 특히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트급 '재난영화'라는 점, 여기서 설정된 메가쓰나미가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는 점에서 그렇다.(참고 : 과학자가 본 영화 해운대와 쓰나미)

관객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CG 수준을 요구하는 지는 몰라도, 일부러 흠을 잡기위해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거대한 파도가 몰려와 광안대교와 마천루를 덮치는 CG 씬도 손색이 없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가 좀 있습니다.)

스토리도 뭐 그런대로 무난했다. 함께 영화를 봤던 아들녀석은 일본의 재난영화 '일본침몰'보다 훨씬 스토리도 좋았다고 했다.(참고 : 영화 해운대와 일본침몰의 차이는?)

다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듯한 몇몇 장면들이 좀 거슬렸다. 예를 들어 해양구조대원인 형식(이민기 분)이 헬기를 타고 먼바다까지 나가 자신을 좋아하던 희미(강예원 분)와 놈팽이 남자(누군지 모르겠다)를 구하는 데 지루할 정도의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그랬다. (정말 너무 길었다.)

일부러 흠을 잡으려는 게 아니라면 CG도 괜찮았다.


그 순간 해운대에는 엄청난 파도가 덮쳐 수천, 아니 수만 명의 사람들이 아비규환의 상황에 처해있는데, 구조대 헬기가 먼바다의 요트 승선자 두 명을 구하기 위해 '쌩쇼'를 하고 있는 꼴이라니….

게다가 영화 속에서 대표적인 '나쁜 놈'으로 나오는 그 놈을 구하기 위해 자신(형식)을 지탱하고 있던 헬기와의 연결끈을 칼로 자르고 바다에 빠지면서 웃음을 짓고 손을 흔드는 꼴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억지 감동을 강요하는 '신파'로 보였다.

하지만 뭐, 그것도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는 것이므로 결정적인 흠결이라 말하긴 어렵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영화라고 해도 좋겠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와 함께 봤던 아내와 아들녀석에게 "어떤 부분에서 울었냐"고 물어봤다. 우선 아내는 놀랍게도 내가 거슬렸던 바로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형식이가 희미를 구하고, 그 나쁜놈도 구하려다 결국 자신과 그 나쁜놈 중 둘 중 한 명만 구조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끈을 자르고 바다에 빠지는 장면, 파도에 휩쓸리면서 헬기 위에서 안타까워하고 있는 희미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장면에서 울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장면이 가장 '신파' 같았다. 그런데 아내는 이 장면에서 감동을 받았다.


아들녀석은 마지막 장면 백수 오동춘(김인권 분)이 용감한 시민상을 받고 그 상장과 함께 어머니 영정을 옆에 두고 소주를 마시면서 꺼이꺼이 우는 장면에서 자신도 눈물이 나왔다고 한다. "어머니가 그렇게 아들 상장 받는 걸 보고 싶었는데,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상을 받았잖아요."


아마 아들은 그 장면에서 자신과 오동춘을 동일시했을 것이다. 만일 자신이 어머니에게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는데, 그 순간 어머니가 죽고 없다면 얼마나 슬플까 하는 생각에서 눈물이 나왔을 지도 모른다. (요즘 사실 아들녀석은 성적 때문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또 아내는 여성의 입장에서 한 남성이 자신을 위해 초개같이 목숨을 버리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나도 사실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장면이 있었다. 이혼한 부부 김휘(박중훈 분)와 이유진(엄정화 분)의 딸 지민(김유정 분)을 미아보호소에서 만난 김휘 박사가 자신이 아빠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딸에게 줄 김밥을 사고, 뒤늦게 나타난 엄마 유진이 전 남편 김휘를 막 욕하는 장면이었다. 그 욕하는 내용 중에 김휘가 지민의 아빠라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 나오는데, 그 때 다른 남자의 손에 이끌려 미아보호소를 나가고 있던 딸 지민이 뭔가를 알아챈 듯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뒤돌아보는 부분에서 내 눈앞이 흐려졌던 것이다.

내 눈이 뜨거워졌던 것은 이 장면이었다. 딸은 아직 이 남자가 아빠인줄을 모른다.


내가 그 얘기를 했더니 아내는 "숨겨놓은 딸이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맹세코 그런 일은 없지만 이상하게 그 장면에서 울컥했다.


그 후, 우리 회사의 경제부장(그는 여성이다.)에게 들었는데, 김휘와 유진이 딸 지민이를 구조 헬기에 어렵게 태우는 장면에서 눈물이 나왔다고 한다.

이렇듯 같은 영화를 보고도 사람마다 눈물 포인트가 달랐다. 그건 사람마다 처지가 다르고 경험이 다르고, 위치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다른 분들도 제각각 영화 해운대의 눈물 포인트가 달랐을 것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는지 궁금하다.

참,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연기력이 출중했던 배우를 꼽는다면 오동춘 역의 김인권, 설경구의 아들 승연 역의 천보근, 지민 역의 김유정이다. 형식 역의 이민기도 괜찮았다. 솔직히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의 연기는 좀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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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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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V속 세상 2009.08.09 1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얼마 전에 봤는데 볼 만하더라구요.
    행복한 주말보내세요^^

  2. 일상 기록소 2009.08.09 12: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연기에 대한 평은 다들 비슷한거 같네요^^

  3. 무비조이 2009.08.09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재미도에는 8점을 부여했습니다만..
    700만 관객이 넘을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헀는데...
    이제 800만 관객도 넘볼 것 같으니.. 올해 최고 흥행 한국영화는 따 놓은
    당상이란 생각이드네요...
    올 초반기 화제작 마더하고 박쥐가 생각한만큼 관객동원을 못해서
    한국 영화 또 힘드나 했는데...
    예상외의 작품들이 관객몰이하면서 숨통을 튀어주네요...

  4. 2009.08.09 14: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은혜남편 2009.08.09 15: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첫 장면에서 부터 울어서 영화 끝날 때 까지 울었어요..파도가 몰려오는 것 봐도 눈물이 났어요.

    원래 영화보고 잘 울지만..ㅎㅎ

    전 사람들 감전되서 둥둥 떠다니는 것 보다가 몸이 다 찌릿찌릿하더군요..가장 명장면이라고 생각되요

    그리고 김인권씨가 다리폭파시키는거..ㅋㅋ

  6. 은혜남편 2009.08.09 15: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첫 장면에서 부터 울어서 영화 끝날 때 까지 울었어요..파도가 몰려오는 것 봐도 눈물이 났어요.

    원래 영화보고 잘 울지만..ㅎㅎ

    전 사람들 감전되서 둥둥 떠다니는 것 보다가 몸이 다 찌릿찌릿하더군요..가장 명장면이라고 생각되요

    그리고 김인권씨가 다리폭파시키는거..ㅋㅋ

  7. 칭구 2009.08.09 1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났는데,,,
    설경구가 전봇대에서 하지원 손을 놓고 떠내려가는데,
    작은아버지가 다친 팔로 잡아끌어올려줄 때요...

  8. 키마담 2009.08.09 1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딸만 살리기 위해 헬기에 태우는 부분과
    구조대원 마지막모습에서랑
    어머니 영정사진들고 우는 장면 모두 울었는데요.
    저희 엄마도 함께 보셨는데 엄마도 구조대원이 죽는 장면이
    가장 찡하다고 하더라구요.

    확실히 여자들은 사랑하는 남자와 이별하는 부근에서
    가장 슬퍼했던 듯 해요. 근데 저희 엄마가 느낀 포인트는
    그래서라기보다는 살신성인의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역시 같은 장면에서도 또 여러갈래가 있나보네요 ㅋㅋ

  9. 2009.08.09 19: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중훈씨에게 딸이 아빠라고 처음 부르는 순간..

  10. 냐옹이까꿍 2009.08.09 19: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엄정화가 엘리베이터에 갇혀서 지민이랑 통화할때 울었어요
    구두 위로 올라가면서 지민아 사랑해하면서 그 아저씨가 아빠라고 밝혀질때
    엄청 울었다죠..-_-;;;

  11. humor114 2009.08.09 21: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 장면에서 눈물이..

  12. 행인 2009.08.10 0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반적으로 그냥 재난영화쯤으로만 본다면 무난하게 괜찮았던 편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구성에 있어서는 좀 뻔하고 벌로였던것 같습니다.
    그냥 여기저기 사정 좀 보여주고 쓰나미 한번 쓸어주고 정리해주고 뭐 그정도,
    사실 하지원씨 설경구씨 사정 얘기 설명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쓴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불필요한 장면도 많았던것 같고,
    CG는 좋았습니다. 눈에 크게 거슬리는건 없었거든요

    님이 짚어주신 눈물의 포인트를 말하자면,
    전 이미 어머니께 줄거리를 듣고 가서 그런지 몰라도
    김인권씨 어머니나 아이 부모가 가슴아프기는 했지만 눈물까진 안났는데
    이민기씨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막 울었던것 같아요
    누가 누구를 구하고 그런것 때문이라기 보다는
    내게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아무리 구급대원이라도 내 생명줄을 잘라내는 선택을 할수 있을까,
    가슴도 아프고 안타깝고 그렇더라구요
    약간 억지스러웠던것 같기도 하고,
    눈물나라고 일부러 짚어 넣은 장면같다고나 할까요,

    연기면에서는 하지원씨 연기 못한다고 막 그러던데
    전 부산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몰라도
    부산 사투리는 괜찮았습니다
    되려 박중훈씨 연기가 교과서 읽는 것 같아서 거슬렸구요
    설경구씨도 약간 오버한것 같기도 하고
    캐릭터가 그럴수도 있겠지만,
    암튼 좀 과대포장된 면도 있는것 같아요

  13. 김동욱 2009.08.13 13: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경구다 설경우는 누구냐

  14. sungjoon0303 2009.09.01 16: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지원 연기 좋고 너무 이뻐 완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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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나도 울컥 2009.09.01 2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래 영화보면서 잘 안우는 타입인데 부부가 아이 헬기에 태울때 받아준 할머니가 그 김밥파는 할머니였던 걸 보고 갑자기 울컥했음,, 구조대원장면은 슬프기보다 화가 나서;;ㅋㅋ 왜 저딴 쓰레기를 구하냐;;?등등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