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신문법 통과 이후 지역신문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면 지역 신문시장 장악을 노리는 서울지역 일간지들에게 '돈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특히 이런 고민조차 않고 있는 지역신문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란 현실이 이 글을 쓰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나라당의 언론악법 날치기 파동 이후, 신문-방송 겸영 허용이 방송시장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선 보도가 넘쳐나지만, 정작 지역신문의 운명에 대해선 당사자인 지역신문조차 제대로 다루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역신문 기자들도 '종합편성PP'니 '민영미디어렙'이니 하는 온갖 어려운 용어들을 입에 올리면서도 정작 자기가 속한 신문사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른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신문법에서 일간신문의 복수 소유를 무제한 허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 서울지(소위 '중앙지')들이 지역신문을 마음대로 인수·합병하거나 별도로 창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구독자 수만 봐도 서울지들이 지역신문시장을 70% 이상 장악하고 있는데, 굳이 지역신문을 인수(또는 창간)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하긴 그렇다.

서울지들이 진짜로 노리는 것은 지역광고시장이다. 어차피 그들은 지역공동체나 언론의 역할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서울지들이 지역에서 노리는 건 독자가 아니다. 어차피 구독료 수입은 돈이 안 된다. 따라서 만일 서울지가 별도 지역신문을 창간한다면 그건 무료신문으로 하여 기존 본지에 끼워팔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지들이 진짜 노리는 건 지역의 '광고시장'이다.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당기는 서울 중심구조 속에서도 그나마 남아 있던 게 지방자치단체의 공고와 축제·행사 광고, 그리고 향토기업의 광고였다. 그런 광고가 서울로 가지 못했던 것은 광고단가의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이 낸 세금으로 차마 서울지에 광고를 낼 순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비록 무늬만 지역신문이라 하더라도 '경남조선일보' '경남중앙일보' '경남한국일보' '경남문화일보'라는 이름을 달고, 명목상 지역 독립법인 형태를 갖추면 사정이 달라진다. 표로 먹고 사는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들로선 '지역'의 껍데기를 쓰고 전국적인 영향력까지 앞세운 그들 신문에 광고를 주지 않을 까닭이 없다.

지금도 모든 지역신문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과연 수지타산이 맞겠느냐고? 그런 신문은 무조건 흑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비결은 바로 '인력'과 '인건비'에 있다.

<부산일보> 같은 큰 신문은 예외로 하고, 대체로 전국의 지역신문은 100~150명의 인력으로 하루 20면 정도를 발행하고 있다. 그런데, 20~30명만으로 20면을 제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내가 속한 <경남도민일보>도 당장 매출의 절반을 순이익으로 낼 수 있다. 게다가 모기업과는 별도 법인이므로 인건비도 현지 수준에 맞출 수 있다.

중앙일보 천안 아산판. 지역의 상업광고에는 이미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그런 신문은 20면 중 1면부터 5~6면 정도만 로컬기사로 채우고, 나머지 지면은 전국공통의 본지 기사로 메꿀 것이다. 이미 약간 다른 방식으로 지역에 진출한 <인천경향신문>이나 <중앙일보 천안·아산>의 인력도 10여 명이 조금 넘는 정도다. 심지어 <내일신문> 지역판의 경우, 1~2명의 상근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당연히 그 지면은 생활정보지 수준이다.

이런 인력으로 제대로 된 지역언론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건 무리다. 그런 신문의 지면에선 지역밀착보도나 지방권력 감시가 사라지고, 도지사나 시장·군수, 행정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이나 홍보가 난무할 것이다. 오히려 그러면 자치단체 광고를 따내기도 더 쉽다.

지역과 매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경남의 경우 한 지역신문사가 20개 시·군 광고로 올릴 수 있는 매출은 연간 20억~40억 원 정도 된다. 20명 정도의 인력으로 그 광고수익만 잡아도 돈벌이는 충분하다.

결국 지역의 신문시장도 이미 대형마트나 대기업의 편의점이 장악해버린 유통시장처럼 서울에 본사를 둔 '지점'이 장악하게 될 것이고, 지역민이 낸 세금이 그들 신문의 광고료로 지불돼 소수 인력의 인건비를 뺀 나머지 이익금은 모두 서울 본사로 납입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이 '지역을 죽이는 법'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PD저널에 실었던 글인데, 약간 가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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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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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재현 2009.08.15 16: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큰 일이군요. 인천경향신문 창간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런 문제가 숨어 있었네요. 적절한 이 문제제기가 언론계에 잘 알려져야 할 것 같습니다.

  2. A2 2009.08.16 0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방의 경제가 점점 나빠질때마다 행정수도 이전이 이루어졌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3. wheelbug 2009.08.21 09: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국일보는 10여년 전부터 일부 지역판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확인필요). 방송법에 휩쓸려 정작 중요한 신문법의 독소조항이 논의의 장에서 비껴나 있습니다. 중앙지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사정은 다음에 뵈면 얘기하기로 하구요. 최근 오픈한 다음 아고라의 <네티즌과의 대화> 에 등록을 해서 이슈화해 봄이 어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