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공부는 자기 발 밑을 살피는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필요하고 또 쉬운 일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저마다 욕망을 좇아 고개를 높이 쳐들고 앞만 보고 살기 때문에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이 된 것 같습니다.

지난 번 말씀드린 바대로 김해시가 지난해부터 이처럼 사람 발 밑을 밝히는 공부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관련 글 : 우리나라에도 인문학을 하는 도시가 있습니다 http://2kim.idomin.com/1110)

김해 인문학 읽기의 주체들에게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인문학을 하는 보람과 느낌, 앞으로 어떻게 펼쳐나가 보겠다는 그림의 일단이 여기에 있습니다.


김해시가 주관하는 인문학 읽기로는 '2009 CEO 독서 아카데미'가 있습니다. '2009 시민 인문학 강좌'는 인제대학교 인문학부가 맡아 하고 김해기업연구소는 '김해기업 CEO 독서 조찬 포럼'을 주관합니다.


지난해 '1318 북클래식'을 진행했던 학교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 김해 모임의 청소년 책읽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모두가 김해시의 지원을 크든작든 받고 있습니다.

1. "반응 뜨거워 나도 몰래 '오버'"

이영식 인제대 역사고고학 교수는 '2009 시민 인문학 강좌'에서 7월 16·23·30일 세 차례 연속 강의(화정글샘도서관)를 했습니다. 주제는 '이야기로 떠나는 가야 역사 기행'. 이 교수가 올해 3월 펴낸 책의 제목이기도 하답니다.
 

이영식 교수 강의 장면.


"예상 밖으로 많이들 오셨어요. 준비한 좌석이 모자랄 정도였지요. 부부가 함께 오고 자녀를 데리고 같이 온 경우도 눈에 띄었습니다. 듣는 태도도 아주 진지했고요 아이들까지 이상하게 떠들지 않았답니다. 학교서 학생 상대로도도 강의를 열심히 하지만 인문학 강좌는 더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듣는 태도가 진지하고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마주하다 보니 흥분도 하고 준비한 내용보다 더 많이 얘기하게 됐지요.

학교에서 4년째 하고 있는 '박물관대학'이 있는데, 거기 수강생이 여기 들으러 와서는 항의를 하더라고요. '여기서는 이리 열심히 하시면서 박물관대학에서는 대충 하시는 것 같다'고……. 하하. 그래서 이렇게 얘기했어요. '강의는 반응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라고'. 수강하시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그런지 너무 관심있게 들으니까 시간도 내용도 '오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2. "생생하게 전달되는 현장감"

김선옥씨는 평소 자주 들르던 칠암도서관에서 리플렛을 보고 이영식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갔다고 했습니다. 평소 가야사를 비롯한 역사 전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세 차례 모두 열심히 들었답니다.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던 가야 역사를 편하게 이해하기 쉽도록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양동리 고분군 유물을 보기로 들자면, 발굴 당시 사진을 풍부하게 보여줬는데 설명과 함께 듣고보니까 현장감이 생생하게 전달됐습니다. 그리고 몰랐던 사실을 새로 깊이 안다는 즐거움도 있었지요. '최초 영남인'으로 알려진 '범방아이'(부산 범방 패총에서 발견된 4500년 전 어린이 유골)에 대한 설명도 인상깊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간식까지 깔끔하게 장만해 내오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등 주최쪽이 참가자들을 충분히 배려하고 불편하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고맙죠."

3. "지역 학자-자치단체-주민의 지속적 결합"

인제대 인문학부 학부장인 이찬훈 교수는 '2009 시민 인문학 강좌' 전체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지역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의 결합을 강화하고 나아가 단발성을 뛰어넘어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답니다.

"여태 자치단체 시민 강좌는 대체로 서울이나 부산 등지에서 유명 인사를 모셔와 한 차례 듣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래서는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제대로 채워질 리가 없다고 보지요. 안정된 틀이 마련되지 않는 것입니다.


대안은 지역 대학의 학자들이 지역 주민을 위해 적극 나서 서비스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참여가 지역 학자들에게는 자극제도 되고 발전하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시민들 수준도 이래야 꾸준히 높아집니다. 지역사회도 좋고 학자(대학)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른바 '윈-윈'이지요.


지난해 처음 주관했는데, 강좌가 좋은 반응은  얻었습니다만 1회성이 한계로 꼽혔습니다. 강의를 들은 분들 의견을 물어 올해는 좀더 심화된 강좌를 마련했습니다. 자기가 쓴 책을 갖고 세 차례 연속해서 모두 여섯 시간을 강의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 차례 두 시간에 견주면 세 배 늘었어요. 반응이요? 직접 듣지는 못했는데, 전해 듣기로는 아주 호응이 큽니다."

4. "2주 한 차례 학생 토론 중심으로"

조의래 학교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김해 대표는 지난해 김해시 지원을 받아 '1318 북클래식'을 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 지원을 받아 교사와 학생들의 인문학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취재를 좀더 잘했으면 좀더 좋은 내용을 쓸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8월 27일만 전화로나마 취재를 했고 28일과 30일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쉽습니다.

2008년 1318 북클래식 당시 수유-너머 고미숙 초청 강연 당시.


"올해는 토론이 중심입니다. 지난해는 강의가 중심이었지요. 왜냐하면, 학생들 사이에 인문학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점을 감안해 작가들을 만나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었던 것입니다. 올해는 선생님들이 먼저 읽고 토론을 한 다음 아이들과 함께 읽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좀 빡빡하지요. 학교마다 2주에 한 번씩 하고 있으니까요. 전체가 모이는 자리도 마련한답니다. 6월에는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를 쓴 이왕주 부산대 교수를 김해분성여고로 모셨습니다. 가야고 경원고 김해외고 같은 학교의 아이들도 함께하는 자리였습니다. 9월에는 김해외고에서 모일 예정이고요, 겨울에는 전체가 모여 함께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합니다. 아이들? 당연히 재미있어 하고요 새로운 눈뜸을 체험하지요."

5. 책읽는 사장이 필요하다

원종하 인제대 교수는 '김해기업 CEO 조찬 독서 포럼' 커리큘럼을 몸소 짰다고 했습니다. 독서 포럼을 진행하는 김해기업연구소를 2007년 2월 만들고 소장을 맡았지요. 인제대 창업보육센터장을 하는 등 산학협력에 10년남짓 종사한 경험을 살려서 그리했답니다. 원 소장이 연구소를 만들며 세운 서원(誓願)은 '책 읽는 사장을 만들자'랍니다.

"산업에 문화를 입히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교육-산업-문화에서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반응은 아주 좋습니다. CEO들로서는 여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일 것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보약을 먹는 것 같다'고 하시는 이도 있을 정도니까요.


8월에 임학종 국립김해박물관장을 모셨는데요, 김해에 살면서도 몰랐던 우리 고장 김해의 유래와 역사 유물 등을 듣고 다들 즐거워했지요. 공사 현장에서 유물이 나올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같은 방법도 일러주니 금상첨화였습니다. 아침에 맑은 머리에 상큼한 기분으로 수풀이 우거진 캠퍼스에서 새 소리 들으며 하는 것도 반응이 좋습니다. 앞으로는 강좌를 더 확대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6. "인문학 읽기 지원은 자치단체 기본 의무"

조강숙 김해시 평생학습지원과 도서관정책팀장은 인문학 읽기 실무를 떠맡고 있습니다. 세부 정책도 짜고요 10월 30~31일 치르는 제1회 청소년 인문학 읽기 전국 대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래 얘기는 제게 꽤 상큼하게 들렸습니다.

"여태까지 책읽기는 개인 문제로 여겨져 왔는데, 과연 그것이 합당한가 문제 제기를 하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주민이 의식 수준을 높이고 다양한 분야 지식을 쌓고 삶의 지혜를 찾아가는 것이 행복 추구라면, 국가나 자치단체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고 정책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지금 김해시가 하는 인문학 읽기 등도 이런 기준에 비추면 사실 별것 아닙니다. 바탕을 닦는 것이고 의무를 하는 것일 따름이지요. 그래서 저는 얼마 안가 전국 모든 자치단체가 기본으로 이런 사업을 하리라 봅니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CEO 독서 아카데미에 대해서는 조금 비판이 있습니다. 내년에는 좀더 문턱을 낮추고 폭을 넓혀서 상대적으로 인문학을 마주하기 어려운 주민들이나 학생들을 찾아가 보려 하고 있어요."

국가나 자치단체가 인문학 읽기를 지원해야 하는 까닭을 헌법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저는 생각도 못해 봤습니다. 헌법이 주권자의 행복추구권과 이를 위한 국가의 노력을 규정하고 있다면, 국민들 책읽기는 행복추구의 한 방법이니까 이를 돕고 거들고 북돋울 책무가 국가와 자치단체에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고마웠습니다.

7. 남은 강좌들이 있으니까

9월 10월 11월 12월 네 주제 열두 강좌가 남아 있습니다. 김해 가까운 곳에 사시면 들으려 가셔도 좋을 것입니다. 김해시 평생학습지원과 055-330-6681로 전화를 하시면 자세하고 친절하게 일러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9월 7·14·21일 <보이는 세계는 진짜일까> 조용현 인제대 인문학부 교수 저녁 6시부터 2시간 동안 김해시청 소회의실에서 합니다.

10월 5·12·19일 <동양 철학의 흐름> 안종수 인제대 인문학부 교수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칠암도서관 시청각실에서 합니다.

11월 9·16·23일 <불이 사상으로 읽는 노자> 이찬훈 인제대 인문학부 교수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영한빛도서관 다목적홀에서 합니다.

12월 7·14·21일 <조선 시대의 한시> 강석중 인제대 한국학부 교수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김해도서관 신관1층 가락국실에서 합니다.

참가하시는 이들에게는 간식도 함께 내놓는답니다. 김해시민 아니라고 나가라거나 간식을 주지 않거나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하.

김훤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글쓴이 : 김훤주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윤영이가왔어요 2009.08.31 18: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주완 선생님..방갑습니다.
    아주 간만에 뵙네요.
    선생님 잘 지내세요??저는 그럭저럭 잘 지내요.
    선생님 근데 너무 아파요.
    저 간염?/장염??할튼 좀 아파요.괜찮겠죠??
    선생님 언젠간 한번 뵙죠.친구들도 같이요.
    그때는 맛난거 주세요.
    그리고 전화는 제가 드릴테니 전화는 하지마세요,
    집에 없을가능성이 높으니깐요..^^

  2. 보라매 2009.09.01 04: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재미있겠네요. 내용을 보니...
    부럽습니다.

  3. 초록누리 2009.09.01 0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정보입니다.
    많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강의를 들을 기회를 가졌으면 싶네요..
    물론 다른 도시들로도 확산되었으면 싶고요..

    • 김훤주 2009.09.01 1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캐나다는 어떠신지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까, 우리나라는 인문학 공부를 할 수 있는 사회 기반이 아주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까 이런 김해시 같은 자치단체가 나오는 것 아닐까 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더라고요.

      제가 듣기로는, 미국의 어떤 대학은 우리나라 한 단과대학만한 건물이 통째로 철학과 건물로 쓴다는데요. 그런 정도라면, 미국 대학 문턱이 높은 단점은 있겠지만, 누구라도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으면 그래도 좀더 쉽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미국에는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공부경쟁노동에서, 어른들은 밥벌이경쟁노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다른 문제는 떼어놓고 본다면 그렇다는 말씀입지요. ^.^

  4. 난리 2009.09.01 11: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용인에 사는데
    용인 도서관에서도 한달에 한번, 북로그라고 해서
    좋은 분들 강사로 모셔서 강의를 하시는데요
    저 같은 주부는 솔직히 좋은 강의 듣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한달에 한번씩 이렇게 열리는 강의가 기다려 집니다.
    이런 조그마한 일 부터 지자체 도서관에서 열리는것,
    참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