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출>은 '시골 마을'과 '1박2일'을 짝지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이지요. 앞에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잘 알려진 마을로 이어지고 하나는 그렇지 않은 마을로 이어집니다. 이럴 때 대부분은 잘 알려진 마을로 가는 길에 몸을 싣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가출>은 그렇게 하지 않았네요. 조건이나 상황이 같다면, 발길을 숨겨져 있는 마을로 향하게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시골스러운 마을을 골라잡는 것입니다. '시골 마을'을 미덕으로 삼은 때문이겠지요.

대부분 여행 안내 책자는 며칠씩 묵는 일정을 일러주더군요.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아무래도 그 쪽이 멋도 있고, 깊이도 있고, 느낌도 풍성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리라 짐작합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일상이 팍팍한 대다수에게는 그리 살갑게 다가오지 않는 그림입니다.

바쁜 나날에서 사나흘씩 시간을 빼 다녀오는 여행은 한 해 걸러 한 번 마련하기도 어렵습니다.(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부유하지 못한 대다수에게는 '1박2일'이 미덕입니다. 덧붙이자면 3박4일은, 환상입니다.

사진을 찍고 글까지 써낸 홍순응은 책머리에다 제작 과정을 밝혀 적었습니다. '출판 기획을 하면서 마을을 50군데 남짓 꼽은 다음, 이 가운데 30곳 정도를 다녀오고 그것을 다시 15개 마을로 압축 정리했다'는 것입니다. 출판 업계 사정이 어렵다보니, 다녀왔다면 모든 장소를 책에 담거나 아니면 책에 담을 마을만 딱 집어 다녀오기 십상인데, 여기서는 한 번 더 걸러내는 품을 팔아 그만큼 더 믿음직해 보입니다.

'마을마다 낭만이 살아 숨쉬고 향수가 묻어나는 특색이 있었고, 몇몇 군데는 눌러앉아 살고 싶거나 나아가 아예 뼈까지 묻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고 지은이는 말합니다. "여행하는 동안 자연의 고마움과 인간미의 살아 있음을 경험한 것도 큰 소득이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경남에서는 양산 어영마을과 남해 가천마을이 담겼습니다. 어영마을은 산골에 있고 가천마을은 바닷가에 있지만, 다랑이논(그리고 밭)이 멋지다는 점은 두 군데 다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프리윌 출판사 제공. 집과 논과 산과 바다가 모여 있습니다.


먼저 남해 가천. "바다 옆에 있지만 어촌이 아니어요. 온통 낭떠러지라서 고깃배를 댈만한 포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닷가에 있으면서도 고기를 못 잡고 농사만 짓는 마을은 아마 우리 마을뿐일 겁니다." 엄청난 노력을 대대로 고되게 들여 다랭이논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까닭입니다.

프리윌출판사 제공. 어영마을 드나드는 대숲길. 바람소리 청신하게 울립니다.


다음 양산 어영. "밭은 모두 산비탈에다 사람 키 높이만큼 돌로 축대를 쌓아서 만들었고, 논은 그 밭이 끝나는 지점에 같은 방식으로 비늘을 달아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집들도 논밭과 다를 바가 없다. 고기비늘처럼 층층이 집터를 만들고 그 위에 차례대로 집을 지은 것이 참 특이하다."

프리윌 출판사 제공. 왼쪽 위 바위 물그림자가 어려 있는 데가 가마소인가 봅니다.


강원도 강릉 부연동 마을은 이 책에서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살아 있는 구중심처'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지은이는 부연(釜淵)동이라고 부르게 한 가마(釜)소(淵)를 보고 높이 1000m에 이르는 높은 산골에 자리잡은 사정을 떠올렸답니다.

그랬더니, '선녀와 나무꾼'이 딱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가마소는 상당히 깊은 듯 물빛이 검푸르게 보였다." "그 깊음에 주눅이 들어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멀리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프리윌 출판사 제공. 생솟대가 있습니다. 얼기설기 전깃줄은 별로 어울리지 않네요. 하하.


'구름을 품고 사는 하늘 아래 첫 동네', 강원도 삼척 여삼마을에는 잎이 돋는 산(生) 솟대가 있습니다. "솟대 서 있는 곳에서 바라본 여삼마을은 두 군데로 나뉘어 있었다. 닭의 둥지처럼 생긴 곳에 집들은 달걀처럼 박혀 있어 더욱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두 개의 닭 둥지처럼 생긴 마을과 마을이 연결된 지점엔 푸른 밭이 초원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아름다운 가출>은 집안 식구가 함께하는 '동반 가출'을 권장합니다. 그러면서 일러주는 마을마다 (다른 여느 여행 안내서와 마찬가지로) 찾아가는 길, 맛집, 숙박업소, 주변에 가볼만한 곳을 덧붙였습니다. 들른 마을에서 무엇을 살 수 있는지도 들려줍니다.

프리윌 출판사 제공. 녹차 마을은 보성 곳곳에 많은데, 여기 양동마을이 좀더 시골스러워 골랐답니다.


이밖에도, 전남 보성 양동마을과 장성 금곡마을, 충남 홍성 죽도, 충북 괴산 산막이·갈론마을과 제천 억수마을, 경북 의성 산수유마을과 봉화 승부마을과 상주 백련마을, 강원도 정선 물레방아마을, 경기도 양평 섬이마을을 골라 담았습니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돼 있는 현실이다보니 이 책도 서울에서만 가능한 '1박2일'을 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겠지만, 어쨌거나 곳곳에 놓여 있는 고속도로 때문이지 싶습니다.

책값이 비싸지 않습니다. 1만2000원입니다. 프리윌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270쪽 됩니다.

김훤주

아름다운 가출 - 10점
홍순응 글.사진/프리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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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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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9 0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훤주 2009.09.20 17: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그런데효, 많은 경우 제 글 제목도 김주완 선배가 단답니다. 이 글은 제가 단 제목이 살아남았지만요. 하하.

  2. ^^ 2009.09.19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박2일이라는 프로를 워낙 좋아해서 제목만 보고 클릭했는데 뜻밖에 좋은 수확 얻은 기분이네요.
    저런 책 한권 정도 구입해서 여행 지침서로 삼아도 좋을 듯 합니다.
    사진만 봐도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 김훤주 2009.09.20 17: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아서리, 그런 부분까지 배려를 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글을 쓰다 보니 '1박2일'이 핵심이다보니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양해해 주시기를..... ^.^

  3. 초록누리 2009.09.19 1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보고 좀 놀랐어요. 저도 윗분처럼..
    책 제목도 멋집니다. 가끔 1박2일 탈출을 꿈꿀 때 정말 가보고 싶은 곳들을 소개해 주었네요...
    좋은 책 정보 감사합니다.

    • 김훤주 2009.09.20 17: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책 소개를 하겠으니 사진 좀 보내달라 했더니 그 쪽 분이 '고맙다'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은 책 만들어줘서 그게 고맙다'고 했습니당~~~.

  4. 박씨아저씨 2009.09.19 11: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아름다운 곳이네요~
    1박2일 다녀올만한곳이네요~ 잘보고 갑니다.
    휴일 잘보내세요~

  5. 대한민국 황대장 2009.09.19 12: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데요.
    가끔 드는 생각을 실행만 하면 되게끔 만들어 놓은 책이겠군요.
    시간을 소중히 쓸 수 있도록요.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

  6. 유머114 2009.09.19 14: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곳들이 많네요.
    여행이란.. 정말 좋은 것이어요, 우리 인생사에서 최고의 비중을 둘 수 있는...

  7. Seon Yeong 2009.09.19 15: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주완 쌤! 안녕하세요 ^^ 저 황선영입니다!
    오랜만에 들리니깐 글이 더욱 많아 진것 같아요 ~
    그리고 한 때는 제 블로그 꾸미느라 김주완 기자님도 다 잊고 있었는데,,
    저도 열심히 해서 김주완 기자님 보다
    더 유명하고 멋진 파워 블로거가 되고 싶어요!
    도와주실꺼죠?? ^^
    그럼~

  8. 푸른산 2009.09.19 15: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박2일이라는 제목만 보고 자동클릭^^
    덕분에 좋은 글,좋은 정보 안고 갑니다~

  9. Hight 2009.09.20 0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박2일 분명 좋은 프로다..
    초반 무도의 아류라는 비난을 이겨내고, 당당히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근데...
    요즘 블로거들의 글을 읽어보면 1박2일을 과대평가한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포맷에, 비슷한 복불복... 정말 지겨운데 왜 이렇게 다들 칭찬뿐인건지...
    정말 프로그램을 사랑한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과감한 비판도 해주었음 한다..

    • 무도가 더 2009.09.20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과대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인터넷 말고 주변에서 요새 무도 재밌다고 하는 사람 정말 드뭅니다.
      하지만 1박2일은 재밌어 하더군요. 외려 넷상에서 더 과소평가된 측면이 강합니다.
      그리고 1박2일이 더 대단한건 매주 소재의 제한이 없는 무도나 타프로들에 비해
      한정된 틀 안에서 할 수 밖에 없는 포맷으로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죠.
      패떴과 달리 식상함을 주지 않는 이유는 제약이 있는 포맷 안에서 꾸준히 변주를 해왔고 대중과의 소통을 적극 반영했다는 것에서 차이가 납니다.
      무도야말로 비판없이 극찬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0. 실비단안개 2009.09.20 07: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맙습니다.
    3박 4일을 책을 읽는다면 무박 내지 1박 2일로도 가능하겠지요.
    여유로우면 더 좋겠지만요.^^

    저는 집단가출보다 저 혼자 가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