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기사 하나를 소개한다. 동아일보 1960년 5월 22일자 3면에 보도된 기사다.

제목은 '남녀 모두 옷 벗겨서 살해'라는 주제목 옆에 '수십 명씩 한꺼번에 묶어 수장 떠오르면 또 총질'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명패는 '통영 양민학살 사건의 상보'이며, 이 기사를 보도한 기자는 '충무시에서 김영호 부산분실 기자 21일발'로 되어 있다. 지역의 뉴스를 사회면인 3면에 두 번째 머릿기사로 올린 것도 요즘엔 보기 힘든 일이다.

이 기사는 얼마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마산 위령제 때 쓸 자료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구유족회 이광달 회장이 보관해오다 제공한 자료를 검토하던 중 발견한 것이다. 이는 동아일보 PDF를 통해서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다음은 당시 동아일보의 기사 전문이다. 한자는 한글로 고쳤으며 띄어쓰기와 일부 맞춤법도 고쳤다.

스크랩 : 대구유족회 이광달 회장 제공.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비밀 속에 잠겨 있던 통영 양민학살사건의 진상이 11년만에 밝혀져가고 있는 이곳 충무시는 21일부터 벌써 유족들의 흥분된 공기가 감돌고 있다.

통영수산고등학교 교감을 지내고 어장을 경영하다가 학살당한 안승관 씨의 미망인 탁복수(47) 여사가 주동이 된 학살 희생자 유가족들은 그 당시 희생된 가족들의 명단과 살인범들을 조사하고 있으며, 학살을 감행한 헌병 문관들이 아직도 충무시내에 거주하고 있어 지난 10년 동안 그들을 만나면서도 말 한마디 못해오던 이들은 이제는 원수를 갚는다고 흥분하고 있다.

죄없는 양민들을 잡아다가 창고(현 해무청 충무출장소 창고)에 감금하고는 남녀 할 것 없이 옷을 벗게 하고 그들을 강제로 정교를 맺도록 명령하고는 몽둥이로 난타한 후 20명 내지 40명씩 '로프'로 묶어 큰 돌을 달아 바닷물에 던져 수장하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물위에 떠오른 사람들에게는 총을 쏘아 죽인 만행이 오늘에 와서 비로소 폭로되고 있어 더욱 유족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생일날 아침에 붙잡혀 가서 죽은 신성철 씨의 미망인 안금연(33) 씨는 딸 셋을 데리고 10년 동안 채소장사를 하면서 원수 갚을 날을 기다려 왔다고 하며 남편이 수장된 구이포를 바라볼 때 물결치는 파도소리가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슬퍼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가족들은 현재 시내에 거주하고 있는 당시 문관들과 방위대원들 중에 누가 그들의 가족을 죽였다는 확증까지 잡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당시 문관들의 현거주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구종근 ▲공학수배 ▲하대원 ▲이양조 ▲황덕윤 ▲김기향 외 수 명

당시 동아일보의 이 보도대로 '남녀 할 것 없이 옷을 벗게 하고 강제로 정교를 맺도록' 한 뒤 수장했다면 그 반인륜성이나 잔혹성이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정도다.

동아일보보다 하루 늦은 1960년 5월 23일자 부산일보 보도에서도 "당시 헌병대 유치장으로 사용되었던 현 해무청 충무출장소 옆 해산회사 창고에 끌려 들어간 남녀는 옷을 벗기우고 난타당하여 매일 밤 20~30명 씩 발동선으로 실어다 버렸다는 것이다. …… 양민학살을 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한 앞잡이들은 착실한 가정부인들을 위협해 강제로 몸을 바치게 했는데…"라는 내용이 있다.

무엇이 진실이든 한국의 민간인학살이 나치의 유태인학살 못지 않은 반인륜, 반인권 범죄임은 틀림없는 일이며, 그것은 동아일보 보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과거사는 파지 말자는 2009년 9월 8일자 동아일보 사설.


그런 동아일보가 요즘은 어찌된 일인지 이런 역사의 진실규명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보도를 일삼고 있다. 조중동 중에서도 동아일보가 특히 심하다. 그래서 관련 인권단체가
동아일보 보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낼 정도였다. 이제 세월이 그만큼 흘렀으니 이런 엄청나고도 충격적인 일을 그냥 묻어버리고 지나가자는 말인가?

아직 언론에 보도되진 않았지만, 최근 진실화해위는 동아일보가 1960년 보도했던 그 통영지역 학살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하다.

※관련 글 : 49년 전 피학살유족회 결의사항을 보니…

※관련 글 : 오빠 영정 안고 나온 81세 할머니의 눈물
※관련 글 : 대통령은 '사과'했는데 장관은 '유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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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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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로그구경꾼 2009.10.19 17: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서운 일이네요.

    정말 무서운 일이네요.

    전쟁일으켜서 조국을 분단시킨 김일성이나,죽이려면 그냥 죽이지 난잡한 짓을 시킨 놈이나.

    증오는 정말 인간을 미치게 만드는 모양입니다.

    • 김주완 2009.10.19 1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제가 이 일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게, 바로 이런 기록들을 보면서 치미는 분노를 참지 못해 그렇습니다.
      함께 아파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 indie 2009.10.19 18: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반드시 진실 규명이 되고, 억울하게 가신 분들의 사연이 밝혀져야 할텐데...

    답답하기만 하네요...

    동아일보는... ... ... 아유 정말!

  3. 구르다 2009.10.19 1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 세상 바뀌면 동아일보는 1960년 신문기사를 팔며 아둥바둥 하겠지요.
    그런데 다음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4. sketch 2009.10.20 0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끔직한 일이네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동아일보는 어찌된 일인지....

  5. D 2009.10.20 0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쓰래기 조중동은 한결같아서 좋습니다..어떤 의미로는요...

    저런걸 신문이라고 보는 사람들 면상을 보면 참...혀가 차 지죠

  6. 진보나 보수나 2009.10.20 02: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거사부터 별별 주제를 정치적으로만 계산하고
    선동하려드니
    저도 솔직히 과거사 밝히는데 회의감이 느껴지네요
    차라리 순수한 학자들과 시민들 위주로 하게 하든가
    정부에서 과거사위 만드는건 못마땅합니다.
    과거사에 있어서 좌파나 우파나 진보나 보수나
    모두 욕을 먹어 마땅한 벌레에 불과한데.

    • 커서 2009.10.20 04: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치로 따져야지 정치를 하지 말자고 해선 안되죠. 순수한 학자들은 정치 안할까요? 내부에서 더 치열한 정치가 있습니다. 정치적 인간이 정치를 욕하는 게 더 우습지 않을까요?

    • 이런... 2009.10.20 08: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떤 현실에 접근할 때 냉소주의적 반응은 매우 위험합니다. 뭐나 저나..다 똑같다라는 것은 세상을 방관하는거죠
      따져보면 다 똑같으니 선이나 악이나 옳고 그름이 모두 불필요한것은 아닙니다. 과거사를 밝힐것은 밝혀야죠. 그것이 용기있는 행동이고 옿은것이 맞는데 뭐가 문제죠? 진보? 보수? 그걸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잘못이지 정부든 민간이든 밝힐것은 밝혀 다시는 저런일이 없도록 해야겠죠.

    • 진보든 보수든 2009.10.20 09: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보든 보수든 정치적으로 이용해도 좋으니까 뭐든 과거사를 속시원히 까별려서 다 밝혔으면 좋겠네요. 캐보면 지들한테 불리하니까 덮어두려고만하는 속셈이 괘씸합니다.

    • 김주완 2009.10.20 1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건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의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일은 오히려 '국가권력을 공고히 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보수'를 자칭하는 이들이 과거사 진실규명을 반대하는 것은 그들이 진짜 보수가 아니라 '멍청이'이기 때문입니다.

    • 지나다 2009.10.20 14: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 글엔 이런 댓글 꼭 달립니다.
      선동, 정지척 이용, 미래만 보자 등등 조중동과 똑같은 논리.
      그렇습니다. 이건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http://www.democracy2.kr/view.php?dcode=1&scode=0&tid=3200&uid=6368&fid=-6368

      이런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딱 저글로 설명이 됩니다. 다른 분석 같은 거 필요없습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맨날 장황하게 설명해봐야 밥상머리 교육을 절대 이기지 못해요.

  7. 좋은기자님 2009.10.20 15: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대한민국이 바로 서려면 언론 개혁이 가장 급선무겠군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 같은 신문사는 세무조사부터 검찰수사까지 이루어져야 하고, 이루어질만한 '꺼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기자님의 좋은 기사 잘 읽고 갑니다. 앞으로도 힘내주세요.

  8. 2009.10.21 08: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같은 짓을 해도 살아남으면 그만..',
    '잘못을 저질러도 힘이 있다면 용서가 된다'
    '과정은 상관없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거다..'

    성희롱해도 돈 받아먹어도 떳떳하게 국회의원, 장관해먹고 전과14범이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아무런 말도 없고 그냥 수긍하고 정치가 그렇지 뭐 이럽니다.. 왜 이럴까요..

    지금까지 나라와 국민을 팔아먹고도 이나라에서 떵떵거리며 활개치고 다니는걸 봐왔기 때문이죠.
    대한민국에서 정의? 개그죠.. 돈과 권력으로 해먹는 놈이 잘난놈이고 정도를 걷는 놈이 병신으로 취급되는 세상입니다.

    과거사를 바로 잡아야 시민의식이 개선되고 그래야 나라가 바로섭니다.
    야당여당 똑같고 정치이용하니 그만 두자구요? 웃기지마세요.. 뭐가 두려워서요?
    그리고 과거사 그만 정리했으면 좋겠다구요? 언제 과거사를 정리한 적이 있나요? -_-;;;;
    잘못을 저지른 놈들은 똑같이 응징을 받아서 정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가 바로서고 나라가 바로서고 국민도 바로서는겁니다.


    사회가 부패하면 망하는거 순간입니다.
    지금도 대기업 눈치나 보고 정부, 언론, 기관 모두 부패했는데
    이러다가 언제 한번 크게 당할 날이 올겁니다.. 어쩌면 지금이 그 시기일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