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40대 5로 맞짱뜬 까닭

2008년은, 우리 역사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진 해라고 해야 마땅하답니다. 이명박 정부와 이른바 '뉴라이트'가 역사 왜곡 파동을 일으켰기 때문이지요. 케케묵은 '올드라이트'보다 오히려 못한 덜 떨어진 뉴라이트가 앞장서 바람을 잡고,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물론 국방부 장관에 더해 국토해양부 장관, 국무총리까지 나섰습니다.

이들이 들개처럼 물고 늘어진 대상은, '근현대사' 교과서였습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몸소 나서서 "너희는 포위됐다, 손 들고 투항하라!"고 외쳐 댔겠지요. "그 출판사는 정부가 두렵지 않는가……."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정부는 교과서를 쓴 필자들 동의는 아예 얻지도 않고 무시한 채 정부에게 약자일 수밖에 없는 출판사를 윽박질렀습니다. 그리고 강제로 수정하게 만들었습니다.(그러나 올 들어 법원은 '필자들 동의가 없이는 수정된 교과서를 배포하면 안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이명박 정권 행동대로 나섰습니다. 기억나시죠? 지금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이고, 따라서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각계 전문가' 140명남짓을 강사로 삼고 고등학교마다 학생을 모아서 근현대사 '특강'을 열라고 다그쳤던 일 말씀입니다.
 
이를 두고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말했습니다. "이른바 각계 전문가 면면을 보니 근현대사 전문가는 한 명도 없고, 역사학자도 고대사 전공 한둘뿐이었다. 대학에서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이만 해도 수백 명은 될 텐데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최소한 양식이 있다면 교육의 전문성만큼은 존중해 줘야 할 것 아닌가."

한홍구가 본 그들은, '예비군 훈련장의 안보 강사'이거나 '전두환·노태우 시절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공작 정치를 하던 퇴물'이거나 '레크리에이션 강사' 따위였습니다. 당장 학교에서 현대사 교육을 해야 하는 역사 교사들이, 숫자에서는 밀리지만, '맞짱'을 뜰 수밖에 없다고 결정한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2. 그이들이 맞짱뜬 내용을 무엇일까

이렇게 급히 '차출된' 대표선수가 바로 앞에 든 한홍구 교수와 정태헌 한국사학과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과 연세대학교 석좌 교수를 지낸 이만열 한국독립운동사 편찬위원회 위원장, 역사문제연구소 소장을 지낸 서중석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교수, 정영철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해서 다섯입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묻다>는 이들이 강의에서 풀어내놓은 얘기들을 활자로 담았습니다. 윤종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이렇게 평했습니다.

"이만열 위원장은 역사의 태산 같은 무게를 느끼게 해주고 정태헌 선생은 제각각 식민지 근대화론의 허구를 뚜렷하게 짚었고 한홍구 선생은 뉴라이트와 정면대결을 벌였다. 서중석 선생은 해방 국면, 정부 수립을 깊이 분석했고 정영철 선생은 북한 현대사를 담담하게 설명했다."

2008년 12월 열린 근현대사 특강.


다섯 대표선수가 파악한 현대사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쯤 될 것 같습니다.

"해방 직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우리는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다. 아니, 친일파를 청산 못 한 정도가 아니라 친일파 민족 반역자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족적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오히려 친일파에게 역청산을 당했다."

그리고 하나 더. "제헌헌법은 비록 우파들이 만들었지만 대단히 진보적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수립 이후 국가 권력이 친일파들에게 장악되면서 대한민국은 제헌헌법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으로 운영되는 나라로 변질됐다. 민주화의 과정은 친일파 탓에 왜곡된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그 기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제헌헌법에서 찾아야겠다-을 바로잡아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3. 대담하고 대단한 이명박 정권의 상상력

그러면서 이승만이 친일 청산과 관련 있다는 정부 주장도 불러내어 조집니다. 이렇게요.

"정부는 교과서 집필 기준과 관련해 이승만 정권이 친일 청산을 위해 노력했다고 적어야 한다고까지 못박았다. 제헌헌법에 근거해 구성된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와해됐는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황당한 일이다.

아마 이승만이 살아온다 해도 몹시 낯뜨거워할 것이다. 이승만이 친일 청산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소설일 뿐이다."

다섯 대표선수가 이명박 정부의 역사 왜곡 파동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렇습니다. 아주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라 해야겠지요. 역사를 상상으로 채우고도 전혀 이상해하지도 않고 나아가 국민에게 믿으라고 윽박지르기까지 하니까요.

"이명박 정부나 뉴라이트들은 역사를 있는 그대로의 역사로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들 편의에 따라 '이랬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내용을 역사라고 가르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정부가 자행한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탄압은 조선 시대 연산군이 저지른 무오사화 이래 최대의 사화(史禍)로 기록될 것이다."

저는 이런 규정에 크게 동의합니다. 그러면서 여쭤봅니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가 힘이 셀까요?, 아니면 '있었으면 좋겠다는 역사'가 힘이 셀까요? 140명이 힘이 셀까요? 아니면 여기 이 다섯 사람이 힘이 셀까요?

김훤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묻다 - 10점
서중석 외 지음/철수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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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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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니생각 2009.10.24 1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건 니생각이다

  2. 나라사랑 2009.10.24 12: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나라의 존재이유가 되는 훌륭한분들이십니다

  3. 정말 2009.10.24 12: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이렇게 소수나마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4. 태통태통 2009.10.24 1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책 사러갑니다!

  5. 카페지기 2009.10.24 1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의 글을 읽고 공감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읽다보니 레크리에이션 강사 따위가 강의 하는것 들었는지..
    할 일이 없어서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정권의 하수인 노릇하나.. 이런,,개..xx 자기 주장을 하기위해서
    다른 직업을 끌여들여서 폄하하는 그 발상 자체가 교수라는 신분의 인격이 의심스럽네.
    대학에 레크리에이션학과는 왜 만든거야..
    그럼 가르치는 교수는 교수따위 겠네?
    요즘 교수도 교수냐.. 개나소나 박사학위 만들어서 교수행세 하는 시대아닌가?
    비리의 상위권이 교육계라던데..
    별 잡스런 대학교수도 엄청 나던구만.
    인상 써가며 고상 한 척 하는 인간들 보다.. 많은 사람에게 웃음주는 강사들이 더 났지..
    인간들이 조그만 지식으로 세상을 평가 할려니 생각하는게 그 모양이지.. 지식을 탐구하는 인간이여~ 지혜를 구하려고 노력해라~ 지혜가 있는자는 그렇게 말 안한다. 에이~ 추접스러워서..
    레크리에이션 강사 따위라니.. 욕나오네..
    열정과 노력없이는 오르지 못하는 직업이 레크리에이션 강사인걸 아시나 몰러.
    남산에서 돌 던지면 교수머리에 맞을 확률이 엄청높은게 교수신분이걸 아시나 몰러..
    요즘 교수 따위들이 존경이나 받나 몰라..
    확~ 교수형에 처해 불라...

    • 보수반동 2009.10.24 1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레크레이션강사가 레크레이션진행을 하거나 레크레이션강의를 하면 그런 소리가 안나오겠죠.

    • 말조심해 2009.10.25 0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따대고 교수형 운운하냐 눈깔이 달렸냐
      레크레이션 강사가 근현대사에 대해 뭘 안다고,
      최소한 근현대사들 교수들보다 더 잘 알겠니
      뭘 안다고 기득권에 붙어서 똥꼬를 핥으려고
      하고 있냔 말이다. 공부 많이 한 분들한테
      무슨 열등감 있니?

    • 욱하지 말아요 2009.10.25 01: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따위" 라는 단어 구사 하나에 욱하고 그럽니까?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폄하하는 글이 아니지 않습니까?
      거꾸로 역사 교수가 레크리에이션 강의를 한다면 그것도 이치에 맞지 않겠죠.

    • 김훤주 2009.10.25 16: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카페지기 님, 글 쓰시다가 흥분하셨나 봅니다. 제가 흥분하시게 만들었다면 어쨌든 사과드립니다.

      '따위'가 걸리신 것 같기도 한데요, 일단 뜻으로만 따지면 '등'과 같습니다요. '김훤주 따위가 물을 마셨다'='김훤주 등이 물을 마셨다'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외래 문물 사대주의가 좀 심해서, 한자말에 뿌리가 있는 '등(等)'을 쓰면 그럴 듯해 보이고, '따위'를 쓰면 좀 가볍거나 무시하는 듯이 보이는 그런 현상이 조금은 있습니다.

      되도록 그리 읽히지 않도록 하려고 애를 쓰지만, 남의 말글을 따와 쓸 때는 어쩔 수 없는 구석도 있습니다.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6. 돌다리 2009.10.24 15: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좌우 두 눈 중에 한쪽씩만 남은 병신들이 우파와 좌파로 서로 상대를 폄하하고 자기편 생각이 옳다고만
    보는 병적인 시선을 가진 인간들이 말이 많아....
    조상이 친일 하거나 독립운동 했다고 후손도 그데로 따라가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 마치 자기가 조상들의 선행을 이어받아 잘 하는 것처럼 떠드는 그런인간들이 언제면 없어지려나...

    • 피식 2009.10.25 02: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대로 따라가는지 안따라가는지 당신이 조사해봤어. 그리고 기본적인 팩트를 왜곡하는 꼴통우파와 이분들을 같은 레벨로 평가하지 마라. 조상을 따라하는것이 자랑스러운것과 부끄러운것의 차이를 구분할수있는 정도라면 자랑삼아 떠든다는 소리는 하지 말아야지. 논리가 정말 병신같아.

    • 김훤주 2009.10.25 16: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슨 말씀이신지효???

  7. 처참한 윤영이.... 2009.10.24 16: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저 윤영이에요///
    큰일 났어요 저번에느 블로그 방문자수만 초기화 되었썼는데 이번엔..이번엔
    아에 블로그 자체가 사라졌어요.....
    어떡해요...슬퍼요...도와주세요 선생님...제 블로그를 되찾아 주세요....흑흑

  8. 파도 2009.10.24 1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일부역자들에게 지배당하는 대한민국 고통스런 날들이
    끝나고 나라가 깨끗해 지는날 부관참시를 해야한다

  9. 맹군 2009.10.24 2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어 무엇합니까...
    언젠가는 진정한 독립이 오겠지요..

  10. 2009.10.24 2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훤주 2009.10.25 16: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당.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구구절절 까닭을 말씀드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날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몇몇 있어서요. 미안합니다.

      이병주 문학관이랑 일대 직전(稷田) 마을은 저도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만. 어쨌든 어제 나들이가 아주아주 좋았을 것 같습니다.

  11. 레몬박기자 2009.10.25 0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 이만열 교수님을 만나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근대사에 대해 하나하나 차근히 풀어가시는데 그 혜안이 대단했습니다. 그분들의 눈에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은 정말 사화라 말할만 하더군요.현 정부 제발 좀 정신차렸으면 하는 바람 간절한데.. 답답합니다.

  12. 도와달라니깐요윤영이 2009.10.25 13: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주완선생님!!!도데체 왜 안 도와주시는 건데요?
    제 블로그가 사라졌다니깐요?왜 선생님이면서 도와주시질 않는거에요.
    제발 도와주세요.제 블로그도 찾아주세요 선생님은 블로그에 대해서 잘 아시잖아요.
    도와주세요 제발....

    • 김주완 2009.10.25 16: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좀 기다려 봐라. 월요일이 되어야 티스토리쪽과 연락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참, 너 관리자 페이지 '데이터 관리'에서 '데이터 삭제' 또는 '블로그 폐쇄' 눌렀던 건 아니지?

  13. 파루시아 2009.10.25 2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정부가 온갖 데서 욕을 먹는 구나. 그렇게 욕 먹으면 좋나? 암튼 교수님들의 건승을 기원하며 격찬합니다...

  14. 2009.12.10 2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