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학은 살아 있다." 이렇게 또박또박 그리고 묵직하게 말하는 모임이 바로 '객토문학' 동인입니다. 이 동인이 이번에 일곱 번째 동인 시집을 냈습니다. <88만원 세대>.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을 놔두고 기존에 노동문학을 좀 했다는 사람들이 다들 돌아 앉아 무관심하게 있으니, 여기저기 이름을 내고 다니던 분들이 어느 날 몸과 이름을 다르게 색칠하고 나자 아예 이름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노동문학은 노동문학 축에도 들지 않으니 '노동문학은 죽었다'는 표현이 사실 맞는 말인지 모른다."

"그러나 엄연히 노동문학을 하는 몇몇 그룹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노동문학은 죽었다는 말에 반대하지 않는다. 또한 다시 예전에 명성이 좀 있는 사람이 노동문학에 관심을 보이게 되자 노동문학이 다시 살아난다고들 한다. 정녕 그러한가? 지금까지 십 몇 년을 제 자리 지키며 노동현장과 노동자들의 삶을 노래해 온 '객토' 동인들은 사실 의문이다."

'객토문학' 동인 표성배가 책 말미에 적은 글 '삶과 문학 그 경계에 서서'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이런 발언을 이처럼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바로 왕성한 활동입니다. 창작입니다.

한 번 보시지요. 그리 말할 자격이 차고도 넘친다 하겠습니다. 개인으로나 집단으로나 이들만큼 이토록 시를 써 내는 이들이 있을까 싶지 않습니다. 먼저 1990년 만들어진 때부터 1997년까지 작은책 시집 <북>을 열 차례 냈습니다.

2000년부터는 동인시집을 펴냈습니다. 1집 <오늘 하루만큼은 쉬고 싶다>에 이어 <퇴출시대>(2001), <부디 우리에게도 햇볕 정책을>(2002), <호루라기>(2003), <그곳에도 꽃은 피는가>(2004), <칼>(2006), <쌀의 노래>(2007), <가뭄시대>(2008)를 거쳐 올해 <88만원 세대>까지.

이 가운데 <호루라기>는 창원 두산중공업 분신 자결 배달호 열사 추모 기획시집이고요, <쌀의 노래>는 한미FTA 반대 기획시집입니다. 기획시집은, 다른 데서는 보지 못하는 '객토'만의 독특한 활동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인 개개인도 대체로 개인시집을 한 권 이상씩 냈습니다. 문영규(<눈 내리는 저녁>)·이규석(<하루살이의 노래>)·이상호(<개미집>)·정은호(<지리한 장마,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표성배(<기찬 날> 등)·배재운(<맨얼굴>) 등이 그렇고, 아직 내지 않은 이는 늦게 합류한 박만자·노민영 둘뿐이랍니다.

가뭄시대(2008년).

여기에 더해 함께 활동하다가 지금은 20년 활동에서 시집 27권을 생산했으니 이리 왕성한 동인이 드문 편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말합니다.

"앞으로도 동인지를 통해 시대에 부응하는 기획물과 좀 더 폭넓고 깊은 눈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할 것이며, 낮지만 끊어지지 않는 목소리를 통해 노동현장과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을 시로 승화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객토'에게 주어진 의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해는 말았으면 좋겠다. 동인 각자의 삶이 2000년대 이루 시대의 흐름처럼 공장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직업의 다양성에 따라 시적 소재 또한 다양성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우린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뜻 그대로 일관되면서도 다양하게 하고 있고 또 해나가겠다는 다짐이 여기 들어 있습니다. 저는 이들이 믿음직스럽습니다. 어쨌거나, 이번 동인시집 <88만원 세대>에는 초대시가 많은 편입니다.

동인이 아닌 김양일·김영수·노창재·박구경·박덕선·양곡·염민기·오인태·이월춘·최상해·하재청·허영옥이 두 편씩을 보탰습니다. 동인들은, 노민영·문영규·배재운·이규석·이상호·정은호·표성배가 작품을 냈습니다. 두엄. 144쪽. 6000원.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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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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