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전에 다른 분들의 블로그나 카페 미니홈피 들에서 글을 읽을 때, 글 쓴 이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 한 적이 많았습니다. 나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어떤 동네에 살고 있을까, 등등.

내용이 같은 글이라도 글 쓴 이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게 읽을 수 있는(때로는 다르게 읽어야 하는) 소지가 있다고 봤기도 했고, 그래야 소통이 잘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때에 따라서는 이런 일을 하니까 이렇게 느끼고 이렇게 표현을 했겠구나,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겠거니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이들도 저와 같으리라 보고, 이번 블로그에 앞서 다른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 저의 이력을 되도록 자세하게 밝혔습니다. 몇 살이나 됐는지와 어디서 사는지와 지금 어떤 데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따위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도, 여태껏 간단한 이력을 넣거나 아니면 제 이름 뒤에 제가 맡고 있는 직책(職責, 책임지고 맡은 일)을 적어 넣었습니다. 제 글을 보시는 분들이 저에 대해 궁금해 하실 수도 있겠다 싶어 그리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이 짧았습니다. 어떤 분에게는 직책이 무슨 권위나 특권을 나타내는 ‘완장’ 쯤으로 비치기도 한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댓글에서 ‘그렇게 높은 데 있는 분이……’ 하시는 경우도 있고 무슨 뻐기려고 그렇게 적었느냐는 글투도 봤습니다.

이 때문에 참기가 좀 어려운 일까지도 생기더군요.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이라는 이름 뒤 괄호 안 직책을 보시고서, 댓글에다 “아무리 지방지가 후지다고 해도……”라거나, “언론노조 수준을 알 만하네……”라 적으셨을 때입니다.

어느 분이 짚어주신 대로, 제가 글을 잘못 썼다 해도 그에 대해서만 비난이든 비판이든 주시면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제가 들어 있는 단체나 조직까지 싸그리 욕하시니 그 단체나 조직에 못할 짓을 제가 하는 것 같기도 해서 사실은 견디기가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직책을 이름 뒤에 괄호를 쳐서 밝히던 일을 이제 그만하겠습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분 가운데 “이 글 쓴 녀석이 대체 무엇 하는 친구야?” 궁금해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로 말미암아 다른 엉뚱한 단체나 조직이 욕을 먹게 할 수는 없겠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어떤 인간인지 궁금하시면, 전자우편으로 물어주시기 바랍니다. 24시간 안에 답을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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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길 지음 | 현대문학 펴냄
한국전쟁 이후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보통 사람들의 암울한 삶을 해학적 필치로 그려낸, 소설가 윤흥길의 대표작으로, 권력의 피폐한 모습을 해학과 풍자의 거울로 들여다보았다. 해학성의 두루뭉실한 그릇에 담아 대상을 원천적으로 수용해버리는 웃음의 처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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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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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ed A 2008.04.15 14: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마트....' 포스팅을 보고 다소 공감하지 못한 분들 중 한 사람입니다.
    반감은 있었으나 댓글은 달지 않았지만 오늘은 한 말씀 드리고 갑니다.

    포스팅 내용에 대한 반대 의견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인신 공격성 댓글로 대신하는 비겁한 몇몇 사람때문에 자신의 소신을 접는 행동, 또한 언론인으로서 그다지 바람직스러워 보이진 않습니다.
    글을 읽는 대다수가 '직책을 완장으로 여기지' 않는 한 직책은 직책일 뿐입니다.

    이 포스팅이 의기소침해진 기자님의 모습을 보는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자신의 신념이나 주관이 객관성보다 더욱 중요하고 필요할 때, 비록 반감도 있을테지만 그보다 많은 공감을 위해 무성의하고 비겁한 소수는 때로 무시돼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단지 직책을 빼겠단 내용일 뿐이지만 행여나 앞으로의 글의 방향이 달라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
    감히 댓글 남깁니다.
    '악성 댓글'에 개의치 마시고 신념있는 글 계속 부탁드립니다. 용기 내십시오.

    공감할수 없어 추천은 안하고 갑니다.^^

    • 김훤주 2008.04.15 15: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 말씀대로 의기소침해져 있지는 않습니당.

      다만 우리 제가 몸담고 있는 신문사와 노조 지부에 미안한 마음이 들 뿐이고, 저로 말미암아 옳든 그르든 욕을 먹이는 일은 없어야겠다 이리 생각할 뿐입니다.

      저는 누가 뭐래도 저일 뿐이니 (신념이라기보다는) 그냥 제 방식대로 살아가고 글을 쓰고 할 뿐입니당. :-)

  2. 2008.04.15 2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장이면 어떻습니까. 악용하지 않았는데. 올라타지도 않았는데.
    '사람은 이름 값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바꿔보면 어떻겠습니까. '직책 값을 해야 한다'고. 직책 값을 못한 완장은 완장도 아닙니다.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이라고 했을 땐 직책 값을 하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이라고 여깁니다.

  3. 가별이 2008.04.16 0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의 소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좋은 글 앞으로도 많이 기대하면서 자주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