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직업인 것 같지만 알고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출입처의 한정된 사람들이나 동료기자 외에는 특별히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속내를 털어놓고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물론 제각각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유유상종이기 십상이다. 기자라고 해서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 특히 행정기관을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가끔 이런 충고를 한다.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을 반드시 체크해보라는 것이다. 그나마 형이나 누나, 동생, 어머니, 아버지가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와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걸 통해 출입처 공무원이 좋아하는 기사가 일반 독자에게는 얼마나 따분하고 재미없는 건지만 깨달아도 내 충고는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은혜 유정현도 있는 한나라당이 부자 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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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 일 전 나 역시 우리끼리 파놓은 우물에 빠져 있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있었다.

총선 직후인 지난 11일 30대 주부 한 분을 만나 선거 이야기를 하게 됐다.

한나라당의 과반의석 확보 얘기를 하면서 "앞으론 병에 걸려도 환자가 아무 병원에나 갈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더니 놀라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민영의보 활성화 정책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당장 "그런 걸 왜 신문에는 내지 않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는 집에서 <경남도민일보>와 <동아일보>를 구독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에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총선 최대쟁점 부상'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한 적이 있다고 응수했으나, "그렇게 보도하면 누가 알겠느냐"고 따졌다. '아파도 병원 아무데나 못간다'는 제목으로 내야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것이다. 또 그런 중요한 문제는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계속 신문에 내야 한다고 흥분했다. 그는 <동아일보>에서도 그런 기사는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왜 그런 나쁜 제도를 만드려 하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부자들 편'이라고 했더니 그럴 리가 없단다. 근거는 MBC 출신의 김은혜와 SBS 출신의 유정현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실과 한나라당에 갔는데, 어떻게 부자들 편이냐는 거였다. 한나라당이 그런 유명인의 이미지를 이용하는 거고, 그들은 출세를 위해 간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우리끼리' 파놓은 우물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결국 이 부분에서 그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그동안 나는 이런 설득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만 만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하고 쉽고 명쾌하게 '한나라당은 부자들 편'이라는 걸 입증할 논리를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만 그는 '아파도 아무 병원이나 갈 수 없다'는 것과 그걸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신문에 대해선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는 것 같았다. <경남도민일보>는 내가 권유해서 보는 거지만, <동아일보>는 어떻게 구독하게 됐느냐고 물었다. 상품권 3만원과 6개월 무료구독 조건이 맘에 들었단다. 기회다 싶어 이 때부터 조·중·동의 해악에 대해 침을 튀기며 설명했고, 마침내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로 바꿔보겠다는 말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나도 그동안 우리끼리의 우물에 빠져 있었지만, 진보운동가들 역시 진보끼리의 우물에 갖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자유주의가 왜, 어떻게 나쁜지 설득할 준비를 갖추지 못한 채 반대구호만 외쳐왔고, 이명박식 '선진화'의 실체가 무엇이며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 단순 명쾌하게 설명하는 논리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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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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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리내 2008.04.15 15: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진보진영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특히 민주당과 민노당이 협조했으면 합니다. 지난 5 년에서 아무런 교훈도 찾지 못한다면 참으로 암담한 미래가 올 겁니다. 이태리 총선에서 베를루스코니가 이긴 걸 보아야 합니다.

    • 김주완 2008.04.16 18: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 국민 중 한나라당 / 비한나라당 지지자를 나누면 비한나라당이 좀 많다더군요. 다만 비한나라당은 여러 세력으로 쪼개져 있기 때문에 한나라를 이길 수 없다는 겁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2. 핑키 2008.04.15 1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치의 정만 나오면 머리가 아파여 ㅋㅋ

  3. 금빛 2008.04.15 2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 백배입니다.
    한동안 제 의견에 수동적인 동생들과 대화하다가 과거 열열한 노사모였던 친구가 어느순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시작으로 술자리에서 언성높여가며 토론을 하였습니다.
    결국 다른 친구들에게 '정치이야기 하지말자' 하며 끝냈지만,
    반대논리를 서로 너무 준비했는지 끝이 없더군요.
    그날 모인 4명의 친구중엔 과거 전대협 행동대장 출신도 있었는데 이젠 정치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4. e-zoOMin 2008.04.16 02: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총선 때 진보진영의 선거운동 방법과 한나라당의 선거운동 방법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보진영이 열정만 내뿜지 말고, 정말 서민의 높이에 맞는 논리와 감성으로 다가가길 기대해봅니다.

  5. gungak 2008.04.16 15: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보 성향 신문들은 눈딱감고 조중동의 교육면을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아무리 조중동 어떻고 떠들어봐야 학부모인 엄마들이 교육면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정치/경제면도 보게되고 세뇌당하는 것입니다.

    한겨레도 교육면을 조중동처럼 만들어내면 고정독자들을 엄청나게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원전단지 삽입 지원등도 학부모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겠지요...

  6. 스르륵 2008.04.18 20: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리있는 말씀입니다. 저도 같이 근무하는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참 피상적으로 한나라당에 대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정당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 정확하게 말해 그들이 입안하고 추진하는 정책들과 그 진행과정을 싫어하는 것이지요.

    식당 아주머니께서는 한나라당을 지지하시는 분이십니다.
    그 아주머니에게 의료보험 민영화를 알고 한나라당을 지지하시는지 여쭤봤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몰랐다고 하시더군요. 그냥 공기업 민영화와 같은 거 아니냐고 되물으시길래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족한 정보로 지지정당과 정책을 선택해야 했다는 것을 곰곰히 되새겨봐야 했습니
    다. 그리고 한참을 의료보험 민영화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이야기했지요.

    그러고 나자 아주머니는 말도 안 되는 사실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셨나 봅니다.
    그래서 한 마디 드렸지요.

    "사람들이 던지는 한 표, 그 종이의 무게가 1g이 될지 몰라도 잘못 던져진 표의 무게는 어깨에 수십
    kg이 될 수 있어요.."

    그 아주머니에게 과연 현재 우리 생활을 좌우하는 정책들이 무슨 결과를 가져올지 정확하게 알려주
    어야 할 언론의 노력이 얼마나 기울여졌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종종 예리한 기사가 돋보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리고, 제발 국민들 생활이 어려워지지 않게 힘써주시길..

  7. 나만잘하면돼 2008.04.19 17: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신차리고 삽시다. 신라-백제, 동인-서인, 노론-소론, 남-북,,,,u-u.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