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역신문의 살 길을 '세세하고 소소한 지역밀착보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영어식으로 말하자면 '하이퍼로컬'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신문 경제면이나 문화면, 스포츠, 연예면에 들어가는 지역과 무관한 기사들도 모두 없애버리고 그야말로 자질구레한 우리동네 소식으로 채워야 한다고 본다. 전국적인 정치뉴스도 '칼럼'을 통해 이야기하는 정도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렇게 신문을 꾸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꿈꾼다.

오늘 '블로거's경남'에 올라온 '창원 봉림동의 비닐하우스 속 작은 음악회' 소식이나 실비단안개 님이 전해 준 진해의 한 공원에 핀 춘추벚꽃 이야기, 그리고 우리 동네의 한 식당에서 깍두기 김치를 담으려고 샀던 무우가 썩었더라는 이야기 등 수많은 블로거들이 전해준 소식들이 신문 지면을 가득 채우는 날을 꿈꾸는 것이다.

남해읍 동산마을 출신 인물의 해군 준장 진급을 축하하는 마을 향우회원들의 광고.


그런 신문은 광고도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 일단 광고 단가의 거품을 최대한 빼고, 10~20만 원쯤이면 누구나 광고를 실을 수 있는 가격으로 낮춰야 한다. 귀퉁이에 조그많게 들어가는 의견광고 크기가 아니라, 적어도 5단 통광고의 절반 내지는 1/4정도 크기로 말이다.

따라서 대기업이나 정부 및 자치단체광고, 그리고 중소기업 광고와 시민단체 광고, 일반 시민의 광고단가를 달리 하여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여 지금까지는 신문에서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개념의 개인광고가 넘쳐나야 한다. 동창회나 향우회는 물론 각종 단체의 행사도 펼침막(플래카드) 제작 비용정도면 신문에 광고로 실을 수 있어야 한다.

이미 그런 신문이 있다. 바로 경남 남해군에서 나오는 <남해시대>라는 주간지역신문이다. 광고 하나 하나가 해당 지역주민들에게는 '뉴스'이자 '정보'이며, 기록되어야 할 지역의 '역사'다.

고등학교 동창회 기수별 체육대회도 어김없이 신문에 광고로 실린다.


연안통발자율공동체 단합대회를 알리는 광고.


마을회관 준공식도 '섬호마을 주민일동'이라는 명의로 실렸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이런 청첩장 광고도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커플은 좀 더 용감하다. 둘의 사진을 실었다. '남해읍 흥안상회 큰 딸 윤혜 시집 가는 날'이라는 카피가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여기도 또 있다. 남해시대 신문의 청첩장 광고는 이제 뿌리를 내린 것 같다.

딸을 결혼시킨 후 신부측의 부모가 실은 인사 광고다. 10~20만 원이면 일일이 편지로 보내는 것보다 싸게 먹힐 수도 있다.


부음광고는 아니고 급작스런 초상을 치른 후 찾아주신 조문객들에게 드리는 인사 광고다.


주간신문의 특성상 급작스런 부고를 신문에 싣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처럼 장례를 치른 후 인사를 올리는 광고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 양산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한 박희태 의원 당선을 축하하는 광고다. 서울에  사는 남해군 향우회가 실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김두관 행자부장관 임명과 박홍수 농림부장관 임명 때도 비슷한 축하광고가 지면을 뒤덮을 정도였다.


이건 서울에 사는 남해 중학교와 제일고등학교 동문회가 실은 광고다.


당선자 본인은 당선사례광고를 할 수 없지만, 이렇게 제3자가 하는 건 선거법으로도 막지 못한다.


헉! 한나라당 남해군당협의회도 당원대회를 알리는 광고를 실었다.

부산에 있는 차면마을 향우회 광고다.


초등학교 후배들의 서울나들이를 환영하고 동문회 정기총회를 알리는 광고다.


서울에 사는 향우가 한가위를 맞아 고향 사람들에게 드리는 인사 광고도 있다.


이건 정말 다른 곳에선 보기 드문 광고였다. "지난 9월 22일 밤 사이에 남해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우리 연합회 소속 막내둥이 박계동 회원이 운영하는 가두리양식장에 누군가가 침범하여 그물을 고정시키고 있는 두꺼운 줄을 모조리 절단해버린 범행을 저질렀습니다....박계동 회원은 평소 착실하고 성실하기로 소문난 회원입니다."


이런 광고가 실리는 신문은 나와 동갑내기인 김광석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남해시대>이고 베를리너 판형으로 매주 24면과 추가로 <시대장터> 4면을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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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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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부인권 2009.11.15 2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생각입니다.
    남해가 이런면에서 참 앞질러 간다고 생각합니다.

  2. 김경민 2009.11.15 21: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에서 지역언론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볍게 시작한 수업이었는데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현 지역언론이 처한 상황에 마음이 답답해 지더군요.. 그렇다고 한숨만 쉬어 무엇하겠습니까? 전 저의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하겠습니다!!^^ 김주완, 김훤주 기자님들과 같이 지역언론을 위해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일을 포함해서요~~ 퐈이팅!!!!

  3. 실비단안개 2009.11.15 2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봤습니다.
    좋으네요.^^

  4. 커서 2009.11.15 22: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역신문만 아니라 중앙지도 생각을 좀 바꿔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한겨레에 그런 일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트랙백 걸었습니다.

  5. 김형섭 2009.11.16 1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지역신문다운 면모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런 모습이 지역주민의 지역주민에 의한 지역주민을 위한 신문이 아닐까요 ㅎㅎ

  6. 유림 2009.11.16 1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정말 멋진 아이디어 같습니다.
    발상의 전환 같은걸요
    신문 광고는 정말 아무거나 실을 수 없지않나 하는 고정관념을 확 깨우는..
    지역 밀착형 광고 너무 멋집니다.

    그러면 더불어 신문 구독 부수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정말 재미있는 생각같은데...해보면 좋겠어요...

  7. 긱스 2009.11.16 13: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타가 있습니다. ^^ / 준당 => 준장 으로 / 잘읽었습니다.

  8. 장영철 2009.11.16 13: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신문이 지방지인지? 중앙지인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독자와 눈높이가 접근해 있느지가 오히려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보물섬을 만드시길...

  9. 林馬 2009.11.16 14: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광고를 보는 눈이 기발하네요^^*

  10. 푸른옷소매 2009.11.16 17: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역에 살고 있으면서도 지역신문이나 방송에, 그리고 지역뉴스에 관심 없는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지금은 좀 더 과감한 전환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지역신문만 봐도 지역의 중요한 뉴스를 다 만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맛있는 집, 할인광고, 개업. 지인의 결혼식, 아이돌잔치... 이런 광고를 신문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면 지역신문보는 재미가 쏠쏠하겠군요.

    서울 중심의 뉴스... 지겹고 재미없습니다.

    도민일보가 먼저 시도하시리라 믿으면서... 화이팅!

  11. shlee28 2009.11.17 00: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해시대 ... 이런 신문이 있었다니 ㅎ
    이것이 어떻게 보면 진정한 의미의 대안저널리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그런데 이 신문 ... 많이 볼까요?
    저만 하더라도 신문을 볼테면 중앙지를 보지 지역신문 잘 안봅니다 그리고 지역뉴스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구요 ㅎ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 그러지 않을까요 ㅎ

  12. 멋진그대 2009.12.08 1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멋진 '남해시대'군요..
    응원합니다..
    지화자~~

  13. 유자향기 2010.01.11 1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광고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군요.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