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트위터를 보다가 우연히 '전교조 작년 14명 해임…사상 최대 징계'라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제목을 보면서 '에이, 사상 최대는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89년 전교조 결성 때 이미 1000명이 넘는 교사가 해직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 분들은 10년의 고통을 겪은 끝에 1999년 복직돼 교단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직기간의 경력과 호봉을 인정받지 못해 완전한 원상회복이라 할 수 없는 불완전한 복직이었죠.

저는 80년대 교사협의회 시절부터 전교조를 지지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1999년 복직 당시 인정받지 못한 경력과 호봉을 나중에라도 반드시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이명박 정부에서 해직 또는 징계당한 교사들도 원상회복되어야 합니다.

최근 전교조가 경남도민일보에 게재한 부당징계 철회 요구 광고.

전교조 역시 복직투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교조가 이번 해직교사 복직투쟁과 아울러 반드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전교조가 1999년 합법화와 해직교사 복직 때 함께 해결하지 못했던 원죄이기도 합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1989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000여 명의 교원노조 해직교사 문제이며, 두 번째는 1989~1990년 전교조 선생님들을 지키기 위해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고교민주화 운동 퇴학생들입니다.

3008명의 교원노조 해직자는 누가 해결해줄까?

알다시피 1960년 4·19혁명 직후 전국적으로 번진 한국교원노조총연합회(교원노조)로 인해 5·16쿠데타 직후 해직된 교사는 공식적인 집계로만 3008명에 달합니다. 전교조 해직교사 수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입니다. 게다가 그 때 해직된 교사들 역시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는 동시대의 인물입니다. 하지만 모두 80대가 넘는 노인들이어서 스스로 나서서 해결할 힘이 없는 분들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문 속 '전국 시도별 교원노조 해직자 수'. 공직집계에만 3008명에 달한다.


법적으로 따져봐도 1989년 전교조 해직 때보다 1961년 교원노조 해직의 불법성이 훨씬 더 명백합니다. 이에 따라 국가기구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조차 '법적 근거없는 해직'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
박정희가 해직시킨 교사 3008명 아직도…)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정희가 해직시킨 3008명은 아무런 구제를 받지 못했고, 노태우가 해직시킨 1000여 명만 (불완전하게나마) 복직이 이뤄졌습니다. 제가 아쉬워 하는 것은 1999년 전교조 합법화와 복직 당시 전교조가 박정희 시대의 선배 해직교사 문제까지 함께 공론화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1989년 전교조 출범당시 경남지역 중고등학생의 전교조 지지투쟁 현황.

이건 제가 생각할 때 당위나 법적인 문제이기에 앞서 인간적인 문제입니다. 해직 상태에서 10년을 고생한 전교조 조합원은 구제되는데, 38년을 고생한 교원노조 조합원들은 아무도 챙기지 않았다는 것은 역사의식의 부재이거나 인간성의 상실입니다.


따라서 이왕 전교조가 다시 한번 해직교사 복직투쟁에 나서게 된다면 교육민주화를 위해 앞서서 몸을 던졌던 선배들도 함께 챙겨드리는 모습을 꼭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전교조 지키려던 제자들의 피해

또 하나는 바로 제자들의 문제입니다. 이건 굳이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전교조 선생님들이라면 다 아는 문제입니다.

전교조 교사가 해직당할 때, 선생님을 지키고 전교조를 엄호하기 위해 고교민주화운동에 나섰던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퇴학당했습니다. 심지어 항의자살까지 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나중에라도 검정고시를 통해 고졸 학력을 따기도 했지만, 아직도 '퇴학생'이라는 사회적 빨간 줄과 중졸의 학력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교조는 1999년 자신들이 복직할 때 그 제자들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모르긴 하지만 그 제자들이 느낀 선생님들에 대한 서운함은 어땠을까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제가 2006년에 썼던 글을 링크해둡니다. (☞ 전교조에 가입한 '폭력교사')

죄송합니다. 지금 전교조도 박정희 못지 않은 정권을 만나 고생하고 있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네 할 일이나 잘 해라 하시면 할 말도 없습니다. 그러나 전교조가 진정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라도 언젠가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였음을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두 가지 모두 해결의 키를 갖고 있는 것은 정권입니다. 하지만 전교조가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관심가져 주지 않을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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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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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5 14: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임수태 2010.01.05 17: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군요. 전교조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와는 관계없이 좋은 지적입니다.
    교원 노조하시다 잘린 80대가 넘은 분들의 문제도 그렇지만 선생님을 지키려다 잘린 학생들의 경우는 더욱 가슴 아프네요.
    김부장의 문제제기를 계기로 이것이 공론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 서녘별 2010.01.05 17: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당시 고교생협의회 활동을 하다 징계 먹기도 했어요. 그 후 해직교사들과 학생 일부는 민주화보상을 받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죠.... 벌써 20년이 넘은 옛 일이 돼 버렸네요.

    • 김주완 2010.01.05 19: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그러셨군요. 여기 경남에선 당시 퇴학생들이 학교의 사과와 복학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 승리한 일도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4. 모과 2010.01.05 2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 번에도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김기자님 글을 읽으려고 오른 쪽 화살표를 끌어 내리면 밑의 글들이 전부 새까맣게 보입니다.
    어떤때는 화면을 확대하면 글이 모두 새까맣게 변해요.
    글을 읽을 수가 없어요.ㅠㅠ
    이상합니다.

    • 모과 2010.01.06 07: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늘 아침 여러번 시도 끝에 겨우 읽었습니다.
      이상하게 이곳만 몇번 그러네요.

    • 김주완 2010.01.06 0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죄송합니다. 스킨을 바꾼 후부터 익스플로러 7 이하에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계속 고쳐보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잘 안 되네요.
      우선 다음뷰 창을 제거하면 보이긴 합니다.

      빨리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