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해도 씨알이 안 먹힌다. 4대 강 파헤치기도 그렇고, 세종시도 그렇고, 언론장악도 그렇다.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속된 말로 그냥 '생 까는 정부'다. 명백한 잘못을 지적해도 그냥 생 까면 그만이다. 제기되는 온갖 의혹에도 해명조차 하지 않는다.

하긴 100만 명이 촛불을 들고 나서도 꿈쩍도 않는 정부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들이 총을 맞아 인생이 무너져 내려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인터넷에나 호소해봐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G20 정상회의 홍보에 열을 올린다. 언론도 거기에 부화뇌동한다.

책을 읽던 중 동유럽의 독재국가 벨로루시의 아이스크림 몹을 봤다. 1994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루카센코는 지금도 대통령이다. 이 나라에 야당은 없다. 2006년 선거에서 루카센코가 또다시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되자 1만 명의 시민들이 부정선거의 결과라며 민스크의 옥티아브르스카야 광장에 쏟아져 나왔다.

선거에 앞서 모든 반대세력을 진압하겠다고 공언했던 루카센코 정부는 수백 명의 시위자들을 체포했다. 시위는 위축됐다. 경찰은 다시 시위가 벌어질까봐 감시의 눈을 번뜩였다. 2008년 한국의 촛불집회가 위축되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5월, by_mob이라는 사람이 블로깅 소프트웨어인 라이브저널에 플래시 몹을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그냥 옥티아브르스카야 광장에 나와 아이스크림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암울했다. 경찰이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사람들 몇 명을 연행해 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금은 표준이 되어버린 패턴, 즉 다른 참가자들이 디지털 사진을 찍어 플리커, 라이브저널, 기타 온라인 사이트에 올려 모두 자료화되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앤디 카빈 같은 블로거들과 이튼 주커만처럼 기술이 사회 변화의 도구로 이용되는 사례를 취재하는 정치 블로거들이 이 사진들을 다시 유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벨로루시의 폭압적인 이미지는 민스크 너머로 멀리 퍼져 나갔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잡아 가두는 것만큼 경찰국가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장면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갤리온)에서 인용.

그래! 나도 적당한 날과 장소를 잡아 아이스크림이나 먹어야 겠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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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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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6 1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osaekri 2010.01.16 1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요.
    쭈쭈바 하나씩 먹으러 광장으로 나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
    아이스크림도 값이 만만치 않아서요.
    그런데 고민입니다.
    쭈쭈바도 색깔을 잘 골라야 하나요?

  3. 거다란 2010.01.16 12: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스크림 같이 먹으러 가죠. 청와대 앞에서 빵빠레 먹고 있으면 잡아갈 거 같은데...

  4. mazefind 2010.01.16 12: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디어는 좋은데 그걸 지금 실행하기엔 너무 춥네요 ㄷㄷㄷ 날좀 풀리면 실행해볼만한데요.

  5. 까만도화지 2010.01.16 16: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봤습니다. 정말 암울하기만 합니다. 도대체 언제 햇살이 비추일지...

    "언론도 거기에 부화뇌동한다" 이 대목에서 더욱 가슴이 답답합니다. 언론이 부화뇌동을 하는것이 아니라
    외려, 꺼리를 만들어내고 정권을 그쪽으로 끌고가고있는 현실을 보면, 정말 미칠것 같습니다.
    모든 언론이 그러하지 않음 물론 잘 압니다. 기자님같은 분들 많은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부탁드립니다. 기자님 선배 후배 친구들 모두 기자들 아닙니까?
    그 기자분들이 모두 깨어난다면 정권이 이리도 뻔뻔스럽게 막나가지는 않을것 아닙니까?
    선배라 , 후배라, 상사라서 잘못된것을 그냥 눈감고 한숨이나쉬고 쏘주나 한잔하고 홀로 털어버리면,
    그 한사람 의 체념 만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그저 '아이스크림이나 빨아먹어야만하는 방식의' 처절하고 소극적 저항의 눈물어린 그 상황이...
    되어버리지 않겠습니까?
    그 상황이 된다면 가장큰 죄인은 언론 아닐까요?

    또한 이러한 언론의 문제는 개개의 시민이 해결할수 없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정말로 기자님들
    스스로의 각성과 노력에서 시작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 스스로가 지연 학연 인연 모두 버리고
    투사의 심정으로 나서주셔야만, 그래야만 그나마 조금이라도 시작해 볼 수 있을겁니다.

    언론의 문제를 넘어서지 않고는, 결코 저들의 야욕을 꺾을수 없을것입니다.

  6. Heinrich 2010.01.16 16: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그럼 저도 가까운 곳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어야 겠습니다. 비싼거 말고 좀 싼걸로.. 날이 춥긴 하지만, 이열치열이란 말도 있으니, 추운데 시원한거나 하나 먹어봅시다.

  7. A2 2010.01.17 0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과거에도 쥐박이 같은 넘이 있었군요.
    우리나라는 마스크 썼다고 잡아가잖아요. ㅡㅡ^

  8. 2010.01.18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9. 나고야통신 2010.03.01 2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깐다.
    일본어를 한국말로 적당히 번역해서 쓰시는 말 같읍니다
    나름대로 관록있는 불로거 께서 좋은우리말을 쓰도록노력 합시다

  10. biklbloger 2010.03.23 1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을 쭉보고 든 생각인데... 아이스크림은 상징적인 의미가 좀 떨어지는 듯 합니다. 문화부앞에서 '쥐포'를 구워서 먹고, '과일촌'을 마시면 어떨까요? 아마 이렇게 되면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무슨 의미인지 쉽게 알 수 있을것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