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오후였습니다. 경남도민일보 광고고객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내일자 신문에 부음광고가 나가는데, 상주들 이름을 확인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경남도민일보는 자사 임직원이 상을 당했을 때, 회사 차원에서 무료로 부음광고를 내는 관행이 있습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저는 이미 사직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저 '전직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내려는가 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마치 아직 재직 중인 것처럼 '당사 편집국 뉴미디어부 부장 김주완 대인 김해 김공(두평)께서 금월 2일 오전 6시 30분 숙환으로 별세하셨기에 부고합니다'라고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저희 블로그를 통해서, 또는 미디어오늘이나 미디어스, 기자협회보 등 매체를 통해 저의 사직이 널리 알려진 상태에서 나온 이 부음광고를 보고 참 난감했습니다.


이유를 알고 보니 그 때까지 아직 저의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상중에 황망한 상황에서 그걸 갖고 따지기도 뭣하고 해서 그냥 지나가고 말았습니다만, 저로서는 참으로 입장이 난처했습니다. 사실 지금에야 털어놓는 말씀이지만, 저는 그 때 이런 부음광고보다 10면 알림란 한 귀퉁이에 그동안 경남도민일보가 실험해온 새로운 형식의 서술형 부음기사(☞ 이런 '부음(訃音)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가 실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저로서는 원하지 않은 신세를 진 셈이고, 그 때문에 상중에도 계속 찜찜했습니다. 그 부음광고를 보고 조문을 온 분들 중 저의 사직 사실을 모르고 오신 분도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조문객들에 대한 감사광고를 경남도민일보 해당지면에 내자'는 것이었습니다. 삼우제(三虞祭)를 지낸 후 홀로 고향 집에 남아 광고문안을 작성해 보낸 후, 광고료를 입금했습니다. 광고료는 50만원+부가세=55만 원이었습니다. 그래서 3월 9일자 경남도민일보 2면에 18cm*17cm 크기로 나온 게 바로 아래의 광고입니다. 속칭 5단 통광고의 절반 크기입니다. (이 광고에는 제가 사직했음을 알리는 문구도 넣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다른 상가에 문상을 다녀온 후 잊혀질 때쯤 날아오는 감사인사 편지가 너무나 형식적이고 의례적이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런 편지는 (보내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제대로 읽히지도 않고 휴지통으로 직행하기 일쑤였죠.

그래서 광고료가 우표값보다는 좀 더 들지 몰라도, 지역신문에 이렇게 감사광고를 내는 게 요즘같은 스팸성 광고우편물의 홍수 속에 하나의 대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크기만 조정하면 30만 원 정도에도 광고를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괜찮은 지역신문을 돕는 결과도 되고, 일일이 문상객들의 주소를 파악해 적어보내야 하는 수고로움도 덜게 되니 일석이조가 아닐까요?

물론 문상객 모두가 이 광고를 본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한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정착이 되고 나면 하나의 문화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미 지역주간지인 남해시대와 남해신문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남해군에서는 인사 편지 대신 이렇게 신문광고로 대신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신문에서 이런 정겨운 광고 보셨나요?)

※혹 경남도민일보에서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이 블로그에도 감사인사 전문을 올려둡니다. 정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삼가 머리 숙여 인사드립니다

지난 3월 2일 저희 아버지(김해 金씨 斗자 坪자)의 상례에 바쁘신 중에도 경향각지에서 찾아와 문상과 조의를 표해주시고 저희의 슬픔을 위로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여러분의 배려와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올려야 마땅한 도리이지만, 우선 제가 재직했던 경남도민일보 지면을 통해 이렇게 마음만 전해 올립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를 바라옵고, 앞으로 각 가정의 대소사 때 꼭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희 형제자매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항상 나누고 베푸는 삶을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2010년 3월 9일 경남 남해군 서면 대정리에서
아들 김주완 주인
며느리 김막달 안현주
딸 김영숙 혜숙 주숙 주희 정원 성인
사위 김진관 장문융 김욱영 이우철 김상희 권재현
손자 김태윤
손녀 김리나 관희
외손자 장석철 장훈창 김봉주 이정후 이정준 김기범 권량호 권남호
외손녀 김소영 김혜영 김난지 김민지 김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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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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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심원 2010.03.11 1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님께서 평안한 안식을 누리시길 다시기 기원합니다.
    님처럼 기존의 한문투인 부고장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글전용신문에서도 부고 등은 꼭 한문와 한문투를 사용하는 일이 다반사거든요.

  2. 실비단안개 2010.03.11 13: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3. 주주아들 2010.03.11 1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4. 사랑 2010.03.11 22: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주완 기자님 힘내셔요!!!

  5. 크리스탈 2010.03.12 0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저런일로 경황이 없으셨을텐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멋쟁이 할아버님은 그곳에 가셔서도 인터넷으로 소통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좀 쉬시면서 건강 챙기시면 좋겠습니다.
    건강해야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실 수 있으니까요....

  6. 유림 2010.03.12 08: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지방지를 볼때면 꼭 먼저 보는 면입니다.
    아는 사람 이름이라도 찾으면 왠지 더 기분이 좋더군요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같이 나눌수 있는 지면에
    퍼뜩 알수 있는 광고라면 더 친밀함을 느낄수 있을 것 같은데요.
    부고, 축하 등의 글들 사실 좀 너무 형식적이고 딱딱해요
    어려운 글자도 많고요 ㅎ

    기사나 알림이나 빠른 전달과 이해가 목적이라면
    좀 쉽게 한번에 무슨 뜻인지 알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럼 글이 너무 길어질래나?

  7. 최진순 2010.03.12 14: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또 김 선배님의 모습을 보고 배우게 됩니다. 서울 오실 때 연이 닿는다면 한번 뵈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8. 임종만 2010.03.12 17: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신상의 문제도 있는데 또 큰 일을 당하셔서 많이 힘들었겠습니다.
    이제 모든것 잊으시고 새로운 희망과 보람에 푹 빠지십시오^^

  9. 2010.03.13 0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0. 정운현 2010.03.14 01: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참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형식에 얽매일 것도 없고, 번거로움도 덜구요.
    또 신문사에도 조금이라도 보템도 될 것 같네요.

    짬이 나시면 바람도 쐴 겸 해서 서울 나들이 한번 하시구려!!

    • 김주완 2010.03.14 15: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네.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전 혹시 이렇게 간단하게 때우는데 대한 질책을 우려했는데...

      이번 주말에 서울 가려고 하는데, 연락 드리겠습니다.

  11. Bluepango 2010.03.14 2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늦게 나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