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신한카드는 독하고 우리은행은 점잖다

저도 다른 여느 사람들처럼 신용카드를 몇 개 쓰고 있습니다. 국민카드 BC카드 우리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등입니다.

삼성카드는 여러 모로 이로운 점이 많은 줄은 알지만 삼성이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바람에 저도 삼성카드를 허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살다 보면 어쩌다 한 번씩 거래하는 은행 계좌에 잔고가 모자라 대금을 제 때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 잦지는 않지만, 제가 살림이 풍성하지 못하기에 한 해 두세 차례 정도는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지난 2월에는 제가 다니는 경남도민일보에 편집국장 임명 동의 투표가 부결되는 등 크게 사단이 생기고 해서 제가 넋을 놓고 다녀서인지 우리카드와 신한카드 대금이 연체가 됐습니다.

신한카드에는 5만원 남짓, 우리카드에는 11만원 남짓이 제 때 출금되지 못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연락을 주는 내용과 방법이 아주 달랐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를 두고 '추심(推尋)'이라는 말을 쓰나 봅니다. "찾아내어 받거나 가짐"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추심을 위해 은행이나 카드회사에서 전화질을 합니다.

우리은행은 이랬습니다. "김훤주님, 우리은행 대출금 상환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깜박하신 모양인데요. 일부만 입금이 되고 11만원이 모자랍니다. 잊으신 것 같아서 알려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돈을 넣었느냐, 넣엇다면 언제 넣었느냐, 넣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넣을 것이냐, 넣을 계획이 없다면 왜 그러느냐 이렇게 따지지 않았습니다. 전혀 묻지도 않고 그냥 "알려드립니다"라고만 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모자라는 돈 11만원 남짓을 바로 우리은행 통장에 집어넣었습니다.

반면 신한카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신한카드와 합쳐지기 전에부터 엘지카드를 한 번씩 써 왔는데, 신한카드에서 걸려 온 전화는 이랬습니다.

"김훤주님, 연체된 것 아시지요? 사흘 전 시점에서 연체돼 있는데 그 사이 입금을 하셨는가요?" 여기서 저는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됩니다. "그러면 언제 정도 돈을 넣으실 생각인지요?" 제 입에서는 "나도 모르겠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전화 건너편에서는 '왜 이러시느냐'는 투로 "언제 내실는지 일러주셔야 서로에게 좋습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즈음에서 슬그머니 전화를 끄고 맙니다.

신한카드 전화는 이튿날에 또 걸려 옵니다. 이들은 지치는 법이 없습니다. 저는 신한카드 대금은 밀릴 수 있는 데까지 밀어 두었다가 냈습니다.

신한카드는 이밖에 손전화 문자로도 대금을 넣어라고 독촉을 해댑니다. 날마다는 아니지만, 이틀에 한 번 아니면 사흘에 한 번 꼴로 또박또박 찍혀 나옵니다.

문자메시지.

영수증.

"신용 평점 관리 바랍니다. 입금 부탁드립니다."이쯤 되면 저는 옛날 생각이 납니다. 친한 후배 한 녀석이 급히 쓸 일이 있다면서 사정을 하기에 엘지카드로 500만원 대출을 해 준 적이 있습니다.

당시 후배는 사정이 어려웠는지 제 때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했나 봅니다. 그랬더니 엘지카드에서 전화가 걸려 왔고 그것을 제가 고스란히 당해야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자와 원금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그에 걸맞게 연체 이자를 물면 그만입니다. 연체 이자를 물다가 계약이 정한 기간에도 갚지 못하면 정해진 절차를 거쳐 추심을 해 가면 그만입니다.

그러니까 "왜 갚지 않느냐?" "떼어먹을 작정이냐?" "사람이 이러면 되느냐?" "돈을 빌렸으면 당연히 갚아야 하지 않느냐?" 하면서 마치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궁지로 몰고 죄인 취급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바로 엘지카드(그리고 지금 신한카드)가 그런 따위로 추심을 했습니다. 물론 그 친구가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줄 나중에 눈치를 채고 제가 어렵사리 청산을 하기는 했지만 참 씁쓸했습니다.

이런 기억까지 한꺼번에 얽혀드니 정말 참기 어려웠습니다. 신한카드에게 우리은행처럼 추심해 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제가 신한카드를 떠나는 수밖에요.



그래서요, 한 달만인 3월 8일에 밀린 돈 5만958원을 갚고 나서, 바로 그 신한카드를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말았습니다.

김훤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글쓴이 : 김훤주

트랙백 주소 :: http://2kim.idomin.com/trackback/1456 관련글 쓰기

  1. Subject: 설마 설마 설마..... 명의도용 반드시 확인하기!!

    Tracked from 불러불러블로그 2010/03/18 00:54  삭제

    옥션이나 GS칼텍스 하나로 통신 등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온 사회가 시끌벅적하고 집단 소송으로 비화되는 등 한동안 시끄러웠던 시기가 지나고 잠잠해 지는 가 했지만.. 오늘 또 사상 최대 규모인 20,000,000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 되었다고 합니다. 대형 쇼핑몰 등 개인 정보 유출의 진원지로 일컬어지던 곳이 여지없이 또 무너지네요. 역시나 개인정보 문제는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되기 전까지 따라다니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정보..

  2. Subject: 대출금 연체로 인한 독촉에 시달리다 발견한 시원한 글

    Tracked from No Problem, No Spirit! 2010/05/07 18:43  삭제

    대출금을 연체하기 시작한지 대략 열흘 정도 된 듯 하다. 한 곳에서 정상적으로 전화를 받아도 하루 최소 4번, 금융사가 6~7개 쯤 되니 대략 하루에 25통 정도는 전화를 해댄다. 심하기로 소문난 사금융들이다 보니 한번 통화할 때마다 기분이 무지무지 가라앉아 일에도 지장이 되어서 요즘은 전화를 안받고 있다. 죄인취급 받는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그럴꺼면 왜 빌렸냐는 식이다. 그네들은 내게 불이익을 받을 거라는 협박(?)은 물론 연체는 사람이 할 ...

질문, 에어컨 공기는 식물에 어떤 영향 미칠까?

간간이 비가 내리긴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덥다. 올 여름은 특히 후텁지근한 것 같다. 습기도 높고 불쾌지수도 높다. 사무실의 내 자리 옆에는 분재가 하나 있다. 무슨 나무인지는 잊어버렸다. 내 자리 옆으로 오게 된 지는 2개월..

내가 신문 1면에 반성문을 쓴 까닭

나는 신문을 진보와 보수로 편을 가르는데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저 올바르고 정의로운 신문이냐, 사이비 기회주의 신문이냐로 나눌 수 있을 뿐이다.(☞경향·한겨레가 과연 '진보 언론'인가?)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신문을 그렇..

고향서 먹은 생물 갈치구이, 역시 이 맛!

어제(21일) 오랫만에 고향집에 다녀왔다. 9월 초에 돌아오는 어머니 제사를 앞두고 제사용품과 그릇 등을 가져오기 위함이다. 이번 제사부터 처음으로 고향집이 아닌 내가 사는 마산 집에서 모시게 된다. 고향집이라곤 하지만 어머니..

막내 남동생에게서 받은 만년필 선물

나는 8남매 중 다섯째다. 위로 누나가 넷 있고, 아래로 여동생 둘, 막내로 남동생 하나가 있다. 나는 장남이다. 손위 매형 네 분과 손아래 매제 둘도 모두 장남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큰 매형은 장남인 내가 어렸던 탓에 맏사..

주대환 "야 4당 통합후 민주당 흡수해야"

주대환. 마산 출신의 진보정치 사상가다. 나이는 56세.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을 거쳤지만, 지금은 소속된 정당이 없다. 지금 그의 공식 직함은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다. 원래 마산 출신인 그는 서울대를 다니다 학생운동으로..

편집국장을 맡은 후 양복을 입는 까닭

신문사 편집국장을 맡은 후부터 평일에는 계속 양복 차림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평소 저와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좀 낯설게 보였나 봅니다. 얼마 전 어떤 분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왜 계속 양복을 입고..

기자보다 훨씬 글 잘쓰는 개그맨들

"하늘나라 선녀님들의 의상이 더 예뻐지겠네요." 개그맨 김제동이 앙드레 김의 타계 소식을 듣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의 한 구절이다. 김제동 말고 어떤 글쟁이가 이렇게 멋진 추모사를 쓸 수 있을까? 김제동의 촌철살인은 평소..

중앙일보의 노골적 불법 판촉, 딱 걸렸네

블로그를 하다 보니 참 재미있는 일이 많다. 그 중 하나는 내가 사는 지역을 벗어나 전국에서 각종 제보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아래 사진은 전라북도에 사시는 한 독자께서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보내 주신 것이다. 한 식당의 벽에..

꼬부랑 할머니와 젊은 여성의 아름다운 동행

토요일은 신문사의 휴일이지만, 간부 교육이 있어 택시를 타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택시가 회사 앞 신호등에 걸려 신세계백화점 맞은 편 육교 옆에 멈췄을 때였습니다. 육교 계단으로 한 아주머니가 꼬부..

김태호 총리후보는 왜 계란후라이를 태웠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1시간 전(6시 30분쯤) 자신의 트위터(@hohodamo)에 아래와 같은 글과 사진을 남겼네요. "미숫가루에 우유 섞어 한잔 아~양이작다. 그래서 계란후라이, 다탔다. 라면은 자신있는데... http..

내가 신문 1면에 반성문을 쓴 까닭

나는 신문을 진보와 보수로 편을 가르는데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저 올바르고 정의로운 신문이냐, 사이비 기회주의 신문이냐로 나눌 수 있을 뿐이다.(☞경향·한겨레가 과연 '진보 언론'인가?)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신문을 그렇..

중앙일보의 노골적 불법 판촉, 딱 걸렸네

블로그를 하다 보니 참 재미있는 일이 많다. 그 중 하나는 내가 사는 지역을 벗어나 전국에서 각종 제보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아래 사진은 전라북도에 사시는 한 독자께서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보내 주신 것이다. 한 식당의 벽에..

아내가 남편 사무실에 보낸 꽃바구니

경남도민일보는 사원윤리강령과 기자실천요강에서 취재원으로부터 1만 원 이상의 선물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면 인사이동이나 승진 때 의례적으로 들어오는 축하화분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한국사회의 오랜 관행으로 보내오는..

[10문 10답]블로그가 결국 직업이 되었습니다

좀 멋쩍네요. 그동안 블로그에 대해 여러 포스팅이나 서면인터뷰도 적지 않았는데, 다시 쓰려니 새삼스럽기도 하네요. 이 블로그의 공동운영자인 김훤주 기자가 저를 지목한 것도 좀 그렇고, 저를 소개한 내용도 손발이 다 로그아웃되려..

지저분한 곳에서도 일출은 아름답다

일출은 언제, 어디서 봐도 아름답다. 낮에 가까이 가보면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바닷가에서도 일출은 아름답니다. 붉은 햇살이 세상의 더러운 것을 가려주는 효과인 것 같다. 그래서 일출 때 찍은 사진만 보..

단체수련회 가면 좋을 부산 제1호 국민호텔

어제(12일) 부산에 다녀왔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의 간부수련회에서 '인터넷을 통한 소통'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노동조합이 간부교육에서 이런 주제를 다루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기..

삼천포대교 일대에서 엉겨붙은 봄과 바다

어린이날 하루 전날, 삼천포대교를 다녀왔습니다. 아니 제대로 말하자면 창선-삼천포대교가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다녀와서 찾아봤는데 창선-삼천포대교가 맞더군요. 삼천포대교는 창선-삼천포대교를 구성하는 여러 다리 가운데 하나일 뿐..

편집국장을 맡은 후 양복을 입는 까닭

신문사 편집국장을 맡은 후부터 평일에는 계속 양복 차림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평소 저와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좀 낯설게 보였나 봅니다. 얼마 전 어떤 분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왜 계속 양복을 입고..

이렇게 보니 마산도 제법 아름답네요

장마철입니다. 세상이 온통 흐리고 어둡습니다. 이런 장마철에도 가끔 시야가 깨끗해질 때가 있더군요. 모처럼 비가 개였을 때 구름은 있지만, 평소와 달리 뿌연 공해가 없어 선명한 시야가 펼쳐집니다. 요 며칠간 간간이 개였을 때..

만년필 마니아가 비싼 노트를 쓰는 이유 : 시아크

나는 필기구를 좋아한다. 특히 만년필로 글쓰는 걸 즐긴다. 만년필로 글쓰기를 하다보면 종이 지질도 따지게 된다. 잉크를 잘 흡수하면서도 번짐이 없어야 한다. 종이가 지나치게 매끈하여 글을 쓸 때 미끈거리는 느낌이 들면 만년필로..

'추적 60병'이라는 술집 간판을 보고…

제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는 경남 마산 어린교 오거리에 있습니다. 양덕동인데요, 큰길을 건너면 사보이호텔 있는 쪽 산호동이 됩니다. 점심 때 밥먹으러 길 건너 산호동으로 가곤 하는데요, 어제 사보이호텔 뒤쪽으로 해서 돌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