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산시 부시장실에 들어가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현재 마산부시장은 김영철(54) 지방부이사관입니다. 황철곤 마산시장이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으로 직무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김 부시장이 마산시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김 부시장의 방에 들어가게 된 것은 <마산시보>의 김주열 열사 폄훼·왜곡보도에 대한 시민단체의 항의방문 덕분이었습니다. 시민단체는 부시장실 옆에 있는 상황실로 가자는 김 부시장과 공무원들의 요청을 뿌리치고 부시장실에서 약 10분간을 버텼습니다.

그러는 동안 무심코 부시장실을 둘러보게 되었는데요. 제 눈길이 머문 곳은 책상 옆에 놓여있는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부시장쯤 되는 고위공무원은 어떤 책을 읽을까 궁금하여 들여다 봤더니 바로 '조갑제닷컴'이라는 출판사에서 낸 <한국 사회단체 성향 분석>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책상의 왼쪽에 다른 보고서류와 함께 놓여 있더군요. 극우 언론인인 조갑제 씨가 운영하는 '조갑제닷컴'이 펴낸 책이니 극우 성향의 책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것이지만, 특히 이 책은 그야말로 '사상검증'이라고 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알라딘에 가서 이 책의 목차와 소개를 찾아봤더니 이렇더군요.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단체들의 성향 분석!
左派 성향 63개, 右派 성향 31개, 中道 성향 12개

이 책은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좌우(左右) 이념성향을 분석한 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좌파단체들은 북한의 대남(對南)노선인 「국가보안법 철폐-주한미군 철수-연방제통일」을 전폭적으로나 부분적으로 지지한다.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한 친근성이 북한정권에 대한 우호적 스탠스를 취하게 만들고, 심지어 북한정권의 대남(對南)노선에 동조하게 만든 것이다. 이 책에서도 좌파단체는 「국가보안법 철폐-주한미군 철수-연방제 통일」을 지지하거나 우호적인 단체로 정의했다. 연방제 통일은 2000년 6·15선언과 2007년 10·4선언에 수용돼 있는 바 6·15와 10·4선언을 지지하는 단체들도 활동 성향을 고려해 좌파단체로 분류했다.


머리말

左派 단체
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3 노동인권회관
4 녹색연합
5 다함께
6 등록금넷
7 문화연대
8 미군학살만행진상규명전민족특별조사위원회
9 민족문제연구소
10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11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2 민주언론시민연합
13 민주주의법학연구회
14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15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16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17 반미여성회
18 범청학련 남측본부
19 새사회연대
20 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21 실천불교전국승가회
22 언론개혁시민연대
23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24 우리민족끼리연방통일추진회의
25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26 운하백지화국민행동
27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28 6·15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29 인권실천시민연대
30 인권운동사랑방
31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32 전국공무원노동조합
33 전국교직원노동조합
34 전국농민회총연맹
35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36 전국언론노동조합
37 전대협동우회
38 전태일기념사업회
39 제주4·3연구소
40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41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42 참교육학부모회
43 참여연대
44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45 투기자본감시센터
46 평화네트워크
47 평화를만드는여성회
48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49 평화재단
50 학술단체협의회
51 한국가톨릭농민회
52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53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54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55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56 한국여성단체연합
57 한국여성민우회
58 한국진보연대
59 한국청년단체협의회
60 한글문화연대
61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62 환경운동연합
63 환경정의

김영철 마산부시장이 마산시보의 김주열 열사 폄훼, 왜곡보도 기사를 보고 있습니다.


右派 단체
1 교과서포럼
2 국가비상대책협의회
3 국가쇄신국민연합
4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5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6 국민행동본부
7 국제외교안보포럼
8 뉴라이트전국연합
9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10 바른사회시민회의
11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12 반핵반김국민협의회
13 북한민주화위원회
14 북한민주화포럼
15 성우회
16 시대정신
17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18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19 6·25참전유공자백골유격대
20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21 자유민주민족회의
22 자유민주연구학회
23 자유북한방송
24 자유시민연대
25 재향군인회
26 조갑제닷컴
27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28 피랍탈북인권연대
29 한국기독교총연합회
30 한국자유총연맹
31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

中道 단체
1 기독교사회책임
2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3 새마을운동중앙회
4 선진화시민행동
5 여성단체협의회
6 유진벨재단
7 지구촌나눔운동
8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9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10 한국투명성기구
11 한반도선진화재단
12 흥사단

굉장하지 않습니까? 이들은 경실련과 문화연대, 운하백지화연대, 불교단체, 기독교단체, 천주교단체 등도 '좌파'로 낙인찍었습니다. 바르게살기나 새마을단체, 선진화재단 등이 '중도'라는 데에는 실소가 나오네요.

그러고 보니 부시장 책상 위에는 '동향보고' 문건도 놓여 있었는데요.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한 내용이 동향보고로 올라와 있습니다.


고위공무원 모두에게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마산부시장쯤 되는 분이 이런 책을 읽고 있다면 민주열사 김주열도 '좌파'로 보이고, 그런 열사를 추모하는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도 좌파로 보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마산시보>에서 그런 왜곡보도도 거리낌없이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김주열 열사 폄훼·왜곡보도에 시민단체 발끈
시정홍보지가 김주열 열사 폄훼·왜곡 말썽

그나저나 조갑제 씨는 참 좋겠습니다. 한국의 고위공직자가 이런 책을 애독하고 있으니 얼마나 흐뭇할까요?

한국 사회단체 성향분석 가이드 북 - 10점
김성욱 외 지음/조갑제닷컴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글쓴이 : 김주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임현철 2010.04.06 17: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나~

  2. 나인테일 2010.04.06 18: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느 정도는 그래도 잘 나눠지긴 한 것 같습니다.
    좌파/우파 라고 쓰고 친정부/반정부 라고 읽습니다.(.....)

    "우리민족끼리연방통일추진회의"
    이건 사실 좌파라고 하기도 그렇지요. 어느 좌파단체가 봉건제 국가를 옹호한단 말입니까..(....)

    • 이건.. 2010.04.06 22: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북한이 봉건제 국가 아닌가요? 봉건제적 공산주의. 뭐.. 다 이유가 있겠죠. 아마 북한 뽀글이도 지가 좌빨인지 모를꺼에요.

  3. eydo 2010.04.06 1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찰이나 검찰쪽은 더 합니다.
    하급 공무원조차 빨갱이 새끼들이라는 말이 사석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올정도이니.

    사람들은 자기들 밥줄이 어느쪽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일제시대부터 해방 후 60년이 더 지난 현재까지.
    그들의 밥줄이 되는 줄은 오직 한쪽(친일, 독재권력) 뿐이었습니다.
    그 반대쪽에 서면 항상 결과는 꼭 같았죠.
    그 줄서기에서 조금이라도 밀리지 않으려면 더 철저히 그들의 편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저런 책을 탐독하면서, 웃어른들을 만나면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줘야 자신의 앞길도 탄탄해진다는 것...
    살아오면서 체득한 지혜(?)겠지요.

  4. 커서 2010.04.06 22: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가 막히네요. 조갑제에게 판단을 의존하다니.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없는 사람 아닌가요.

  5. 다마스커스강 2010.04.07 0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을 바꾸는 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수꼴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조갑제지만, 그의 힘이 어느 한편에서는 건재하다는 걸

    알리는 좋은 증거. 글 잘 봤습니다. 공무원들..너무 뭐라고는 맙시다. 어차피 그네들에게서 영혼의 존재

    는 무의미하니까요.

  6. 손상민 2010.04.07 1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권이 오빠의 활동이 그립습니다. 조갑제가 쓴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에 분개해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쓰셨잖아요. 누군가 <한국 사회단체 성향 분석 가이드북>에 침을 뱉는 <한국 사회단체 활동 분석 가이드북>을 써서 각각의 사회단체가 그간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정리해주면 좋겠네요. 거기다 요 몇 년 사이 받은 정부 지원금도 함께 표기가 되면 더욱 유용할 듯 합니다. 대법원장에 계란투척한 활동상 등으로 얼마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지 궁금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