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편집국장을 맡은 후부터 평일에는 계속 양복 차림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평소 저와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좀 낯설게 보였나 봅니다.

얼마 전 어떤 분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왜 계속 양복을 입고 다니세요?"

어투에서 그냥 단순히 궁금증을 질문한 게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뭐랄까, 편집국장이 된 후 뭔지 모를 거리감이랄까 권위의식이 느껴진다는 의사표시로 여겨졌습니다.

"손님이 계속 찾아와서요"라고 대답했습니다만, 질문을 한 이는 흔쾌히 수긍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맞습니다. 사실 그게 국장을 맡고 나서 양복을 입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역의 각종 기관·단체장들이 부임 또는 취임 인사차 신문사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관이나 기업의 홍보책임자들도 찾아옵니다. 자신의 취임 인사차 오는 사람도 있지만, 편집국장이 새로 뽑혔다고 하니까 인사차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민원이나 제보를 위해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와이셔츠 세탁비는 1200원입니다. 쌉니다.


그런 분들에 대한 예의상 나름 격식을 갖춘 차림이 양복입니다. 저는 기자의 옷차림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경찰서나 사건 현장을 쫓아다니는 기자는 형사처럼 입고 다니는 게 맞습니다. 행정기관이 출입하는 기자는 그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옷차림과 맞춰주는 게 옳다고 봅니다. 그래야 이질감을 해소하고 접근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국장이 되고 나니 기관 단체장이나 기업주들과 점심 약속도 잦아집니다. 저쪽에서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쪽의 필요에 의한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회사의 영업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편집권 독립을 지켜야 할 편집국장이 영업 목적으로 기관장이나 기업주와 만나 밥을 먹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논란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떠나 편집국장이 지역의 주요 기관이나 업계의 동향이나 흐름, 지휘관의 마인드 등을 알고 있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만남을 피하거나 거부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어쨌거나 그런 자리에는 양복이 가장 무난합니다. 물론 상대에 따라 굳이 그런 격식을 따지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만날 사람의 성향이 어떤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그렇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제가 계속 양복을 입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게 가장 편하다는 겁니다. 잘 이해하지 못할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차피 '어쩌다 한 번씩이라도' 양복을 입어야 한다면, 아예 날마다 입는 게 더 편하다는 겁니다. 즉, 양복이 아닌 다른 케주얼 차림을 해야 한다면, 아침마다 뭘 입어야 할지, 그리고 아래 위는 어떻게 맞춰 입어야 할지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양복을 입는다면 그런 신경 쓸 일이 없습니다. 그냥 와이셔츠와 넥타이만 갈아입으면 그만이니까요. 겉옷은 어제 벗어서 걸어놨던 걸 그대로 걸치기만 하면 끝입니다. 학생으로 치면 교복이나 같습니다. 그래서 뭘 입을지에 대한 망설임이 전혀 필요없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와이셔츠도 이틀 또는 사흘 정도 입으니까 일주일에 두 벌만 있으면 됩니다. 현재 저는 네 벌을 갖고 돌려입고 있습니다. 물론 휴일인 금·토요일과, (우리는 일하는 날이지만 다른 직장은 다 쉬는) 일요일의 경우 그냥 청바지 차림입니다. 그 사흘 동안엔 면도도 하지 않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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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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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괴나리봇짐 2010.08.17 17: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양복이 제일 편하죠. 충분히 공감합니다.^^

  2. 파비 2010.08.17 17: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양복 입고 다닐 때가 젤 편했습니다.
    이것저것 따질 필요가 없는 게 양복이란 유니폼이죠.
    마치 애들 교복 입고 다니면 부모들이 편한 거 하고 같습니다.
    교복 없어지면, 자율화 돼 좋을 거 같지만, 부모들은 뼈골 빠지죠. ㅋ
    이야기가 옆길로 샜지만, 양복이 편하다는 데는 동의... 제 오랜(?) 경험상.

  3. 실비단안개 2010.08.17 19: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동안 워낙 편안한 차림이었기에 약간 낯설긴 했지만,
    (좀 불편하더라도)직업과 지위에 맞도록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크리스탈 2010.08.17 2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여쭤봤던 내용이네요. ㅎㅎ


    글 끝에 '하하'라고 쓰셔서 김훤주 기자님인줄 알았습니다. ㅋㅋㅋㅋㅋ

  5. 2010.08.18 07: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임현철 2010.08.18 0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복같은 양복?
    발상이 넘 재밌습니다.

  7. 전북의재발견 2010.08.18 10: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윗분 말대로 교복같은 양복이라.. 심하게 공감이 가네요.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텐데 말이죠..^^

  8. 2010.08.18 17: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9. 선비 2010.08.18 17: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양복이 교복처럼 편하다는 말씀 좀 과장되었지 않나요. 직책상 어쩔 수 없어 입을 뿐이지...
    사실 저는 학교다닐 때 교복 무척 입기 싫었고, 공무원 하면서 곤색양복에 흰 와이셔츠 입기 싫었거던요.
    며칠 전 기고 글값으로 3만원 상품권 받았는데 쇠주 한잔 살께요. 전화주셈.

  10. 초롱 2010.08.19 1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양복입는 직업을 가진 사람입니다.
    한때 매일 캐주얼로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어쩌다 격식을 차려입어야 할 자리가 생기면 (명절, 결혼식, 조문, 등등)
    그렇게 양복이 어색할 수가 없었지요...
    또, 캐주얼은 갖춰 입기가 힘듭니다.
    나처럼 패션감각이 없는 사람은 캐주얼로 깔끔하게 보이는게 힘들지요..
    이제 매일 양복입으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목을 옭아매는 넥타이 때문에 한번씩 답답함을 느끼지만요.....

  11. 에이레네 2010.09.01 16: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양복, 편한 근무복이죠.
    (많은 변화에 늦게 반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