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점심 시간 조금 못 미쳐 과자를 샀습니다. 그 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을 먹지 않았는데, 보통은 점심 때까지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습니다만 이날은 이상하게도 속이 쓰릴 정도로 배고픔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요즘 과자라면 대부분 미국서 사들인 밀가루를 재료 삼고 또 좋지 않은 기름으로 튀겨 만들기에 즐겨 손을 대지는 않습니다만 그 날은 쓰린 속을 달래려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게 진열대를 둘러보는데, "5가지 우리쌀로 만든 땅콩 그래"라는 과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이런 과자가 있다니 참 다행이다 여기면서 냉큼 집어들었습니다.

값은 1200원이었습니다. 조금 비싸다 싶었지만, 온통 미국산 밀가루로 범벅이 되지는 않은 과자로 쓰린 속을 다스릴 수 있다는 데 견주면 비싼 따위야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지요.


가져와서 자동차에 앉아 물과 함께 야금야금 뜯어먹으면서 과자 포장지를 보게 됐습니다. 현미 멥쌀 흑미 찹쌀 발아현미가 들어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군, 다섯 가지군, 여겼습니다. 그러면서 포장지를 옆으로 돌려봤습니다. 조그만 글씨로 여러 가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고객만족실:수신자요금부담(080-233-6677)", 다음에 원재료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밀가루(밀, 수입산), 백설탕, 쇼트닝(팜유류, 말레이시아안), 땅콩 코팅 분태(땅콩, 설탕, 물엿, 합성착향료(땅콩향)), 곡류가공품, 전란액(계란), 물엿, 과·채가공품(코코넛), 오미분말(멥쌀, 현미, 흑미 찹쌀, 발아현미), 당류가공품(우유), 땅콩버터, 바닐린, 산도조절제, 유화제(대두), 합성착향료(땅콩향), 정제소금.

그렇지 수입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았을 리는 없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눈길을 이어가다 보니 땅콩(수입산) 5%, 오미분말(국산) 1%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떤지 모르지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고작 1%를 집어넣어 놓고 그것을 과자 이름 앞에 이토록 크게 내세우다니, 사람을 이렇게 속여 먹는구나 싶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다섯 가지 우리 쌀' 각각이 1%씩인 게 아니고 모두 뭉뚱그려 1%라니 오히려 우습지 않습니까?

서양식 과자니까 밀가루를 압도적으로 많이 쓰는 것은 이해를 한다 해도, 제각각으로 나누면 하나하나가 0.2%밖에 안 되는 성분을 넣어놓고 그것을 빌미삼아 작명을 했다니 속임수로밖에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땅콩(수입산)이 5%고 오미분말(국산)이 1%라 한다면, 뒤집어 생각해 보면 미국산 수입 밀가루가 90%을 훌쩍 넘는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도 이름은 이렇습니다.


"5가지 우리쌀로 만든 땅콩 그래"라는 이름을 보면서, 그 다섯 가지 우리쌀 비율이 0.2%씩뿐이고 합해도 1%밖에 안 된다는 것을 짐작할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는 몇몇한테 물어봤더니 같은 얘기가 나왔습니다.

식품위생법 따위 관련 법령이 이런 작명을 허용하고 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런 뻥튀기(나아가 엉터리) 작명을 허용하는 법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바꿔야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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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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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다 그렇죠 2010.10.11 13: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로 칼로리 음료도 자세히 보면 100ml 정도에 7kcal 정도라 쓰여 있습니다 우유 한 잔에 해당하는 200ml만 마셔도 1/2 칼로리 커피 한잔하고 거의 비슷해집니다
    이게 현행법에서 허용된다니 이 나라에서 소비자가 중심이 되기란 불가능한가 싶네요
    모든 방면에서 미국을 따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위정자들이 왜 이런건 미국을 따라가지 않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3. 윤선철 2010.10.11 13: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판매만을 위한 속임수
    건강에 않좋을것 같습니다
    저는 꼭 안사먹습니다

  4. 한두가지 2010.10.11 13: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따지고 들자면 소위 "건강식품"쪽에 거품이 엄청나죠. 특히 비타민음료...하루에 필요한 비타민을 한병의 음료로 모두 섭취할수있다고 광고하지만 실상 그 비타민은 대부분 소변으로 바로 배출되어버린다는거? 그걸 믿고 마시는건지 맛있어서 마시는건지 몰라도 한동안 그거 마시는 사람을 한심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는 참 부자들이 살기 좋은나라인가봐요. 기업들은 사기를 저렇게 당당하게 처도 아무 문제없으니

  5. 몽돌몽돌 2010.10.11 14: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행법상 원료가 1% 미만 함유된 제품에는 '맛' 또는 '향'을 쓰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게"맛"살에는 게가 0% 들어있는 거죠
    바나나"맛" 우유에도 바나나는 1%도 들어있지 않은 것이고요
    딸기"향" 또는 딸기"맛"에도 딸기는 1%도 들어있지 않은 겁니다.
    새우깡에는.. 새우가 1%이상 들어있는 것이고
    (참고로 예전에는 6.8% 현재 업글된게 7.3%라네요)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새우맛깡에는 새우가 1%도 없는 거죠
    밤만쥬vs밤'맛'만주 , 호두아이스크림 vs 호두'맛'아이스크림 (특이하게 아이스크림은 이 순서를 바꿔서 표기하더군요)
    다 마찬가지죠

    뒤집어 말하면
    원료가 1%이상만 들어있으면 그냥 저렇게 표기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이것을 잘 알고 분별해서 소비해야 하겠습니다.

    다만 법적으로 제품명에 '맛'이나 '향'을 빼도 된다는 이야기지
    광고나 홍보글에서 "~로 만든"이라고 쓰는 건
    엄연히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만행위라고 생각이 되네요

    참고로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서
    1% 미만인 원료에 대해서 제품명에 '맛'또는 '향'으로 표기하는 제한 외에
    제품에 해당 원료의 이미지(그림이나 사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이 추가되게 되었습니다.

  6. 우릿! 2010.10.11 14: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대 광고 많죠... 진짜... 사고 나면....헉 하죠.....-.-;;;
    과대 광고 좀 그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사고 나면 속은 기분들어서 역으로 기분 나쁜 적도 있어요...~

  7. 2010.10.11 14: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8. key 2010.10.11 15: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추장도 그렇잖아요 우리쌀100%고추장이라면서 중요한 고추는 중국산 100%

  9. 신현아 2010.10.11 15: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내시판되는 갖가지 먹음직스런 "쌈장"에 된장 안들어가는것과 같은거죠..ㅋㅋㅋ

  10. igummi 2010.10.11 15: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먹지마세요.
    그냥 고구마 감자먹고
    바나나 얼려먹고
    철마다 과일 드세요.
    저뿐아니죠. 첨가물은 얼마나 많이 들었습니까.
    가짜향에 그 향이 퍼지게 하는 물질,
    바삭하게 하는 물질...
    100가지 해로운게 시판과자입니다.

  11. igummi 2010.10.11 15: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 위험한것은 그런 첨가물들은
    제대로 표시할 의무조차 없기때문에
    그냥 모르고 먹을수밖에 없다는거에요.

  12. 전북의재발견 2010.10.11 16: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부턴가 과자는 정말 기업의 횡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식품중에 하나가 되어버린것 같네요.
    안타깝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13. ... 2010.10.11 16: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토피가 아주 살짝 있는 저희 아이는 시판 과자만 먹였다 하면 알러지가 좌르르 돋습니다.
    저희 아이가 신생아일 때 모유수유를 했었는데 버*링쿠키 먹었다가 아이 얼굴에 태열 죄다 돋고 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네요.
    순할 줄만 알았던 과자 먹고 수유하니 그게 죄다 아이한테 간거죠. 결론은 그런 과자들도 절대 순하지 않고 밀가루 덩어리라는 거...
    어떤 화학물질이 들어갔냐도 잘 봐야하구요.
    그나마 그런 거 적어놓는 곳이면 낫죠...
    아주 단순하게 적어놓은 과자 보면 아예 손이 안 나갑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다 그럴 거예요..
    요즘은 유기농이라는 타이틀 건 음식이나 과자들로도 죄다 장난치는 세상이니 믿을만한게 없네요.
    정말 요즘은 고구마나 밤 삶아 먹이고 과일 먹이는 게 간식의 전부입니다..

  14. 아토피성피부는 먹지돔소해요 2010.10.11 16: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아토피가 있는데요

    우리 쌀로 만들었다고 해서 시판과자 한번 사먹었더니

    팔이며 다리며 목이며 얼굴이며 게다가 머리속까지 아토피가 돋을정도로 심각했습니다.

    그 후로 다신 마트과자 안사먹죠ㅡㅡ

  15. 위풍당당 2010.10.11 16: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도 우리쌀이라느니 유기농이라니 등의 기준이 마련되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런 이름을 붙여놨는지...
    아 참 이 과자 생각할 수록 짱나네요.

  16. JoGun 2010.10.11 16: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우리쌀이.....들어가면 저렇게 광고해도 되는구나.......
    첨알았네???

    해태꺼 사먹기 싫어지네 ㅋ

  17. 완주스토리 2010.10.11 17: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면 정말 이름을 너무 아무렇지않게 짓는 것 같아요
    물론 이름보고 먹는 것이긴 해도 너무 하죠~

  18. 반대합니다 2010.10.11 17: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땅콩(수입산)이 5%고 오미분말(국산)이 1%라 한다면, 뒤집어 생각해 보면 미국산 수입 밀가루가 90%을 훌쩍 넘는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거든요.".
    =>
    특정 원재료만 비율을 적게 되어 있구요. 모두 다 배합비를 적는다면 회사 기밀인데 누가 다 적겠습니까.
    그저 그런 대중 브랜드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신 건 아닌지요.
    시중에 나와 있는 소비재가 이정도의 네이밍을 안 한 제품은 없습니다.

    커피 아이스크림엔 커피가 없습니다. 커피향만 0.XX %가 들어가 있을 뿐이지요.

  19. 김경준 2010.10.11 18: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그래서 과자를 사먹지 않습니다! 하하하하

    오미분말이라니...충격적입니다 ㅜㅜ

    추천하고 갑니다

  20. 감자양파링 2010.10.11 1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감자양파링 팔때 감자들어있는 비율을 봤었는데 0.7%인가가 들어있더군여 보고 정말 어이가ㅋㅋㅋㅋ

  21. 미스터브랜드 2010.10.17 15: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양치기소년 수준이군요. 침소봉대도
    이 정도라면 거의 사기수준입니다.
    표기법에 대한 제재가 더욱더 강화되어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