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지만, 저는 언론 또는 언론인이라는 말을 쉽게 쓰지 못합니다. 1990년대 후반, ‘리영희’ 선생 저작에서, 보도매체 또는 보도매체 종사자라고 일러야 맞다는 취지로 쓴 글을 읽은 뒤로 그렇게 됐지 싶습니다.

도덕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낱말, '언론'

리영희 선생 글은, 제 기억에는, 아마도 조금은 ‘도덕’의 냄새가 났던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지금 신문.방송이 제대로 언론 노릇을 하고 있느냐 하는 다그침입니다. ‘언론’은 무엇인가를 놓고 그 옳고그름을 글(또는 말)로 이치에 맞게 제대로 따져 밝히는 일입니다. 사실관계 보도도 똑바로 못하면서 무슨 언론이고 언론인이냐, 이렇게 제게는 읽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국언론노조 깃발입니다. 그러나 '매체노조'가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언론이라는 말에서는 지사(志士)스러운 풍모도 느껴집니다. 지부상소(持斧上疏) 있지 않습니까. 임금이 잘못했을 때, 자기 머리 내리칠 도끼를 스스로 지고, 상소를 올리는 선비의 꼬장꼬장한 모습 말입니다.

언론과 언론인에서는 이처럼 개인의 사사로운 이해를 떠나 천하를 위해(滅私奉公) 옳음을 지키고 삿됨을 물리친다(衛正斥邪)는 분위기가 꽤나 드세게 풍깁니다. 경술국치로 조선 왕조가 무너졌을 때 자결한, 매천 황현의 마지막 같은 풍모 말입니다.

제가 '언론인'이라고요?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 전부터 언론이라는 말 대신 매체(媒體) 또는 보도매체 또는 미디어(media)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하는 일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보면, 매체 또는 미디어라 일컫는 편이 가장 적당하기도 하고요. 또 제가 몸담고 있는 일터를, 스스로 언론이라 하면은 적지 않게 낯이 간질간질하기도 해서 그랬습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언론이라 하고 나아가 자기까지 언론인이라 하는 것은, 좀 폭력적으로 단순화하자면, ‘우리가 지사다운 일을 하니까 너희들은 마땅히 존경해야 한다.’고 스스로 떠드는 꼴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게다가 보도매체가 언론이 되려면, 언제나 옳아야 하며(그러나 누구든 어떤 집단이든 언제나 옳기는 불가능합니다) 언제나 서슬도 시퍼래야 합니다. 또 사실 보도에서 그치면 안 됩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한 차례도 시류에 쓸리면 안 되며, 날카로운 칼날로 시비(是非)를 가리고 꼿꼿한 기준으로 포폄(褒貶)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일이 쉽지 않음을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더욱더 절감하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는지는 모르지만, 그 날카로운 칼날에 제가 다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글러서 다칠 수도 있고-그러면 억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날카로운 칼날이 글러서 다칠 수도 있습니다-이럴 때는 아주 억울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언론 또는 언론인이라는 말을 쓰기가 더 어렵습니다.

'언론'노조를 넘어 '매체'노조로

‘전국언론노조’가 있습니다. 들으니 1988년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을 만들 때 이름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었답니다. 언론이라 하느냐 아니면 미디어라 하느냐. 그러다가 결국 ‘언론’이 주는 고상한 느낌-다르게는 무어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을 좇아 언론노련이라 이름을 정했다고 합니다.(지금은 산별 단일노조로 전환해 언론노조라 합니다만.)

느낌은 이렇습니다. 조선시대 언론삼사(言論三司)가 있었습니다. 감찰을 주로 하는 사헌부와 간언(諫言)을 많이 맡아한 사간원, 임금에게 자문하던 홍문관이 그것입니다. 글로 논한다는, 언론이란 말의 뿌리도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 언론은 그러니까 봉건시대에 생겨난 개념으로, 어떤 절대 권력에도 굽히지 않아야 하며 목숨을 걸고라도 바른 소리를 내야 하는 일입니다. 아주 대단한 사람이 하는 훌륭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언론인입니다. 언론인이라는 낱말에서 저는 노동자성(性)을 느끼지 못합니다. 지사 풍모만 떠오릅니다. 그러나 요즘 언론.언론인의 모습을 보노라면, 연암 박지원이 쓴 ‘범의 꾸중(虎叱)’에 나오는, 겉과 속이 완전 다른 도학자 북곽 선생보다도 더하다는 생각만 자꾸 커집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언론’은 ‘노조’와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규모가 크든작든, 성격이 공공이든 민간이든, 자본에 고용돼 밥벌이를 하는 종업원들이 사회.경제.정치.문화적으로 제대로 살아보자고 하는 몸부림이 바로 노조입니다. 근본 바탕이 자본에 고용된 종업원 신분임을 똑바로 인정하지 않는 언론인이 어떻게 이런 노조를 하겠습니까?(이런 관점에서, ‘언론’과 ‘언론인’ 대부분이 노조와 그 활동을 적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때로는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노조와 어울리기로는 매체가 으뜸입니다. 지금 있는 ‘전국언론노조’도 영자로는 ‘National Union of Mediaworkers(내셔널 유니언 오브 미디어 워커스)’입니다. 매체 근로자들의 전국 조합이라는 뜻입니다. 신문.방송이나 뉴미디어 종사자뿐 아니라 인쇄.출판 종사자까지 들어와 있으니 가장 합당한 이름이라 하겠습니다.

언론노조도 언젠가는 노조 이름에서 ‘언론’을 떼어내고 ‘매체’로 바꿔 달아야 하리라 저는 여깁니다. 그러면서 보도매체 종사자들의 언론인 연(然)하는 태도도 언젠가는 가시고 말 것이다 저는 여깁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절망 사회에서 길 찾기 상세보기
편집부 지음 | 산지니 펴냄
『절망 사회에서 길 찾기』는 변화하는 진보가 가야 할 길을 시시각각 모색하고, 그것을 현장에서 찾는다는 것을 모토로 삼아 만든 무크지 <현장>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두 꼭지의 좌담과 현장 활동가 6인의 글을 통해서 노무현 정권 5년을 평가하고, 이명박 정부 5년의 진보운동을 전망해본다. 이데올로그들의 논평이 아닌 현장 노동자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을 초심으로 삼고 있다.

2008/02/19 - [지역에서 본 언론] - 숭례문 방화범을 옹호할 뜻은 없지만…

글쓴이 : 김훤주
아세요? RSS를 통해 편리하게 블로그를 구독할 수 있다는 것?
지역에서 본 세상은 네이버 오픈캐스트를 시험발행하고 있습니다.


트랙백 주소 :: http://2kim.idomin.com/trackback/17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08/02/20 0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비로소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정말 동감하지 않을 수 없는 글입니다. 그동안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걸 깨우쳐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항상 배우게 되네요.

  2. BlogIcon 헌즈 2008/02/20 1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훤줍니다. 선배님, 그렇게 추어주시면 진짜 그런 줄 안다니까요. 쑥스럽게시리... 글고, 글 새로 올리는 작업 대신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블로거기자단 가입은 자꾸 시도해 보고 있는데 무슨 오류가 있다면서 잘 안 됩니다. 아마도 대구 출장 갔다와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3. wheelbug 2008/02/20 1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처럼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는 언론인이 진정한 언론인입니다. 선후배들끼리 격려하고 함께 나누는 정겨운 대화도 부럽습니다.

    날이 시퍼렇게 선 글 기대하겠습니다.

  4. BlogIcon 무적전설 2008/09/02 2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훤주 기자님이 서울에 토론관게로 오신다고 들어서 한번 뵙고 싶어 가려고 했는데..
    마침 오늘 병원에 가는날이라 아쉽게 되었네요 ^^

    블로그 자주 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

  5. BlogIcon 실비단안개 2008/09/02 2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두 분이 모두 바쁘시군요.


☞ 내 블로그에도 배너광고를 달아 수익을 올려보세요
<선덕여왕>을 보려니까 짜증이 좀 났다

4일 토요일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볼 시간이 좀 생긴데다가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얘기도 하고 해서 <선덕여왕>을 봤습니다. 채널 15에서 1부에서 6부까지 한꺼번에 내보내더군요. 이야기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전개가 되더군요. 짜임새..

전라도 관광지에서 본 노무현의 흔적?

지난 3일 전남 여수에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강의시간이 저녁이어서, 하룻밤을 거기 모텔에서 자고 다음날 저를 불러주신 오문수 선생의 안내로 여수의 여기저기를 구경(내지 답사)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여수 최고의 관광지 중..

비정규직 논란서 드러난 대통령 논술실력

7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이 "비정규직 보호법 근본 대책은 고용 유연성"이라 했다는 보도를 들었을 때, 저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천성이 둔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비정규직 보호와 고용 유연성은 전혀 서..

법 무시하는 판사가 지배하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법치(法治) 국가인가요? 이에 대한 정직한 대답은 아마 "개 풀 뜯는 소리 하지 마라"가 될 것입니다. 다시 묻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共和)국일까요? 이 대답도 정직하게 하면 "개 풀 뜯는 소리 하지 마라"가..

각기 다른 두 시인에게서 느낀 따뜻함

경남 마산에 터전을 두고 활동하는 두 시인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시집을 냈다. 2001년 제10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배재운(51)이 첫 시집 <맨 얼굴>을,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성선경(49)이..

80년대 음악다방, 주점으로 부활하다

어제(1일) 마산 창동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후, 동행했던 블로거 파비(정부권) 님과 함께 막걸리를 한 잔 했습니다. 회사 후배인 김두천 기자와 함께였는데요, 재미있는 술집을 하나 개척했습니다. 청석골이란 주점이었는데,..

요즘도 보도자료 안에 촌지봉투가?

적어도 요즘 경남지역 언론계에서는 기자들에게 건네는 '촌지'(엄밀하게는 뇌물)가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개인에게 일대일로 찔러주는 '촌지'는 있을지 모르지만, 기자실을 통해 공공연하게 '배포'되거나, 기자회견..

로컬푸드와 슬로푸드는 어떤 관계일까

'패스트 푸드' 대(對) '슬로 푸드', '글로벌 푸드' 대(對) '로컬 푸드'. 패스트 푸드는 가게에서 파는 햄버거가 대표고 슬로 푸드는 집에서 부쳐 먹는 파전이 대표라 할만합니다. 글로벌 푸드는 미국에서 들어온 밀가루가 대..

나도 결국 이메일 망명을 하고 말았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개인 이메일도 이젠 안심하고 쓸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최근 검찰은 PD수첩 작가의 이메일 7개월치를 압수수색한 뒤 이명박 정부에 반감이 있다는 것을 기소의 근거로 삼았다. 검찰은 또..

이명박 대통령은 후천성 색맹이다

1. 이명박 대통령이 6월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진행하겠지만 임기 안에는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여러모로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이미 지난해 촛불 정국에서 대운하 사..

요즘도 보도자료 안에 촌지봉투가?

적어도 요즘 경남지역 언론계에서는 기자들에게 건네는 '촌지'(엄밀하게는 뇌물)가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개인에게 일대일로 찔러주는 '촌지'는 있을지 모르지만, 기자실을 통해 공공연하게 '배포'되거나, 기자회견..

매월 책 읽고 토론하는 창원의 법조인들

며칠 전 창원지방변호사회의 한 모임에 초청을 받았다. 법조인들의 독서모임이라고 했다. 그게 어제(29일)이었다. 낮 12시 택시를 타고 창원시 사파동 창원지방법원 옆에 있는 변호사회 사무실로 갔다. 이재철 창원지방변호사회 회장..

기자들, 파업보도 신경 좀 쓰이겠다

언론노조 소속 기자들, 파업 보도 신경 좀 써야 겠다. 아니 신경 쓰일 수밖에 없겠다. 파업에 들어간 부산지하철 노조에서 국제신문의 관련 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제목이 '국제신문에는 노동자가 없다?'였다. 그런데 당연..

야당도 '언론악법' 대안 내놓으면 좋겠다

어제 오후 부산MBC 시사포커스라는 토론프로그램을 녹화하는데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주제는 '미디어법 이제 어떻게 되나?'였습니다. (방송은 28일(일) 오전 8시10분이라고 하네요.) 김영일 신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사회를..

80년대 음악다방, 주점으로 부활하다

어제(1일) 마산 창동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후, 동행했던 블로거 파비(정부권) 님과 함께 막걸리를 한 잔 했습니다. 회사 후배인 김두천 기자와 함께였는데요, 재미있는 술집을 하나 개척했습니다. 청석골이란 주점이었는데,..

치자꽃 짙은 향기에 현기증을 느꼈다

모처럼 대학 캠퍼스에 가봤습니다. 제가 사는 마산의 경남대에 볼 일이 있어 낮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본 캠퍼스의 느낌은 '풋풋함' 그 자체였습니다. 우거진 수목과 벤치, 아름다운 호수, 그 속을 거니는 싱그러운 젊은이들…...

처음 본 부채선인장 꽃의 화려한 자태

제주도가 자생지로 알려져 있는 부채선인장(백년초)은 제가 사는 남해안 일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입니다. 제가 어릴 때 고향 남해의 집에도 있었고, 지금도 홀로 남은 아버지가 기르시는 화분에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

고양이 늘어진 낮잠 보고 떠오른 시(詩)

아까 대낮에 무청을 말리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고양이가 보였습니다. 나무 아래 그늘에서 그야말로 무심하게 늘어져 자고 있었습니다. 뭐 주인 없는 도둑고양이쯤 되겠지요. 저는 한편 부럽고 한편 샘이 나서 3층 우리 집에서 큰 소리..

동네 휴대폰 가게의 기발한 홍보전쟁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어느 업종이든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점입가경입니다. 휴대폰 대리점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겠지요. 저희 회사가 있는 경남 마산시 산호동 오거리에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3개의 휴대폰 대리점이 치열한 경쟁을..

가입한 적도 없는데 내가 회원이라니요?

내가 가입한 적도 없는 사이트에서 "회원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는 메일을 받아보신 적이 있나요? 처음엔 그저 스팸메일 중 하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메일을 열어봤더니 '찍스(zzixx)'라는 버젓한..

야후와 구글의 검색트래픽 폭탄, 왜?

오늘 아침 블로그 관리자페이지 유입경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별 특별한 글도 올리지 않았는데, 평소보다 방문자 수가 좀 많다고 느껴 유입경로를 열었는데, 검색엔진 야후에서 유입된 '광어 도다리 구별'이라는 리퍼러 로그로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