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쇠고기 파동의 와중에서도 이 문제만은 꼭 좀 짚고 넘어가야 겠다. 이명박 대통령의 우리말 괴롭히기 말이다.

나는 그가 후보 시절이던 2007년 6월 6일,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모든것을 받치겠읍니다"라고 썼을 때까지만 해도 그냥 웃고 넘겼다. 흔히 있을 수 있는 띄어쓰기와 맞춤법 실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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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6일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남긴 글. 소설가 이외수 씨가 교정했다.

사실 우리처럼 글로 먹고 사는 기자들이나, 심지어 국어학자들도 종종 그런 실수는 한다. 신문사에 교열기자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쇄된 신문에서 띄어쓰기 잘못이나 오타를 발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가 대통령 취임식 날 역시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국민을 섬기며 선진 일류국가를 만드는데 온몸을 바치겠읍니다"라고 썼을 때도 그랬다.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뀐 지 20년이 지났지만 사람의 습관이란 것은 참 무섭구나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그가 고 박경리 선생을 조문하면서 방명록에 쓴 글을 보고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단순한 실수 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중학교 1학년인 우리 아들도 이 정도는 아니다.

이번에 그는 "이나라 강산을 사랑 하시는 문학의 큰별 께서 고히 잠드소서"라고 썼다. 띄어야 할 '이 나라'와 '큰 별'을 붙여쓴 거라든지, 붙여써야 할 '사랑하시는'과 '별께서'를 띄어쓴 것까지는 또 봐주자. '고이'를 '고히'라고 쓴 것도 실수로 치자. 그러나 '큰별께서 잠드소서'라니, 국어의 기본인 주어-술어 관계조차 잘 모르는 게 틀림없다. 또 이미 돌아가신 분에게 현재시제인 '사랑하시는'이라 쓴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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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6일 이명박 대통령이 고 박경리 선생 빈소 방명록에 남긴 글.

과거 자료를 더 찾아보니 과연 그의 국어실력은 심각했다.

"3.15 정신으로 이땅에 진정한 민주화와 국가번영을 이루어지기 기원합니다." (2007년 3월 23일 마산 국립3.15민주묘지 방명록)에서는 '-을'이라는 조사를 잘못 썼다. '국가번영을 이루겠습니다'라든가, '국가번영이 이루어지기 기원합니다'가 되어야 한다. 주어와 목적어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충무공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우리 후손들에게 늘 깊게 전해주리라 믿습니다." (2007년 4월 4일 충남 아산 현충사 방명록). 여기선 충무공에게 드리는 말인지, 아산 현충사 관리소장에게 하는 말인지 대상이 없어 이상한 말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누가' 전해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반드시 경제살리고, 사회통합 이루어 님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살려서, 크게 보답하겠읍니다." (2007년 10월 22일 광주국립 5.18 민주묘지 방명록). 이 글은 '반드시 경제를 살리고 사회통합을 이루어 님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보답하겠습니다.' 정도로 고쳐써야 한다. 역시 조사를 잘못 쓴 이상한 말이다.

주어와 술어의 호응과 조사를 바로 쓰는 것은 우리말의 기본이다. 내가 다른 나라 말은 잘 모르지만 세계의 모든 언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걸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언어장애라 할 수 있다. (나는 국어를 이렇게 모르는 그가 영어라고 제대로 할까 의심스럽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한갓 필부가 아니다. 대통령이 국어도 제대로 쓸 줄 모른다면, 국어를 소중하게 여기고 배워야 할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국어 못하는 사람이 대통령도 되는데 뭘.' 이렇게 생각할까 두렵다.

따라서 대통령이 우리말을 이런 식으로 막 쓰는 건 단순히 그의 실수이거나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말을 괴롭히고 업신여기는 것이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대통령이 심히 부끄럽다. 앞으로는 어딜 가더라도 방명록 같은 건 제발 남기지 말기 바란다. 그게 우리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고 박경리 선생은 원고지 한 장을 쓰기 위해 열 장을 고쳐 썼다고 한다. 박경리 선생이 그의 방명록 글을 봤다면 '고히' 잠들지 못할 일이요, 이미 잠들어 계시던 세종대왕도 벌떡 일어날 일이다.

※미디어스(http://www.mediaus.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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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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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삶은 그런거야 2008.05.14 1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조사나 명사는 차치하고라도, '습니다'를 '읍니다'로 잘못쓰는 지 이해가 안되네요.그는 5년동안 서울시장을 지낸 사람입니다.그 수많은 공문서를 봐 왔을텐데, 그 공문서에는 모두 '읍니다'로 되어 있을라나..초등학생도 그 정도는 알텐데..

  3. 글쎄요.. 2008.05.14 11: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띄어쓰기는 그렇다 치자.
    맞춤법까지 틀리는건 이해를 할수가 없네.
    그러니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딴나라 대통령이란 소릴듣지..

  4. 참내 2008.05.14 11: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춤법이 문제가 아니라 2mb는 존재 자체가 부끄럽다는.

    곧 바뀔 부시행정부에 뭐가 그리 볼 일이 급하다고 부리나케 기어가서 운전수나 해주는 주제가 미친 소 수입까지 했는지..
    아침부터 2mb의 구역질 나는 면상을 보면 하루가 재수 없네요.
    아~이름만 언급해도 토 쏠린다.

  5. 한글부터다시 2008.05.14 1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끄럽다 ..
    영어강의 하시는 분이 그랬다..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국어를 잘해야한다고.. 나도 국어가 완벽하지 못하다 그래서 늘 맞춤법이 틀리는 단어가 굉장히 많아서 국어사전을 자주 들춰봐야한다 이런 내자신이 국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영어책 들춰보고 있을때 참 부끄럽다고 가끔 생각했는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것도 나보다 더 많이 배우고 속된말로 가방끈도 나보다 훨씬 긴 사람인 우리 대통령.. 국어도 제대로 안되는데 영어몰입교육시키자는 우리대통령.. 국어사전 하나 선물 해주고싶다 부끄러운 우리대통령에게..
    이러니.. 아주 중요한 내용의 영문서도 제대로 번역됐는지 안됐는지 알 수가 없지..

  6. Chris 2008.05.14 1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이명박을 비난하죠?
    걔 쪽바리잖아요.
    쪽바리가 한국말 못하는건 당연한거 아닌가요?
    왜 쪽바리보고 한국말 못한다고 모라고 하는건지...
    너무 하시네요.

    아...
    글고 넘 재미있게 잃어서 퍼감니다.

  7. 품성을 바르게 2008.05.14 11: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른 언어를 사용해야 곧은 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비난받을 일입니다.

  8. 명박아 2008.05.14 1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글도 제대로 모르면서 영어 운운하나. 에라이.

  9. 공부해라 2008.05.14 1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바랑 난독증 환자들 정말 많구나.




    88년 맞춤법을 아직까지 틀리는 것도 문제지만

    "문장의 호응"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더욱 심각하다고 글쓴이가 얘기하고 있잖아.

    대통령은 공인이란다. 저렇게 중요하고 민감한 문구는 한번 더 생각하고 써야지.




    꼭 이럴때는 대통령을 자기랑 동일시해서 '나도 생업에 종사하다보니 틀리는데 뭘...' 해놓고

    평소에 대통령 비판하는 사람들에겐 '감히 어떻게 대통령님에게...' 하지.




    맞춤법 틀리는 건 누구라도 잘한 일 아니다. 합리화는 그만 해라.

    앞뒤 안 맞는 알바들.

    좀 가라. 짜증난다.

  10. 김태환 2008.05.14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히 국어능력 많이 떨어지는건 사실입니다.
    뉴스에 나오는 인터뷰 짧게나마 들어봐도 부자연스러운게 한두개가 아니고
    저번에 이슈가 되었던 '일말의 책임이 있다' 라던지 '선택할 초이스를 줘야 한다'라던지
    무슨생각을 하고 지껄이는지 알 수 없을떄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국어 능력이 떨어지는건 어쩔수 없다고 치더라도
    도대체가 미리 한번 생각을 안한다는거 아닙니까.
    박경리선생 빈소 찾아가기전에 뭐라 쓸지 가는 차안에서라도 한번 연습해보고
    앞에 운전하는 기사한테 '야 나 맞냐'라고 물어보기라도 하고 외워서 썼으면
    저정도는 아니겠지요

    대체 온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리 봐도 자기 일과 자기 언행에 드럽게 성의가 없는게
    그게 더 문젭니다..

    • 김태환 2008.05.14 1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생각해보니 나름 고려대 출신이군요.
      그당시 고대는 개나 걸이나 다 들어갔는지
      국어시험 안보고 일본어 시험만 봤는지
      잔디깔고 들어갔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네요 정말...
      아 짜증나.

  11. 멋쥐 2008.05.14 11: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적나라한표현에 박수를 보냅니다.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맞는 얘기네여 공감 또 공감

  12. 플로렌스 2008.05.14 1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글을 너무너무 퍼가고 싶은데요,
    원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에, 혹시 다음 블로그에 글을 올리시진 않나요?
    스크랩하고 싶은데, 초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제 블로그로 잠깐 오셔서 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부탁드립니다.

  13. dd 2008.05.14 1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선 직후에, "국정운용에 힘쓰겠다"라고 했을땐 기절하는 줄 알았다. '운영'과 '운용'의 차이도 모른다니.. 모국어도 못하는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하면 영어권 사람들에게 얼마나 비웃음당할까 했지.... 국어도 못하는 주제에 외국어 맹신하는 것 하고는..

  14. 박정희 2008.05.14 1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박이나 부시나 맞춤법 틀리는 것은 아주~ 대통령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니까 클클..

  15. ilovepalgong 2008.05.14 1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설쪽에 계신분 보면 좀 무식하잖아요

    • 운진 2008.05.14 1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건설쪽이 무식하다는 건 좀 그렇군요. 공문 하나 띄우려고 맞춤법 일일이 대조하는 사람들인데...
      정부에서는 97년 한글'(워드프로그램)을 쓴다고 97년 맞춤법까지 찾아서 교정하는 사람들입니다.

  16. 프랑켄 2008.05.14 14: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초등학생도 저것보다는 잘 쓰겠네요.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저런 초보적인 문장도 못 써서 어떻게 영어교육을 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요. 그냥 물러나세요.ㅋㅋ

  17. 김자령 2008.05.19 1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좋은 수업 자료를 제공하시다니!!! 고쳐쓰기 자료로 참 좋네요...

  18. 누비라 2008.10.27 16: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대 나왔다며?

  19. ㄱㄱㄱ 2008.11.16 17: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박아, 컴퓨터는 못한다 하더라도.

    집에서 대왕세종이라는 프로그램 한 번 봐봐라.

    아무리 일본쥐색히 라지만, 그거 보면 한글에 대한 애정을 무한히 누릴수 있을 것이다. ㅋㅋ

  20. -_-;;; 2008.11.18 12: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랑 이름이 같으신 분이넹....
    근데요..
    '잘못', '잘 못' 둘다 쓰임새가 다른것으로 아는데...
    잘못으로만 쓰는거였나..ㅡㅡ;

  21. someday 2009.02.24 02: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 원 참.. 수준높은 맞춤법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띄어쓰기야 그렇다 치더라도, 조사, 술어, 주어 이런거 빼먹는건 좀 너무하지않았나.

    "학교를 가니 왜 없어?"

    mb가 위에 쓴말이나 내가 쓴 예시문구나 다른게 뭐가 있나...

    똑같이 이해안되고 모자라 보일 뿐 ㅉㅉ
    한글도 몰라 영어도 못해 정치도 개판
    잘하는게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