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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17~18일)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전에도 여러 번 광주에 간 적이 있지만, 이번만큼 마음이 편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집회나 행사에 꼭 참석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겉만 번지르한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하고픈 마음도 없었습니다.

토요일 저녁,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고 옛 도청이 내려다 보이는 금남로의 한 호프집에서 맥주도 한 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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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옛 광주시청 근처에 있는 고색창연한 금수장관광호텔 온돌방에서 푹 잤습니다. 이름은 호텔이지만 숙박료(4만5000원)는 웬만한 모텔만큼 저렴하더군요. 게다가 멤버쉽을 가진 분이 계셔서 할인요금(3만 원)으로 잤습니다.

아침에 호텔서 된장찌게를 먹고 일행을 보낸 후, 혼자서 여유롭게 거리를 걸었습니다. 이정표에 의존해 무작정 금남로 쪽으로 걸었는데, 제가 사는 마산과 상당히 다른 거리풍경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산에서는 거의 사라진 양장점이나 양복점, 헌책방이 특히 많더군요.

광주 계림동에서 금남로까지 걷는 동안 눈에 띄는 '점빵'(점방
房 이라고 하니 웬지 말맛이 안 나네요)들을 담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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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술집 출입문입니다. 저는 업소 출입구에 '우리(찢겨져 나간 부분 추정) 업소는 성 매매를 하지 않습니다.'라고 적어놓은 것은 처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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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고색창연한 이발관입니다. 이름은 새동아이발관입니다.

입구에 놓여진 각종 화초와 함께 감나무가 특히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도심에서 감나무와 감꽃을 보긴 쉽지 않은데, 여기서 감꽃이 피어 있는 걸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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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입니다.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이런 헌책방이 광주고등학교에서부터 약 20여 개소에 달하더군요.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비슷한 곳일까요? 그런데 보수동처럼 밀집되어 있지 않고 듬성 듬성 계속 책방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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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기드문 의상실입니다. 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곳입니다. 기성복이 브랜드화하지 못했던 시절, 중산층 이상 부자들이 의상실에서 옷을 맞춰 입었죠. 하지만 우리네 형과 누나들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며 동생들 학비를 벌던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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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점도 있네요. 양복점 역시 의상실과 마찬가지로 남성 양복은 여기서 맞춰 입는 게 대세였습니다. 요즘은 쇠락해 대부분 사라졌는데, 광주에는 꽤 많이 남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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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헌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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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포도 남아 있더군요. 골목길 역시 70~80년대의 정취가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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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골목길에 있는 방앗간 모습입니다. 요즘 이런 방앗간은 시골 읍내 장터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데요, 저는 광주광역시 한복판 골목길에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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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라사 보이시나요? 양복점 이름 뒤에 붙는 라사 羅紗는 포르투갈의 모직물 라샤(raxa)에서 온 말로 양털 또는 거기에 무명, 명주, 인조 견사 따위를 섞어서 짠 모직물이랍니다.

옆에 있는 '파트너다방'과 '선경유리' '칠성불사' 등도 70년대 풍경을 연상시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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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불사 옆에는 '윤희수선실'도 있고, 새로(와)양복점과 금 은 시계 전기 상점도 보입니다. 그 옆엔 세광 전기 철물도 있고, 관인 춘광국악원도 있네요. 광주는 특히 장구교습소나 국악원처럼 전통예술을 배워주는 곳도 많았습니다. 예향의 전통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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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고색창연한 한 골목입니다. 멀리 여관 간판도 보이고 토끼탕, 오리탕집도 보이네요. 가장 가까이는 소주방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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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목상, 여인숙, 고무상사, 서점, 전자, 화장품 마트 역시 사라져가는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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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바지 전문집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장구교실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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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중앙초등학교입니다. 일제시대 건물로 보이는데요. 지나가는 50대 아줌마께 물어봤더니 이 학교도 다른 데로 이전해가고, 이곳은 곧 미술관인가 하는 곳으로 바뀐답니다. 그 아줌마는 "미술관인가 뭔가로 쓴다는데, 시민들이 먹고살 게 들어서야지 미술관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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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 입구 지하도 옆에서 본 양복점입니다.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본 광주의 점빵들은 대부분 장사가 그리 잘 되어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도시에서 보기 힘든 것이어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었지만, 가슴 한 켠에 안타까움도 밀려왔습니다.

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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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9 1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2. 금수장여관 2008/05/19 12: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금수장여관---금수보다 못한 것들이 뒹구는데 ㅎㅎㅎ
    걍 농담해봣음

    광주는 인심좋고 넉넉한 곳입니다
    그곳에서 밥굶는 사람 없다 하지요?

  3. 광주시민 2008/05/19 1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업소는 성매매를...<<<추정을 잘못하셨네요 ㅋ
    저희 업소는 성매매를 <<<<이게 정답입니다..ㅋ
    광주...
    재개발 되어야 할곳이 아직도 엄청 많습니다.
    광주땅에선 돈벌어먹기도 힘들답니다 ㅠㅠ

    • BlogIcon 김주완 2008/05/19 18:33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오랜 세월 영남 출신 대통령 때문에 호남이 많이 낙후된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4. 너울 2008/05/19 14: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름때 초등학생때 어머니 손 잡고 금남로에서 팥빙수 사먹고..


    친구들이랑 자전거 타고 광주천 돌아 다니던 시절이 어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흘렀네요. ㅎㅎ;


    지금 사는 곳은 서울이지만.....

    그래도 고향인 광주에서의 추억이 제일 좋았던것 같습니다. ㅎ

  5. 중앙초교졸업생 2008/05/19 1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태어난 곳은 광주 동구 동명동~ 다닌 학교도 중앙초등학교~~

    사진을 보고있으니 옛생각이 더욱 많이나네요... 다른지역보다 발전이 더딘 광주지만

    그어느곳보다 푸근하고 정겨운곳은 없는것같아요...

    어렸을때 전여고 근처 (예전엔 하천이었거든요...) 에서 또래 동네친구들과 탐험한답시고 내려가서

    놀았던기억이 나요... 언젠간 광주에 꼭 내려가서 그곳에서 살고싶습니다...

    • BlogIcon 김주완 2008/05/19 1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향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언젠가 꼭 광주로 돌아가 사시기 바랍니다.

  6. 정운현 2008/05/19 1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래서 눈이 보뱁니다.

    글고, 아는 만큼, 다가가려는 마음만큼 느껴지지요^^^^

  7. 김은옥 2008/05/20 2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댁은 남해, 97년에는 결혼해서 부산 보수동에 살았고, 지난 2월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구가 사는 광주(금난로, 충장로(?))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기자님의 블러그에서 추억을 보고 갑니다.^^ 광주에는 양복점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8. 임은숙 2008/05/21 2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월이 광주는 비껴 간 모양입니다. 81년도에 광주를 떠나 왔는데 어렸을 적 보았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네요. 광주고 옆에 있는 계림 초등학교를 다녔고 저희 집이 금수장 근처였는데 금수장은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한참 후에 생겼습니다. 사진의 헌책방들은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70년대에도 있었습니다. 그곳이 도심지인 충장로 금남로와 10분 이내의 거리인데도 변화(?) 다른말로 발전이 없었다는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마음 한 쪽이 아려 오네요. 무엇인가 미련이 남아 정지 되어 버린채로 서있는 것 같은 느낌 . 우리 세대의 광주란 가슴 벅찬 감동이기도 하지만, 치유되지 않을 것 같은 상처로 남을 것 같네요. 5.18을 색깔 논쟁으로 덧칠하거나 한 정치인의 야욕헤서 비롯된 것이라고 몰아 붙이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더우기 올해 5.18 기념 식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뉴스로 접하고 나니 마음이 더 아픕니다. 제가 5.18 때 고3이었거든요. 청계 광장에 모인 고등학생들을 보면서 28년전 저와 제 친구들의 모습을 생각해 냈습니다. 역사는 반복 된다던가요?

  9. BlogIcon 김용국 2008/11/20 2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에서 5번째 사진 원의상실....89년 초등학교6학년때 부반장이던 은이라는 친구집이었습니다.
    다시보니 감회가 새롭네요....32살인 지금쯤 이미 시집을 갔겠죠....저도 간판의 전번을 보고
    전화를 했다가 용기가 없어서 그냥 끊은적이 몇번있었는데 그때 순수했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골목골목 많이 담으셨네요....이 가게들이 모두 계림동에 속하는데 제가 계림동만 13년을 살았으니
    모두다 낯익은 곳입니다. 이곳이 개발이 안되는 이유가 대인시장과 가깝고 골목들이 많아서 주로
    서민층이 밀집이 되어 있답니다. 그리고 모두다 가게가 이러지는 않고 예전에 비해 현재는 새건물들이
    종종 들어서는 추세이구요....계림초등학교 부근에 문방구도 있을텐데 그건 담지 못하셨네요
    저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주인이 안바뀌고 30년가량 하시는 수염이 덥수룩한 분이 계시는데....
    아무튼 좋은 사진들 잘 봤습니다. 옛날 추억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동심의 세계에 다녀온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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