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니 지난 2010년이 제게는 '징계'로 시작해 '경고'로 끝난 한 해였습니다. 징계는 경남도민일보에서 받는 '1호봉 강하'이고요, 경고는 연말에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았답니다.

징계로 호봉이 깎이는 바람에 한 달에 1만 몇천원씩 한 호봉에 해당하는 돈이 퇴직할 때까지 다달이 적게 주어지게 됐고, 경고와 관련해서는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느라 경남 선관위 2층 조사실로 불려가는 일도 겪었습니다.

아쉽지도 않고 
잘못됐다 여기지도 않지만

하지만 '징계'와 '경고' 모두 제가 스스로 불러들인 것과 마찬가지이니 그렇게 아쉽거나 잘못됐다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그냥 한 번 돌이켜보니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2010년 제가 한 일을 한 번 정리해 보면 크게 세 갈래가 되겠습니다. 하나는 김주완 선배 편집국장 임명 동의 투표 부결과 관련돼 이른바 '반조직 행위' 반대 활동을 벌인 것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율 스님 낙동강 사진을 갖고 경남 일대에서 여덟 달 동안 돌아다니면서 사진전을 벌인 일입니다. 지율 스님 낙동강 생태 예술 사진 경남 지역 순회 전시 추진 모임(경남 낙사모)이라는 단체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저 혼자 한 일이 아니고요, 블로거와 아고리안과 저희 경남도민일보 식구 몇몇이 모이고 지역과 전국의 뜻있는 이들이 성금과 성품을 보태주셔서 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세 번째로 바로 이명박 정부의 경남도에 대한 낙동강 살리기 사업권 회수에 맞서는 경남도지사를 응원하는 '김두관 힘 실어주기 캠페인'이 있었습니다.

소신의 산물이어서 달게 받을 수 있었다?

이미 벌어지고 마무리까지 된 일을 갖고 길게 말씀드릴 까닭은 없습니다만, 2010년 2월 11일 김주완 편집국장 임명동의 투표 부결은, 김주완 선배의 퇴사와 맞물리면서 언론계에서 아주 큰 관심을 끌었던 사건입니다.

나중에 당시 서형수 사장까지 자신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하고 사퇴를 결심하고 실행에 들어갔습니다만, 저는 어쨌거나 공식 조직 바깥에서 벌어진 반조직 행위의 당사자를 꼽고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일을 벌였습니다.

2010년 2월 23일 서형수 사장 사퇴를 만류하는 경남도민일보 구성원들의 이사회 맞이 피켓시위.


그러는 가운데 나름대로 반조직 행위에 맞서는 세력이 집결이 됐고 중심을 잡았으며 사장 사퇴 반대 피켓시위라든지 기수별 성명서 발표라든지 경남도민일보 11년 역사에 볼 수 없었던 일들도 줄줄이 일었습니다.

이른바 '침묵하고 있던 다수'가 발언과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그이들은 대부분 후배 기수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반조직 행위를 했다'고 꼽힌 이들은 신문사 안에서 사실상 힘을 잃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새롭게 사장을 뽑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나중에 6월에는 조직을 떠났던 김주완 선배를 신임 구주모 사장이 새로 편집국장 임명해 동의투표를 통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징계를 받았습니다. 살펴보니 3월 29일자로 공고가 있네요. 저는 앞서 제가 한 얘기가 소신의 산물이고 또 그로 말미암아 조직을 지켜낸 보람이 있다면 그런 징계쯤은 달게 받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관련 글 
1. 사장·편집국장 사퇴 후 우리가 얻은 것은? http://2kim.idomin.com/1494
2. 반조직에 맞서다 징계 심의 대상이 됐다  http://2kim.idomin.com/1455
3. 이게 반조직 행위 아니면 뭐가 반조직일까 http://2kim.idomin.com/1445
4. 편집국장 임명자도, 사장도 떠나는 이 마당 http://2kim.idomin.com/1441
5. 김주완은 떠났지만, 나는 보내지 않았습니다 http://2kim.idomin.com/1437

선거관리위원회의 엄중 경고……'뭥미?'

2010년 11월 15일 정부가 경남도를 상대로 작전을 하듯이 낙동강 사업권을 회수해 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방자치와 분권을 무시하고 자연 생태를 망가뜨린다며 분개했습니다.

저는 제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무엇일까 생각을 했고 그 결과 이명박 정부 낙동강 사업권 회수에 맞서는 김두관 경남도지사를 지지 응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실제 보여주자는 데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 '김두관 힘 실어주기 캠페인'을 제안했고 성금이 200만원 넘게 쏟아졌으며 때마침 신설된 경남도민일보의 자유로운 광고를 통해 스무 차례 넘게 '힘 실어주는 광고'가 나갔습니다.

광고가 여덟 차례인가 나간 시점에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분명히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나가던 광고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선거에 분명히 입후보할 사람의 이름을 그대로 내걸고 지지하는 광고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습니다. 경남도의 정책과 경남도를 대표하는 도지사에 대한 지지 응원이라 했지만 그이들에게 먹히지는 않았습니다.

선관위는 이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했습니다. 반대로 김두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그렇게 내걸고 지지 응원하는 광고를 내도 되느냐는 질의가 많다고 했습니다.

(저는 거꾸로, 선관위에 걸려왔다는 이런 항의성 문의 전화가 바로 김두관 힘 실어주기 캠페인이 나름 위력을 부렸다는 반증으로 여기고 받아들였습니다만 ^^)

그래서 생각 끝에 광고 문패를 '김두관 힘 실어주기 캠페인'에서 '정부의 낙동강 사업권 회수는 부당합니다'로 바꾸고 제가 조사를 받은 다음 선관위 처분을 기다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저는 한편으로 이것이 정녕 공직선거법 위반인지, 만약 그렇다면 유권자의 의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약은 아닌지 따져볼 생각을 했으나 그러면 그 국면의 초점이 흐려질 것 같아서 일단 접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김두관 힘 실어주기 캠페인'이라는 문패를 그대로 썼을 것이고 선관위는 나름 조사를 해서 고발을 하거나 했을 것이고 어쩌면 검찰 기소를 거쳐 법원에서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선관위 직원이 와서 '엄중 경고'한다는 공문을 주고 갔습니다. 그 때 받은 공문을 살펴보니 그 날이 바로 12월 14일이네요. 하하.

그이는 제게 "언론인은 법률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고 그런 언론인이 불법 선거 운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옷을 벗어야 한다"는 얘기를 되풀이했습니다.

관련 글
1. '김두관 힘 실어주기' 낙동강 광고 결산 보고 http://2kim.idomin.com/1814
2. 김두관 응원광고료 하루만에 109만원 모였다 http://2kim.idomin.com/1748
3. 김두관 힘 실어주기 캠페인을 벌입시다 http://2kim.idomin.com/1747

저는 어쩌면 무덤덤했습니다. 그래 기자 노릇 그만두면 되지, 또 기자 노릇 그만둔다 해도 글은 계속 쓸 수 있으니 무슨 상관이람, 이랬습니다.

물론 그보다는, 스스로 소신으로 한 일인데, 그게 현행 법률 위반이라 해서 도중에 중단하고 말 그대로 졸아들고 하면 그게 오히려 우스운 노릇이 아니냐는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한 것도 같습니다.

어쨌거나, 1월도 지나고 설날도 지나서 많이 늦었기는 하지만, 지난 한 해 돌아보니 저도 참 나름대로 이리저리 일렁이는 너울과 물결을 타고 때로는 그렇게 일렁이는 너울과 물결이 돼서 흘러왔구나 싶네요.

그런데, 지난해와 같은 일들이 앞으로 다시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2008년 노조 전임을 마치고 현업으로 복귀할 때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저는 "앞으로 죽어도 악역(惡役)은 안 한다!"고 다짐했더랬습니다. 이해 관계가 서로 부딪히는 지점에서 일을 하는 것이 노조 전임이다 보니 마음에 없어도, 정말 하기 싫어도 악역을 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많이 지치기도 했고 오해도 적지 않게 받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그렇게 다짐을 했는데요, 그래도 상황이 생기면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하더라도 되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겠지요.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가 제 사는 모토이니까요. 랄랄라.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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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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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비단안개 2011.02.21 0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랄라라~ ^^
    지난주와 어제 낙동강 죽이기 1, 2공구 현장을 지났으며, 한껏 자랑하던 화명동 스쳐 어제는 강을 따라 제법 달렸지요.
    강가의 농지가 싸그리 사라져 완전 경사났더군요.(봄채소값도 한껏 올라라)

    돌아 오는 길에 양산읍내에서 밥 먹고.. 어디쯤인지.. 흙바람이 자욱했습니다.
    봄이라 겨울바람 못지않게 황사와 모랫바람이 일텐데 주변 주민들이 염려됩니다.

  2. 이응인 2011.02.21 19: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징계와 경고, 그랬군요. 상처가 새로운 나날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픈 곳이 좀 아물면 또 새로운 상처가 생기고......
    반갑고 고마운 김훤주 님.

    • 김훤주 2011.02.23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생님 한 번 뵙고 하면 좋을 텐데.... 제가 밀양에 가지를 않으니까 그렇습니다.
      밀양, 참 좋은 동넨데^^
      근데 지난해 징계와 경고가 제게는 상처도 아니었고 또 아픈 곳도 아니었답니다.
      그냥, 살다보면 겪게 되는 이런저런 일 가운데 하나 둘일 따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