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토록 잔인해졌을까? 이 물음은 이 세상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저 자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넘쳐나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데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기는 합니다.
전염병 터지면 곳곳서 짐승 떼죽음
소는 조금 다릅니다만, 돼지나 닭이나 오리 따위는 한꺼번에 죽임을 당합니다. 광우병에 걸린(또는 걸렸다고 볼 수 있는) 소는 고기 값이 비싸서 그런지 사람들이 억지로 아닌 것처럼 해서 어떻게든 내다 팔 궁리를 하지, 모조리 죽여 버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가 있다고 하면, 둘레 일정 범위에 들어 있는 닭과 오리는 죄다 죽음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돼지 또한, 구제역(口蹄疫)이나 돼지콜레라가 생겼다는 말만 나와도 비슷하게 죽임을 당합니다.
이런 차이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은 ‘확실한’ 전염병인 반면, 광우병이라는 존재는 아직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구석이 많은, 전염‘성’ 질병이라는 데에서 생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본바탕에서도 그리 많이 다를까요?
산 채로 묻히는 닭에게 고통은 없을까
요즘 텔레비전에서, 이른바 조류독감 확산을 막는다고, 닭을 포대에 집어넣어 한꺼번에 땅에 파묻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시지요? 행여, 포대 안에 들어 있는 닭이 아직 죽지 않은 채 생생하게 살아 있는 목숨이라는 생각은 해 보셨는지요?
어쩌다, 포대에서 빠져나와져서, 날개를 퍼덕이기는 하지만, 어찌 해야 할지 몰라 구덩이 안에서 두리번거리는 닭이 눈에 들어온 적이 있는지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자그마해 화면에는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닭의 눈알을, 떠올려 보신 적이 있는지요?
학생 여러분 기억에는 제대로 없겠지만, 2000년 구제역이 일어나고 2003년 돼지콜레라가 번졌을 당시 돼지의 운명 또한 지금 이 닭들과 비슷했습니다. 콜레라 발생 지점에서 일정 범위에 드는 돼지들은 모조리 숨이 끊어져야 했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닭들은 생매장하는 반면 돼지들은 사(死)매장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릅니다.
이처럼 닭들을 파묻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보다가, 아휴, 저것들도 생명이지!! 하는 느낌이 순간 확 스치면서 소름이 돋았던 적이 있습니다. 소름은, 파묻는 이들이 아니라 저 자신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그런데도 너(!)는, 저 닭들의 아픔과, 고통과, 공포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나날을 지내는군…….
그러면, 일어나지 못하는 소는?
광우병 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광우병 소가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저런 소를 먹을 수는 없지, 이렇게만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인간도 광우병에 걸리면, 막판에는 소처럼 일어나지도 못하고 눈물만 질질 흘린답니다.
저는 그 이의 눈물이 너무 고통스러운 끝에 나오는 산물이라는 얘기를 듣고 벌렁 드러누워져 있던 소에게로 생각을 돌려봤습니다. 소에게는 그런 고통이 없었을까, 그것도 자기가 먹고 싶어서 먹은 초목 ‘양식’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 욕심을 위해 억지로 먹이는 고기 ‘사료’ 때문에 생긴 일인데.
어쨌든, 지금 여기서 길게 말씀드릴 틈은 없지만, 한 번 생각은 해 봐야 하는 문제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느냐, 저는 여깁니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다른 생명에게 무심해졌을까? 우리가 어쩌다 이토록이나 잔인해지고 말았을까? 잔인함이 무엇이고 어떤 것인지조차 우리 스스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잔인해진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 <창원대신문> 2008년 5월 26일치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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