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벌 회장의 보수는 '극비'?

2012년 4월 7일치 토요판 한겨레신문을 한 달이 지난 5월 6일 읽었습니다. 1면 아래 '친절한 기자들' 자리에다 김진철 기자가 쓴 "재벌 회장들의 '극비'를 추정해 볼까요"가 재미있습니다. 재벌 회장들 급여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해 보는 내용입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급여가 없답니니다. 삼성그룹에 물어서 들은 답이랍니다.(하기야 주식 배당금만도 엄청나겠지요.) 그리고 다른 재벌 회장들의 급여는 극비라고 했습니다. 개별 임원 보수를 공개하는 쪽으로 법률 개정이 시도된 적도 있지만, 전경련 같은 경제단체들이 반대해 이뤄지지 않았답니다.

당시 전경련 따위가 내세운 반대 이유가 '국민적 위화감 조성, 노조의 임금인상 압력 강화, 우수인재 영입 곤란, 기업활동 위축' 등이라는데, 뒤집어 읽으니 그이들이 받는 급여가 우리 상상이상으로 많을 수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1위 재벌의 우두머리와 그 아내. 뉴시스 사진.


차선으로 제시된 바가 회사마다 내는 사업보고서에 적힌 임원 보수 지급액이었습니다. 재벌 회장에게 주어지는 연봉의 최소한을 가늠할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회장들이 사내 등기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들춰보고 평균치를 셈해 보자는 얘기입니다.

2. 정몽구의 보수와 배당금 합계는 최소 508억원

김진철 기자. 한겨레 사진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습니다. 이 회사들의 평균 임원보수액으로 계산하면 정 회장은 지난해 52억여원을 받은 셈입니다. 물론 회장이 부회장이나 사장 등보다는 당연히 많이 받을 테니, 이 액수는 최소치겠죠?"


"에스케이(SK)의 최태원 회장은 ㈜에스케이 등 3개 회사 등기임원으로 최소 112억여원을 받았고, 구본무 엘지(LG) 회장은 ㈜엘지와 서브원에서 최소 25억여원을 받았을 겁니다. 이밖에도 신동빈 롯데 회장은 41억여원, 허창수 지에스(GS) 회장은 29억여원 등이 최소 연봉으로 추정됩니다."

"평균 109억원 앞에선 다들 무릎을 꿇어야 하지 않겠어요? 삼성전자 사내 등기임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입니다. 10년이 넘도록 삼성전자 등기이사들의 연봉은 부동의 1위랍니다. 월급을 받지 않는 이 회장 아래서 일하는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 이윤우 상임고문, 윤주화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지난해 100억원대의 연봉을 받았다는 겁니다."

이어서 재벌 회장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난해 1위는 정몽구 회장이었습니다. 456억원을 받아갔고요. 현대중공업그룹의 고문인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가 308억여원을 배당금으로 챙겨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285억여원으로 3위, 그 뒤로 구본무 회장(191억원), 최태원 회장(190억원), 허창수 회장(120억원) 등의 순이었습니다."

한겨레 4월 7일치 토요판 해당 기사.


3. 정몽구 소득의 4233분의1도 안되는 법정 최저임금

월급 200만원 정도인 저로서는 상상이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4580원이고 일당으로 3만6640원 짜리이고 월급으로는 100만원 조금 못 미치는데, 이들은 어쩌면 저보다도 상상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김진철 기자 기사에서 가장 높은 소득을 보였다고 돼 있는 정몽구 회장의 보수·배당금 수익 최소 508억원은 최저임금의 몇 배나 될까요? 최저임금을 연봉 1200만원으로 잡고 셈해 봤더니 무려 4233배가 넘었었습니다. 저는 이 '4233배'나 '4233분의1' 또한 제대로 짐작되지 않았습니다.

문득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월호를 읽은 기억이 났습니다. 석 달 전 그 때 저는 <르몽드> 머리기사 제목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최고소득'  상한을 정하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개념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4. 100년 전 최고임금제 도입 운동을 벌인 미국 사람들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2월호 1면 머리기사.

미국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흘러갑니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찾아온 번영기에 전개된 경제정의 실현을 위한 대규모 운동은 오늘날 '최고 임금'(Maximum Wage)이라고 불리는 개념의 도입을 주장했다. '최저 임금'(Minmum Wage)과 짝을 이루는 이 개념은 임금뿐 아니라 연간 소득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최고임금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100년도 넘는 옛날에 그것도 미국에서 제기돼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는 얘기였고 그런 주장과 운동이 지금 다시 미국에서 힘을 얻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대한민국에 있는 저로서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 미국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었습니다.

1면 머리기사를 받아 이어지는 12~13면의 기사 "'최고소득' 제한, 미국의 오랜 투쟁"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10년대 미국에서 '10만 달러 이상 소득에 대한 100% 과세'를 실현하자는 운동이 벌어져 결국 100만달러 이상 소득에 대한 과세율이 1918년 77%(1914년에는 7%)로 올라갔다."

이런 전통 위에서 미국 사람들은 "최저임금과 연동된 실질적 최고임금을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르몽드>는 일러줍니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의 10배 혹은 25배 이상 소득에 대해 100% 과세율을 적용하면 된다."

그러면서 이런 임금 차별을 범죄로 여겨야 마땅하다는 관점까지 보여줍니다. "현재 연방정부는 고용 과정에서 인종과 성을 차별하는 기업과는 계약을 맺지 않는다. 경영자들에게 천문학적 연봉을 지급함으로써 국가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기업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일반 노동자 임금의 10배, 20배 심지어 50배까지 지급하는 기업에는 '세금으로 거둬들인 돈'을 단 한 푼도 줘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공공사업 수주, '경제발전'을 위한 지원금, 면세 혜택 등"이 주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2월호 12~13면 기사.


5. 최고임금제는 생각도 못하는 우리 상상력과 감수성

우리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2012년 12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최고임금제를 공약으로 채택하라는 운동을 노동단체 중심으로 벌이면 어떨까요? 그런데 그에 앞서, 이런 생각도 못한 운동을 현실 속에서 제기하고 움직여나갈 상상력과 감수성과 대담함을 지금 우리가 갖추고 있기나 한가 하는 미심쩍음이 먼저 드네요.

한 번 인터넷을 뒤져보니 2009년 1월 한겨레 객원논설위원 칼럼에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한 번 주장한 적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르몽드> 이번 2월호가 처음 제기할 때까지 우리나라 사람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고작해야 4월 11일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하나 당선시키지 못하고 정당 득표율도 1%에 못 미쳐 정당법에 따라 해산당하고 만 진보신당이 공약을 낸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르몽드> 2월호를 보고 생각해 냈지 싶은데, 그것은 'CEO 최고임금 상한을 법정 최저임금의 100배로 제한하자'였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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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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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모니 2012.05.07 08: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제금융받는 월가쓰레기들이 매년 수백만 수천만달러씩받아가는 미국에 비하믄 한국은 별거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