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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서울에 갔다가 이런 물건을 거리에서 봤습니다. 건널목에서 초록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쓰임새가 무엇인지 몰라서 궁금했습니다.

서울역에서 한국언론재단까지 걸어 가는 길이었습니다. 천천히 걸으면 30분쯤 걸리는 거리입니다. 이게 무얼까 눈여겨 보기 시작했는데 앞에 있는 양복 입은 남자가 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해줬습니다.

그이가 피고 있던 담배의 꽁초를 불도 끄지 않은 채 위에 나 있는 구멍으로 쏙 집어넣었습니다. 담배꽁초 쓰레기통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쓰레기통은 매력적입니다. 구멍이 작아서 담배꽁초 말고는 여기다 집어넣을 수 있는 물건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생긴 모양도 날렵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들 요인도 없어 보였습니다. 제가 사는 마산이나 창원에는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살고 있는 마산이나 창원에서도 이런 담배꽁초 쓰레기통을 사람이 붐비는 몇 군데에 만들어 두면 좋겠다 싶어서, 널리 알리려고 손전화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는 이런 데서 여행의 유용함을 느낍니다. 저의 이번 서울행(行)은 한 나절 짧은 나들이지만, 제게 익숙한 마산과 창원의 환경을 벗어난다는 점에서는 다른 여행과 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환경을 마주한다는 점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여행의 미덕은 자기 사는 데를 떠나 익숙한 환경과 새로운 환경을 대조 비교하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 가운데 4년을 보냈던 대구의 거리를 20년 넘게만인 2001년 거닌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좁은 길에도 가로수가 심겨 있었습니다.

온도를 낮추고 공기를 맑히려고 대구시장 문희갑이 힘차게 추진한 정책이라고, 저는 들었습니다. 문은 나중에 뇌물인가를 받은 죄값을 치르는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 가로수 심기만큼은 아주 잘한 일에 들 것입니다.

이 가로수를 보기 전에는 인도에 말고 다른 어디에 가로수를 심을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익숙한 환경에서 태어나는 고정관념이 참 무서운 존재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2006년 12월 습지 취재를 하러 중국 항주에 간 적이 있습니다. 항주는 아스팔트 도로 빈틈이 있으면 어김없이 나무나 풀이 심겨 있습니다.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리 하지 않습니다. 고가도로 시작하는 아래쪽이라든지 공터가 있으면 하얗거나 노란 페인트로 빗금 치듯 색칠을 할 뿐입니다. 잘해야 그 위에다 화분을 갖다 놓는 정도입니다.

여행을 하지 않으면, 자기 사는 데를 떠나보지 않으면, 이런 비교나 대조가 이뤄질 까닭이 없습니다. 팔자 늘어진 이들을 저는 부러워한 적이 없지만, 일삼아 여행을 다녀도 된다는 점에서만큼은 아주 무척 그이들이 부럽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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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지음 | 이레 펴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 윌리엄 워즈워스, 빈센트 반 고흐 등 여행을 동경하고 사랑했던 예술가들을 안내자로 등장시켜, 여행에 끌리게 되는 심리와 여행 도중 지나치는 장소들이 주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1장에서는 여행이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임을 강조하고, 여행의 기대에 실려 있는 욕망을 분석한다. 2장에서는 호기심을 활성화시켜 즐거운 여행을 만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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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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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맑음 2008.06.28 1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읽었던 중 가장 잘 쓴 수필 중 하나가 어느 주한 외교관 부인이 조선일보에 올렸던 글입니다.
    내용인즉, 외국으로 이민간 한국 여자가 현재 한국 사는 자기에게 빗자루를 좀 부쳐 달라 그러더라는 겁니다. 거기서는 '진짜 빗자루'를 구할 수가 없다고.
    처음 한국에 와서 짜리몽땅한 한국 빗자루를 보고는 영 불편해 했던 자기가 시간이 좀 지나니 거기에 익숙해져 다른 나라 문화를 함부로 폄하할 일이 아님을 깨달았던 기억이 있어 그녀는 그 이민간 한국 여자 심정을 잘 이해할 것 같노라고....
    스위슨가 어딘가에 갔을 때는 거기 주부들이 매일 아침 침구를 베란다에 내놓고 말리는 것을 보고는 정신나간 여자들처럼 여겼었는데 거기서 좀 생활하다 보니 어느새 그 이웃 여자들과 똑같이 생활하는 자신을 발견하였노라고....

    아무래도 이민간 한국 여자에게 자기가 한국 빗자루를 하나 사다 부쳐 주어야 할 모양이라고, 아니, 어쩌면 그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끝나는 글이었지요. 어느 인류학자에도 뒤지지 않는 예리한 통찰력 아닙니까!

    • 흐림 2008.07.01 07: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냥 잘 쓴 산문인 것 같네요. 남의 처지 돼서 생각해 보기를, 그냥저냥 하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