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생들, 진학이나 취업 앞둔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을까를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11월 18일 MBC경남 <라디오 광장>의 ‘세상 읽기’에서 이런 얘기를 풀어놓았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다는 현실에 바탕한 것입니다.

 

김훤주 기자 : 11월 7일 수능이 치러졌습니다. 이번 세상 읽기에서는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 나름대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무슨 일을 하면 좋겠는지를 한 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 앞으로 수시 정시 같은 대학 입학 시험이 마무리되면 우리 학생들에게는 방학 같은 상황이 오래 계속될 텐데요, 이 때 무엇을 하면 좋겠는지 한 번 얘기해 보면 좋겠어요.

 

여태 살아온 고장을 알지 못한 채 떠나는 고3들

 

관동리 유적을 찾은 김해 지역 고3 학생들. 관동리 유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솟대 세운 자취가 확인됐습니다.

 

주 : 저는 우리 지역 학생들 처지를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부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많은 학생들이 자기가 살아온 고장을 떠나게 된다는 사실이었어요.

 

진 : 그렇지요. 농촌이나 어촌 같은 경우 더 심할 것 같아요. 창원이나 진주·김해 같은 데는 그래도 대학이 있지만, 대학이 없는 시·군도 많으니까요. 또 있다 해도 자기와 적성이 맞을 개연성은 별로 높지 않겠지요.

 

주 :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한데요, 서울 또는 대도시 집중 현상은 청소년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어서 자기가 사는 지역을 벗어나 가능하면 서울, 그게 안 되면 부산 같은 데라도 나가 살고 싶어하는 동경 현상이 매우 심합니다.

 

율하리 유적을 찾은 김해 지역 고3 학생들. 율하리 유적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선사 시대 선착장입니다.

 

진 :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상 모든 나라에 있는 현상이 아닐까요? 또 지금 세대만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고 저희가 고3일 때도 다들 그렇게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주 : 물론 저희 세대도 그랬습니다만, 그런 서울 바라기나 대도시 바라기가 나쁘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고요, 단지 이렇게 자기가 태어나 20년 가까이 살아온 자기 고장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떠나가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얘기일 따름입니다.

 

지역은 학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진 : 지금 교육 현실에서는 당연한 것 같은데요. 학교나 학원에서 세계적이거나 전국적인 것은 가르쳐도 자기가 사는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일러주는 교과서나 문제집은 없으니까요.

 

거제관아를 찾은 거제 지역 고3 학생들. 대부분이 여기를 처음 온다고 했습니다.

 

주 : 그렇습니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 대한 문제는 수능 시험에도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수험생들로서는 공부할 필요가 없는 현실입니다.

 

진 : 이렇게 고3 학생들이 자기가 나고 자란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자기 지역 소중함을 느낄 수 없었던 아이들 

 

주 : 이미 학생들은, 어쩌면 어른들조차도 대부분이 자기가 사는 지역은 보잘것없고 서울이나 수도권 아니면 부산 대구 같은 대도시가 훨씬 좋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자기가 사는 지역도 살펴보면 나름 소중하고 가치롭고 아름다운 구석이 제법 된다는 사실을 손쉽게 알 수 있거든요.

 

가배량성에 오르는 거제 지역 고3 학생들. 가배량성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 때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었던 자리랍니다.

 

진 :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설령 지금은 진학이나 취업 때문에 고장을 떠나지만 언젠가 돌아올 때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 테고, 타향살이를 하는 중에도 고장에 대한 자부심을 나름 가질 수 있겠네요.

 

주 : 그렇다고 자기 고장 역사나 문화에 대해 무슨 공부를 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고요, 설렁설렁 편안한 마음으로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기 고장을 둘러보는 여행이나 나들이를 해보자는 얘기입니다.

 

진 : 괜찮겠는데요. 거리도 가깝고 또 바깥에서 잠을 자야 하는 경우도 드물 테니까 비용도 별로 많이 들 것 같지 않고요.

 

주 : 그렇게 떠나 둘러보는 것입니다. 또 널리 알려진 데는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을 테고요, 그렇지 않으면서도 나름 의미가 있고 아름답거나 그럴 듯한 장소를 찾아나서는 것입니다.

 

고려동 유적지를 찾아 율간정 대청 마루에서 들판을 바라보는 함안 지역 고3들.

 

고3들 자기 지역에 대한 무지는 어느 정도일까

 

진 : 그런데 고3 학생들의 자기 지역에 대한 무지가 어느 정도나 될까요? 주 : 이번에 양산 지역 고3 학생들을 상대로 역사문화탐방을 진행해 본 적이 있는데요, 양산 특산물이 매실과 고로쇠 사과 배 같은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제대로 맞히는 학생이 드물었습니다.

 

진 : 20년 가까이 살아온 고장인데도 그렇군요. 혹시 양산에만 국한되는 그런 현상은 아닐까 모르겠습니다만.

 

주 :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창원 지역 학생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옛 창원서 나는 특산물 가운데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진 과일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정답은 단감인데 그 가운데는 밀감이라는 대답도 있었습니다. 나름 학교마다 선발해서 온 학생인데도 말씀입니다.

 

반면, 이렇게 지역 역사 문화에 대해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을 하는 과정에서 창원 출신 유명 연예인은 누구일까 물었을 때는 그렇게 많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칠원향교에서 향교 총무로부터 그 역사를 듣고 있는 함안 지역 고3 학생들.

 

문제는 고3이 아니라 우리 교육과정이지만

 

진 : 우리 교육 과정이 지역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알게 해주는 이야기이군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요?

 

주 : 물론 지역 역사 중에서도 전국적으로 의미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창원 성산패총에서 고대 중국화폐가 나왔었거든요. 그 뜻하는 바가 가야세력의 국제 교류, 교역, 무역이라는 어려운 문제는 잘 풀면서도, 정작 창원향교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무엇이냐는 문제는 어려워했습니다.

 

진 : 그래서 이처럼 수능을 마치고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자기가 사는 고장의 역사 문화를 둘러보는 여행은 이런 면에서 아주 의미가 있겠어요.

 

조그만 장춘사 멋진 절간 뒤쪽 언덕배기 감나무 아래에서 얘기를 주고받는 함안 지역 고3 학생들.

 

주 : 이런 면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알고 보니까 나름 사연이 서린 공간들도 많습니다. 마산에서는 창동·오동동 근대사 알기 미션을 진행했는데요, 학생들 반응이 예외 없이 수많이 지나다닌 거리지만 이런 역사가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진 :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거리이고 역사 현장인데도 학교나 가정에서 아무도 일러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월광사지 동서삼층석탑을 찾은 합천 지역 고3 학생들.

주 : 그렇습니다. 뻔히 드러나 있는 장소조차 이렇게 살펴보면 자기 고장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많습니다. 보기를 또 하나 들자면, 합천군 삼가면에 가면 삼가장터 들머리에 삼가장터 3.1만세운동 기념탑이 있습니다.

 

1919년 양력 3월 18일과 23일에 있었던 일인데요, 조그만 시골임에도 규모를 축소한 일제 기록조차도 참가 인원이 1만200명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관순 누나의 천안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보다 규모가 컸습니다.

 

또 이런 거대한 운동의 배경에는 경남의 정신적 지주로 일컬어지는 남명 조식이 1500년대 여기서 나고 자랐을 뿐 아니라 장년에 다시 돌아와 학문을 하고 제자를 길러낸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진 : 그런데요, 이런 얘기에 공감한다 해도요, 청소년 또는 학부모가 자기 사는 지역에 이렇게 둘러보면 좋을 그런 역사 문화 현장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지 않을까요?

 

주 : 그럴 수도 있겠네요. 먼저 부모가 나서서 알려주거나 부모한테 물어보면 될 것 같고요, 아무래도 그 지역에 오래 사셔서 알고 있는 부분이 틀림없이 있거든요. 그리고 더 도움이 필요하다면 제게 연락하시고요.

 

경남도민일보 인터넷 신문 초기 화면 한가운데 즈음에 있는 분야별 취재기자 연락처를 누르시면 김훤주라는 제 이름과 전화번호 등이 그대로 나옵니다.(덧붙임: 여기에 댓글을 남기셔도 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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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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