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에 가면 모산재가 있습니다. 봄날 철쭉으로 이름난 황매산의 남쪽 봉우리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모산재는 엄청난 바위산이랍니다. 그 아래 통일신라시대 지어졌다는 영암사 망한 절터가 있는데요, 거기 석재들도 죄다 모산재에서 나왔습니다.

 

모산재 바위는 화강암이라 그 색깔이 맑고 밝고 씩씩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바위산에 이상하고 별나게 생긴 바위들이 없을 리가 없겠지요. 돛대바위 순결바위는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돛대바위는 물 위를 떠다니는 배 한가운데 돛을 단 돛대 같이 생겨서 얻은 이름입니다.

 

순결바위는, 가운데가 사람 하나 들어갈까 말까 한 너비로 벌어져 있는데, 순결하지 못한 사람이 들어가면 바위가 오므라들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하, 그렇게 해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저는 아직까지 들은 적이 없습니다.

 

돛대바위.

 

순결바위.

 

모산재에 이런 바위만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 이름을 얻지 못했다뿐이지 이상하고 별나게 생긴 바위들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4월 2일 모산재를 올라갔다가 왔는데, 이태 전 오를 때보다 숨이 조금 더 가쁘더군요. 아무래도 나이 탓인 모양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거나 그 때 찍은 바위 사진들을 한 번 올려보려고요. 먼저 순결바위 옆 모습입니다. 합천신문 박황규 발행인과 동행했는데, 저는 엉덩짝 같다고 했고 박 발행인은 함께 껴안고 입맞춤을 하는 남녀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좀 으뭉스러운 편이고 반면 박 발행인은 담백한 편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무엇을 닮았느냐고 페친들한테 물었더니 여러 대답이 나왔습니다. 사람 귀처럼 생겼다, 짝사랑하는 남녀 같다, 스타크래프트의 질럿을 닮았다, 돼지 발톱처럼 보인다 등등. 물론 엉덩짝 같다거나 입맞춤하는 남녀 같이 보인다는 이도 있었습니다. 보시기에 무엇 같으신지요? 

 

 

이렇게 생긴 바위도 있습니다. 옛날부터 모산재 오를 때마다 무척 별나게 생겼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바위인데요. 이번에 들어보니 그 새 이름을 얻었더군요. 득도바위랍니다. 과연, 여기에 올라앉아 아래를 내다보며 도를 닦는다면 얼마 가지 않아 도를 깨칠 것 같은 느낌이 잔뜩 듭니다.

 

 

사진 가운데 잔뜩 웅크리고 있는 듯하게 아래위로 포개어져 있는 바위는 어떠신지요? 무엇인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무엇인가 느낌을 주는 것 같기는 한데, 마땅하게 떠오르는 낱말이나 형상이 저는 없습니다. 못난이 바위라고나 할까요.

 

 

이 바위를 보고는 바로 느낌이 들었습니다. 쌩택쥐페리가 쓴 소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여우를 닮았다고 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왕자와 이 여우는 보리밭 따위를 얘기거리 삼아 서로 사귀고 결국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것입니다.

 

 

이것도 잘은 모르겠으나 별나게는 생겼다고 저는 여겨졌습니다. 두더지 대가리를 닮았다는 생각이 저는 들기는 합니다. 햇볕을 아래서는 제대로 살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속성 때문에 대가리를 아래로 내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냥 첫 인상으로는 거북처험 보이는 바위입니다. 그런데 앞발 뒷발이 보이지 않습니다. 편하게 앉아 허리를 기댈 수 있는 의자처럼도 보입니다. 아니면 오래 된 무덤을 지키고 있는 상징 석물 같다는 인상도 줍니다.

 

 

가파른 산세 중턱 즈음에 보이는 바위입니다. 조금 희게 보이는 부분입니다. 코 부분 형상과 눈자죽이 뚜렷하다고 저는 봤습니다. 보는 순간 저는 코가 비죽 튀어나온 돼지 대가리를 닮았다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습니다.

 

 

엄청나게 커다란 암벽 한가운데 거무스럼한 자죽이 있습니다. 사진 한복판에 말씀입니다. 저는 보관을 쓴 부처님 또는 왕관을 쓴 임금이 돌아앉아 있는 모습 같습니다. 바닥에 퍼질러 앉지 않고 뒷받침 없는 의자에 걸터앉은 채로 조금 숙인 것 같습니다.

 

 

왼쪽으로 툭 튀어나온 부분이 코끼리 귀처럼 보이지 않으십니까? 다른 각도에서 찍으면 또 다르게 보이겠지만 여기서는 아무래도 제게 그렇게 보였습니다. 어쩌면 돼지코처럼도 보이는데, 그렇지만 돼지코 치고는 앞부분이 너무 가느다랗습니다.

 

 

매우 넉넉합니다. 조금 기울어져 있기는 하지만 멋진 너럭바위입니다. 그런데 생긴 모양이 저는 바다에 치는 파도 같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잔잔하게 너울대는 그런 것이 아니고 이리 꿈틀 저리 비틀하면서 거세게 몰아치는 그런 종류 말입니다. 그래서 파도바위 되겠습니다.

 

 

왼쪽에서부터 살짝 솟아올랐다가 꺾어지면서 툭 뒤어나온 이 바위는 무엇을 닮은 것 같은지요? 저는 한눈에 주먹바위라고 이름을 붙이면 딱 맞겠다 싶었습니다. 가볍게 말고 힘껏 불끈 움켜쥔 주먹처럼 제 눈에 보이거든요.

 

맞은편 마루에서 바라본 돛대바위. 오른편 끝머리에 있습니다.

 

내려오는 끝자락에 있는 국사당. 무학대사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창업을 위해 기도했다는 자리입니다.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하게 살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나 여러 군데에서 별스런 바위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커다란 암벽에 망치를 그려놓은 것 같은 것도 찍었으나 카메라가 좋지 않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마음먹고 찾아보면 재미나고 별스러운 바위들이 무척 많을 것 같습니다.

 

무지개터에서 바라보는 맞은편 산줄기.

 

모산재는 이렇게 재미를 누리며 오르내릴 수 있는 얘기거리 볼거리를 여러 모로 품고 있습니다. 홀로 우뚝하지도 않았습니다. 천하제일명당이라는 무지개터에서 왼쪽으로 조금 벗어났더니, 바로 이렇게 사람 인(人)을 여럿 새긴 산이 씩싹한 기상으로 놓여 있었습니다. 무척 상쾌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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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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