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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연한 역할만 해서는 지역 사회에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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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주최로 6월 17일 시상식이 열린 청소년 문학대상

지금 우리 신문에 가장 모자라는 구석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런저런 크고작은 실수나 잘못이 있지만 대체로 방향은 제대로 잡혀나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처음 길을 잘못 잡아들었다가도 나중에 제대로 갈피를 잡아나갑니다.

그런데도 지역 사회 약자들이 하는 우리 매체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없어지면 안 되는 신문이라는 평가는 없습니다. 그냥, 없어져도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있으면 없는 것보다는 나은 신문이라는 정도입니다.

누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우리 신문 덕분에 지역 사회 여론 왜곡은 막아냈고 앞으로도 막아낼 수 있지 않느냐. 촌지도 우리 신문 덕분에 엄청나게 줄지 않았느냐. 옳으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여론 왜곡 방지나 촌지 근절 따위는 해야 할 당연한 역할일 뿐입니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신문이라는 평가를 얻으려면 당연한 역할에 그치지 않고 비상한 역할까지를 해 내야 합니다. 그것도 일관되게 해내야 합니다. 그래야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삼성 특검 국면이나 지금 광우병 국면에서 보여줬고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보기입니다.

2. 살 길은 사시 ‘약한 자의 힘!’  전면 구현뿐이지 싶습니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드리는 말씀입니다. 사느냐 죽느냐를 두고 올리는 말씀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나온 stx 마산 수정만 진입 관련 기사와 올 5월 두산중공업 작업장 하청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관련 기사를 보면서 확인한 내용입니다.

사회 약자와 강자가 맞붙는 사안에서 우리 신문도 한 때 강자를 편들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강자를 편들 수는 없습니다. 도민 주주와 사원 주주로 표상되는 우리 신문 소유 구조와 지역 사회의 눈길이 이를 용인하지 않습니다.

앞에 든 두 경우 모두에서 우리 신문은 처음에 강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 나중에 가면서 약자 편을 드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이것이면 이것으로, 저것이면 저것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못하다 보니까 양쪽에서 다같이 안 좋은 소리를 듣고 안 좋은 대접을 받습니다. 수정 주민이나 하청 업체 노동자들로부터도 버림을 받고 두산이나 stx 마산시로부터도 외면을 당합니다. 화투판에서 ‘설사’를 한 데 더해 ‘피박’까지 뒤집어쓴 꼴입니다.

처음에 아무리 강자를 편들었어도 나중에는 결국 약자를 위한 기사를 낼 수밖에 없다면, 아예 처음부터 ‘약한 자의 힘’이 되는 편이 낫습니다. 두산중공업에서 결국 뒤이어 나온 기사들이 불만스러워 광고를 안 하겠다고 한 데서도 반증이 됩니다.

3. ‘약한 자의 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그림이 없습니다

두산중공업 하청 노동자 산재사망사고나 stx 수정만 진입처럼 약자의 편에 서기가 비교적 쉬운 경우가 있는가하면 도대체 무엇이 약자의 힘이 되는 것인지 아리송할 때도 없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파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 때 우리 신문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지역 중소기업 더욱 어려워졌다.’는 기사를 냈습니다.

이 기사는 인과 관계가 잘못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화물연대 파업이 돌발 상황이라면 파업 탓이라는 주장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오래 전에 이미 예고가 돼 있었습니다. 파업은 당연히 생산(=운송) 차질 그 자체입니다.

그렇다면 그 대책을 세워야 하는 주체에게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고 다그쳐야 마땅합니다. 예고된 파업인데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자치단체 해당 중앙부처 들이 대책 마련을 게을리 해서 중소기업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써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약한 자의 힘’이라는 사시를 전면 구현하지 못하는 까닭으로 두 가지를 꼽고자 합니다. 하나는 우리 신문이 놓여 있는 현실입니다. 보기를 들자면, 약자들은 우리 신문을 잘 보지 않고 강자들은 우리 신문을 볼 뿐 아니라 광고까지 주는, 그런 현실입니다. 참고 견디어 내야 하는 우리 생존 조건입니다.

다른 하나는 무엇이 약한 자의 힘인지를 구체적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앞에 보기로 든 파업 얘기처럼 이렇게 애매모호한 구석을 다른 나라 다른 사회를 보기로 들어가며 일러주는 그런 그림이 없는 것입니다.

4. 성찰 전망 소통으로 ‘약한 자의 힘’ 구체 모습을 찾아봅시다

교육은 성찰과 전망과 소통과 공유입니다. 이를 전제로 삼아 말씀드립니다. 네 가지 정도 되겠습니다. 첫째는 ‘약한 자의 힘’을 지역 사회 약자들은 어떻게 볼까? 입니다. 둘째는 ‘약한 자의 힘’은 지난 한 해 동안 무엇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입니다.

셋째는 ‘약한 자의 힘’이 한겨레나 경향신문 또는 시사인에서 배울 바는 없을까? 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약한 자의 힘’이 앞으로 지향해야 하는 바람직한 사회상은 무엇일까? 입니다. 바람직한 사회상은 아직 지구에서 실현된 적이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교육을 얼마나 제대로 알차게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을는지는 우리 사회의 역량과 우리 신문의 역량이 결정해 줄 것입니다. 합당한 교사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역량입니다. 합당한 교사를 찾을 수도 있고 찾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신문의 역량입니다.

2008년 7월 3일 새벽 드립니다.

덧붙임 : 교육 받는 대상은 기자로 한정하면 안 되지 싶습니다. 경영관리국과 편집국 가리지 않고 우리 신문 구성원이면 모두 다 우리 살 길을 찾는 교육을 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여깁니다. 그래서 회사 경영진 도움을 받아서 간부 참여를 끌어내는 한편으로, 기자회와 노조 지부와 우리사주조합이 공동 주최하는 형식으로 ‘물샐 틈 없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에서 경남도민일보 기자회에 교육을 하자고 제안하는 글입니다. 지난 주에 지부 임원과 기자회 임원이 만난 자리에서 말로 요청을 드렸습니다.

기자회 사무국장 이승환 후배가 기자회 운영위원회를 앞두고 글로 좀 정리를 해달라 해서 이리 했습니다. 써 놓고 보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블로그에도 올려봅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상세보기
김주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지역신문 기자의 고민과 삶을 담은 책. 20여 년간 지역신문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지역신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서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지역신문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촌지, 살롱이 되어버린 기자실, 왜곡보도, 선거보도 등 대한민국 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을 비판한다.
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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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3 0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김훤주 2008/07/03 09:30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으신 말씀 주셔서 고맙습니다.

      "반지하의 어느 집 곰팡이도 비출 수 있기를"......

      이 글은 제안서이니까 앞으로 논의해 가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수정 들을 거칠 것 같습니다.

      주신 말씀 새겨듣겠습니다.

  2. 서울촌놈 2008/07/03 0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남도민일보를 항상 두근거리며 지켜보고 있는 서울시민입니다. 삶과 가장 밀접한 이야기들은 지역사회에서 나오는데도 모든 국민이 중앙지만 열심히 보는 현상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밀착되어, 지역민들이 정말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아주는 신문이라고 믿어주는 날이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이곳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웁니다.

    • BlogIcon 김훤주 2008/07/03 0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나친 칭찬이십니다.

      안으로 돌아봐도 밖으로 내다봐도 언제나 모자라기만 하는 신문이 바로 저희 경남도민일보입니다.

      고맙습니다. ^.^

  3. 맑음 2008/07/03 14: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약자들은 우리 신문을 보지 않고 강자들은 보고 광고까지 주는.....

    이 대목에서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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