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첫날은 카트만두에서 허름하지만 그래도 명색 호텔에 짐을 풀었습니다. 바깥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와 샤워를 하려는데 수도꼭지에서 찬 물이 나왔습니다. 좀 기다리니 나아지기는 했지만 미지근한 데서 그쳤습니다.

 

수도인 카트만두조차 전기는 하루 12시간만 공급됐습니다. 전기가 들어와도 전등불은 왜 그리 흐린지요, 글조차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답니다.

 

가져간 소주를 일행과 나눠 마시고 자리에 누웠는데요, 이 또한 예사가 아니었습니다. 네팔에는 '난방' 개념이 없다고 들었고, 그래서 포근한 잠자리야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처럼 속옷이나 잠옷 차림으로는 도저히 잠들 수 없었습니다. 겉옷을 벗지 않은 채 두툼한 외투까지 뒤집어써야 했습니다.

 

버스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네팔 소녀. 도로 바닥이 우리나라 60~70년대 신작로 수준입니다.

 

해발 1200∼3200m 높이에서 트레킹을 할 때는 아침에 씻는 것도 그만둬야 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는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그나마 거의 찬물이었습니다. 눈꼽만 떼고 양치질만 했지요. 잘 때는 이불을 덮었어도 아랫도리가 추워 옷을 한 겹 더 껴입어야 했고 발이 시려 양말 또한 벗을 수가 없었습니다.

 

트레킹을 마치고는 석가모니 탄생지 룸비니로 시외버스를 타고 옮겨갔습니다. 금방 무너져내릴 듯 차체도 낡았지만, 도로 또한 좁고 울퉁불퉁했습니다.

 

 

 

우리나라 60년대 신작로처럼 포장이 안돼 자갈이 튀는 데도 있었는데, 그나마 포장이 됐다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부분 가장자리가 떨어져나가 오히려 더 심하게 덜컹거리는 데도 많았거든요.

버스가 하도 덜컹대서 이렇게 손잡이를 두 손으로 움켜 잡아야 했습니다.

야생 호랑이가 있다는 치트완 생태국립공원과 힌두교 유적지 박타푸르까지 둘러보고 카트만두로 돌아왔는데, 다들 공중화장실이 참 드물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찬물 더운물 가려서 나오는 데는 없고 거울도 드물었으며 뜨거운 바람으로 손을 말려주는 기구는 아예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네팔을 돌아다니는 내내 우리나라 물과 전기와 교통망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이런 차이가 어디서 비롯됐을까 하는 데도 생각이 미쳤습니다. 네팔은 핵발전을 배제하고 친환경에너지정책을 쓴다고 들었습니다.

 

푼힐 트레킹 도중에 본 태양광발전시설.

 

실제 트레킹 과정에서 소수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을 하는 시설을 바로 보기도 했습니다. 핵발전확대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입니다. 물론 네팔 물·에너지·교통 사정이 나쁜 원인이 친환경에너지정책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사정이 좋은 원인 또한 핵발전확대정책에만 있지도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나라가 대규모로 핵발전을 하고 그 폐기물 처리 비용은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식으로 해서 전기가 헐값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로 말미암아 전기뿐 아니라 좋은 물과 사통팔달 교통망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네팔 시골 마을 버스 종점.

 

도시 버스 터미널 풍경.

그런데 그 끝은 2011년 3월 11일 터진 일본후쿠시마핵발전소 폭발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편리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고 네팔은 불편하지만 그만큼 안전합니다. 당장 누리는 편리는 중독성이 강한 반면, 위험은 당장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잘 실감되지 않을 따름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리도 누리고 안전도 보장받고 싶겠지만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편리를 포기해야 위험이 멀어집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의 엄청남과 더불어, 그 편리의 뒤에 어려 있는 엄청난 위험성까지 되짚어볼 수 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2월 10일치에 실은 '데스크칼럼'을 조금 손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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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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