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 생태 사람은

파도파도 끝이 없는

지역밀착의 보물창고

 

1. 지역을 정말 잘 알고 있는지요?

 

지역을 잘 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지역을 많이 아는 사람은 있어도 지역을 다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그것 말고 다른 것은 모른다는 얘기이지 않을까요?

 

누구든지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알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앎이 아무리 크다 해도 지역이 품고 있는 전체 콘텐츠 그 자체보다는 언제나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은 늘품이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은 갈수록 아는 것이 적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딴에가 진행한 도랑살리기를 보도한 경남도민일보

 

지역 역사와 생태 그리고 사람은 무한한 거리를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뻔한 얘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익히 알려져 있는 이야기도 색다른 시각에서 보여줘야 재미있어 합니다. 그런 지역 역사와 생태를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연관짓는 데까지 나가야 합니다.

 

지역 역사를 다룰 때는 '화려찬란했던 지난날'에서 얘기가 멈추는 경향이 큽니다. 그 화려찬란한 지난날을 지금 여기로 불러내어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경남에는 최치원 관련 유적이 많습니다. 최치원은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중국에서는 외국인이라 꺾였고 모국 신라서는 신분이 육두품밖에 안돼 자빠졌습니다. 최치원의 이런 행적을 갖고 오늘날 비슷한 처지에 놓인 지역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일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 지역밀착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지역밀착 보도는 지역신문이 할 수 있는 지역밀착의 전부가 아닙니다. 어쩌면 보도는 아주 작은 한 분야일 따름입니다.

 

왜일까요? 지역에 지역밀착을 하는 주체가 없거나 적으면, 당연히 지역밀착 보도를 꾸준히 이어나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역밀착을 하지 않거나 못하거나 되지 않은 사실들을 찾아 비판하는 보도밖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원봉사+여행=볼룬투어라는 해딴에의 새로운 시도를 보도한 경남도민일보.

 

사람들은 또 흔히들 신문·방송·통신이 ‘심판’인 줄 착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착각은 보도매체 종사자들이 더 많이 합니다. 보도매체는 절대 심판이 아닙니다.

 

보도매체가 하는 역할 가운데 사실 전달 말고 시시비비도 있기에 생기는 착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심판만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지는 않습니다. ‘시시비비(是是非非)’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누구나 하면서 살아갑니다.

 

더군다나 어느 누구도 보도매체한테 심판 역할을 맡기지 않았습니다. 신문·방송·통신은 시시비비를 가려 말하는 여러 주체들 가운데 하나일 따름입니다.

 

근대문화재로 지정된, 그러나 잘 알려지지는 않은 거제초교 본관 건물을 둘러보는 생태역사기행 일행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지역신문이 보도가 아닌 다른 것으로 지역밀착을 하려 할 때 이런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판이 심판 노릇은 않고 운동장에 직접 뛰어들어 경기를 하려 한다."

 

저는 지역신문이 자기 역할을 보도로 한정하면 지역밀착을 온전하게 할 수 없고 오히려 그런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신문 밖으로 나갈 수 있어야 지역밀착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3. 진정한 지역밀착은 보도에 있지 않습니다

 

지역신문이 가치롭게 여기는 바가 있다면 그것을 보도를 통해 주장만 하지 말고 그런 가치를 실현하는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지역신문이 보도 주장하는 바가 있다면 그에 머물지 말고 스스로 실행해야 하고, 그런 과정과 결과를 다시 신문 보도로 담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영남과 호남 사이 심리적인 거리를 줄이자는 취지로 했던 '이웃 고을 마실가자'에 대한 경남도민일보 보도.

 

경남도민일보는 이런 사업을 실행하는 주체로 갱상도문화공동체해딴에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해딴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에’를 뜻하는 경상도 지역말입니다. 해딴에는 캐치프레이즈가 ‘잘 놀아야 잘 산다’입니다. 공공성과 영리를 동시에 목적으로 삼습니다.

 

하는 일은 이렇습니다. 잡다합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합니다. 마을 만들기와 도랑 살리기를 합니다. 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나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합니다.

 

4. 4년 동안 벌여온 이런저런 밀착

 

함양군 휴천면 임호마을 한 곳에서 2012년에는 마을만들기를 했고, 2013년에는 도랑살리기를 했습니다. 2014년에는 도랑살리기를 창녕군 계성면 명리 마을과 함양 백전면 망월마을 두 군데서 진행했습니다.

 

망월마을 도랑살리기 현판식 모습.

 

다른 민간 역량을 끌어들일 때도 있습니다. 자원봉사(Volunteer)와 여행(Tour)을 합한 볼런투어인데요, 자원봉사의 보람에 더해 여행의 즐거움까지 누리게 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해서 마을 벽화도 그리고 솟대도 만들고 버스 정류장 단장도 하고 원두막 쉼터도 들였습니다.

 

경남자원봉사센터와 더불어 함양신협 직원들 참여로 진행한 볼런투어. 벽화를 그리는 모습입니다.

 

볼런투어 도중 떡메롤 몸소 떡을 만들어 마을 주민들과 함께했습니다.

 

사업 결과는 경남도민일보에 보도합니다. ‘지역 밀착’의 본보기를 스스로 만들고 이를 보도로 알려나갑니다.

 

‘우리 고장 사랑 고3 역사·문화 탐방’도 2013년과 2014년 이태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수능시험 끝난 뒤 경남도교육청 지원을 받아 고3 학생들을 상대로 벌입니다.

 

나라(고장)사랑 청소년 역사문화탐방에서 발굴 중인 하동읍성을 찾는 쉽지 않은 발길을 한 아이들.

 

아시는대로 지금 교육은 지역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현실입니다. 학교도 학원도 전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만 가르칩니다.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에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지역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만지고 누리고 즐기게 하자는 취지로 제안해 성사시켰는데, 아이들은 무척 즐거워하며 선생님들도 썩 만족스러워합니다. 그 결과는 마찬가지 경남도민일보에 기획연재로 실었습니다.

 

이렇게 자기 나고 자란 고장의 정체성을 찾는 내용을 탐방에 담았습니다.

이런 청소년 역사·문화탐방활동에 지역 중견기업 한 군데에서 가치를 인정하고 돈을 대주는 일도 생겼습니다. 덕분에 2014년 통합 창원시 지역 다섯 학교 학생들에게 탐방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이 벌이는 ‘창원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와 함께하는 토요동구밖 교실’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은 지역사회 기여 차원에서 형편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합천 삼가 삼가장터삼일만세운동기념탑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두산 토요동구밖 교실 역사탐방 프로그램입니다.

 

2014년에는 모두 일곱 가지 프로그램이었고 2015년에는 다섯 가지로 줄었는데요, 이 가운데 생태체험과 역사탐방 두 가지를 해딴에가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해딴에에서 제안한 것이 아니고 두산중공업에서 맡아달라고 요청해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저희한테는).

 

두산중공업은 2014년 사업이 성과가 좋았다고 판단했는지 2015년에 새로 시작하는 진로체험 프로그램도 해딴에에 맡기려 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그 구체적인 진행 과정과 결과는 보도를 통해 지역사회에 알리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를 주제로 삼아 진행했던 2014년 청소년 기자단 활동을 담은 경남도민일보 지면.

 

지역사회 쟁점이나 현안을 찾아가는 어린이·청소년 기자단 운영도 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도랑 살리기를 주제로 삼아 어린이들을 모아 진행했고 2014년에는 밀양 초고압송전탑 반대운동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발전본부 핵발전소를 한 데 묶어 중·고생 에너지지킴이 기자단 활동을 벌였습니다.

 

청소년 기자단 활동 도중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발전본부 직원의 설명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는 학생들.

 

초고압송전탑 설치로 심각한 갈등이 일어난 밀양 용회마을을 찾아 주민에게서 설명을 듣고 있는 청소년 기자단.

 

청소년 기자단은 첫날에 현장을 돌아보고 이튿날에는 이렇게 학교에서 신문만들기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손수 만든 신문.

 

자기 팀이 만든 신문을 들고 발표하는 모습입니다.

 

2015년에는 낙동강과 남강 등 우리 강들을 둘러보고 그 바람직한 모습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는 ‘우리 강 청소년 기자단’을 운영합니다.

 

이처럼 공익성이 인정되는 분야에서는 사업 공모를 하는 이런저런 기관들이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해딴에는 적극 참여합니다.

 

2012년에는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공모한 ‘지역문화 초록아카데미 사업’에 응해 해딴에의 ‘버스 타고 함양 속으로’ 프로그램이 선정되기도 했습니다.(함양 모든 명소를 군내버스를 타고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3년짜리였는데, 홍준표 도지사가 쌩까는 바람에 1년만에 접었습니다.)


 

지역 손막걸리를 찾아 떠난 이야기탐방대 활동.

 

 

2014년에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함께 ‘경남·부산 이야기 랩 - 경남이야기탐방대’ 프로젝트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해 선정됐는데, 2016년까지 이어지는 3년짜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 경남 대표 선비 남명 조식을 찾아 떠난 청소년 이야기 탐방대. 남명 제자 곽재우가 임진왜란 때 의병을 모으려고 북을 매달았던 나무인 현고수를 찾았습니다.

 

손막걸리를 찾아 떠난 예술인 이야기탐방대. 남해 남면집. 농주가 걸쭉합니다.

 

이밖에 경남 지역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한테 경남 역사·문화유산을 탐방하게 하는 프로그램도 공모에 응해 선정이 됐습니다.

 

5. 지역밀착보도로 얻게 되는 보람

 

전남 장흥으로 '이웃 고을 마실가자'를 나선 일행들이 보림사 지장전 벽화를 관심깊에 보고 있습니다.

 

전남 장흥 통합의학박람회 경연대회에 나선 전남 무안 80대 어르신들의 무대.

 

이렇게 지역밀착을 보도 바깥에서 하다 보면 지역 밀착을 하는 다른 사람들도 여럿 만나게 됩니다. 아울러 지역밀착을 하고 싶고 또 돈이나 다른 것은 갖출 수 있는데 방법이 없는 그런 사람 단체들과도 알게 됩니다.

 

지역밀착 기삿거리를 일부러 찾아나서는 대신, 지역신문이 나서 지역밀착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역신문이 평소 가치롭게 여겨왔던 내용을 다룬 보도를 바탕삼아서 보도를 벗어났다가 다시 보도로 돌아오는 지역밀착사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로 좋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윈-윈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루 보탬이 되고 고루 보람이 됩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입니다. 누이도 계속하고 싶은 사업이고 매부가 도중에 그만둘 리도 없는 사업입니다.

 

김훤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글쓴이 : 김훤주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