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배를 타고 급류를 헤쳐나가는 놀이를 래프팅(Rafting)이라 하나 봅니다. 급류를 타기 때문에 짜릿한 긴장감이 흐르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정해진 방향으로 노를 저어 나가야 하기에 협동심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1. 안전함 또는 편안함


경남 합천 황강은 가까운 산청 경호강·덕천강과 달리 급류가 없습니다. 그래서 래프팅에 적당하지 않다 할 수도 있지만 바로 그런 때문에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할 수도 있습니다. 짜릿한 긴장감이 안전보다 더 좋으면 경호강에서 하고 그보다 안전함(또는 편안함)이 좋으면 황강에서 즐기면 되겠습니다. 


7월 26일 오후 황강 합천댐 보조댐이 있는 데서 2km 남짓 래프팅(모아 레벤트)을 했습니다. 과연 황강은 흐름이 거세지 않고 조용했습니다. 그래서 거친 물살에 배가 뒤집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그렇다고 물에 빠지고 배가 뒤집어지고 하는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비단안개 사진.


그것은 어떻게 보면 함께 한 배에 한 명씩 타고 가는 운영요원의 솜씨에 달려 있었습니다. 열한 사람이 두 척에 나눠타고 누가 먼저 가나 경주를 했는데요, 요원들이 서로 상대방 배에 갑자기 뛰어들어 흔들어놓기도 하고 사람을 물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빠뜨리기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끼리 더 많이 했습니다만)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50대로 나이가 많고 또 여자도 많은 편이어서 그리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물어보니까 배를 통째 뒤집어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물에 빠뜨리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즐기고 놀면서 흐름을 따라 내려왔는데요, 함께한 모든 이들이 입을 맞춘 듯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거친 물살이 안겨주는 짜릿한 긴장감은 없었지만, 대신 배를 편안하게 타고 내려오면서 시원한 강물을 제대로 누리는 즐거움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팸투어 1박2일 전체 일정에서 맨 마지막이었는데, 이렇게 끝에다가 가장 즐거운 거리를 배치한 것은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실비단안개 사진.


2. 시릴 정도로 찬 강물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 덧붙이자면, 황강물은 정말 시원했습니다.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금세 이가 떨릴 만큼 시렸습니다. 


황강 래프팅 이틀 뒤에 산청 삼장면 송정숲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물놀이를 갔는데요, 거기 물은 햇볕에 데워진 때문인지 그냥 미지근하기만 해서, 제 몸에 기억돼 있는 시릴 정도로 차가운 황강물과 바로 대조가 됐습니다. 


황강이 물이 이토록 찬 까닭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 물었더니, 합천댐 덕분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합천댐에서 물을 방류를 할 때 위로 넘치면서 흘려보내지 않고 아래에 수문을 열어 빼내기 때문에 더워진 표층 물이 아니라 차가운 심층 물이 나온다는 얘기였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황강물의 차가움 덕분에 황강 래프팅이 좀더 즐거울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시리도록 차가운 물이 주는 깜찍함이 더해져 있었으니까요. 황강 래프팅에는 이런 편안함과 차가움에 더해 다른 즐거움이 또 있었습니다. 


실비단안개사진. 물에 빠졌습니다.실비단안개 사진. 물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3. 중국 장강 같은 멋진 풍경


배를 타고 내려오는 내내 눈이 즐거웠을 정도로 풍경이 좋았습니다. 저는 아직 중국 장강 여행을 한 적은 없지만, 텔레비전에서 여행 광고를 할 때 나오는 중국 장강과 같은 그런 풍경들이 황강에서 래프팅을 하는 내내 펼쳐졌더랬습니다. 


실비단안개 사진. 구름도 아주 멋집니다.


푸르게 우거진 숲은 기본이고 무성하게 자라난 갈대 비슷한 물풀이라든지 몽글몽글 부드럽고 정겨운 버들 무리들과 크지는 않아도 맞은편 언덕배기 깎아지른 절벽 따위가 쉴 새 없이 모습을 바꿔가며 나타났습니다. 


그런 가운데 백로와 왜가리 같은 새들이 이리저리 가로세로 지르며 날아다니는 장면은 우리들 입에서 ‘우와!’, ‘우와우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날은 구름들이 아주 예쁘게 깔려주기까지 해서, 고개를 돌리고 눈길을 던지는 곳 모두가 그럴 듯했습니다.


우리는 이번에 그런 경험이 없어서 아무 준비도 못했지만, 황강 래프팅을 종종 즐기는 이들은 이런 편안함과 경치 좋음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 통닭이나 돼지수육 또는 돼지족발 같은 안주와 소주나 맥주 따위 마실거리를 챙겨오기도 한답니다. 


정성인 사진.


정성인 사진.


정성인 사진.


사방 경치가 좋은 데에 자리를 잡고는 한 쪽 발이나 아랫도리는 그 찬 강물에 담근 채 한 잔씩 들이키고 안주도 뜯으며 노니는 장면입니다. 겨울 빼고 봄 여름 가을 세 철 그렇게 할 수 있다니까, 가을 햇살 좋을 때 뜻 맞는 사람끼리 한 번 더 황강에서 래프팅 하며 놀아봐야지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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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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