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창조는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이루어진다. 중심부는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보루일 뿐 창조 공간이 못 된다.”


요즘 내가 종종 인용하는 신영복 선생의 말이다. 그런데 과연 대한민국에서도 변방이 창조 공간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에 머물고 있는 ‘2할 자치’에선 가능성조차 없다.


세금뿐 아니다. 온 나라 각 지역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 코 묻은 돈까지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 편의점이 싹쓸이해가는 시대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가, 동네서점과 동네식당도 대형서점과 프랜차이즈가 장악했다. 병에 걸려도 서울로 간다. 2014년 지역 환자 266만 명이 약 2조 8000억 원을 수도권 원정진료에 사용했다. 10년 전 1조 1000억 원과 비교해 2.6배나 늘었다.


시장·군수, 시·군의원, 도의원들은 공천에 목이 매여 국회의원의 하수인이 된지 오래다. 도지사쯤 되면 대통령병에 걸리거나 중앙정치에 진입하려고 역시 목을 맨다.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인 서울’에 목을 매고, 부모들 역시 아이를 서울로 보내기 위해 돈을 펑펑 쓴다. 서울 진입에 성공한 아이들은 부모가 지방에서 번 돈을 쓰며 학교를 졸업한다. 그들 대부분은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고 수도권에 남는다. 한 조사에서 부산 출신 서울 학생의 회귀율은 9.5%에 불과했다. 그렇게 서울에서 출세하면 ‘개천에서 난 용’이 된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그렇게 용이 된 이들에 대해 “자신이 놀던 개천을 고맙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흉보고 깔보는 못된 버릇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전국의 지자체들은 ‘인 서울’에 성공한 대학생들을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서울에 기숙사를 짓고 운영한다.


우리나라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인데 비해 독일은 연방정부 42%, 지방정부 53%다. 스위스는 연방 34%, 광역지방정부 42%, 기초지방정부 25%다.


얼마 전 토론회에서 만났던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국가가 모든 권한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니 과부하로 인해 어느 한 가지도 해결하지 못하는 기능마비에 걸려 있다”면서 세월호 참사를 예를 들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40분 동안 지시권을 가진 중앙정부는 너무 멀리 있었고, 현장에 있는 진도군수와 전남지사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가는 골목길 주차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의욕도 없으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차고증명제 조례를 제정하면 권한이 없다 무효라고 한다는 예도 들었다.


국가가 돈을 틀어쥐고 지역발전도 국가가 주도한다. 지역개발사업에 엄청난 돈을 퍼부었지만 정작 투자한 만큼 지역발전이 이뤄진 건 없다. 지방에 그 돈을 주었더라면 그 사업에 쓰지 않을 일이 너무 많다. 대표적인 게 내가 살고 있는 창원 가포신항 사업이다. 3269억 원을 들이부었지만 드나드는 배가 없다. 게다가 그 사업으로 나오는 준설토를 처리하기 위해 바다를 매립해 인공섬을 만드는 ‘뻘짓’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이 교수는 “지방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지방에 입법권과 집행권을 넘겨주고 국가는 국방이나 외교, 금융과 같이 정작 국가가 나서 해결할 수 있는 큰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권론자들은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을 만들어 분권형 개헌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 대목에서 안타까운 건 전국 지역신문에 ‘지방분권·지방자치 전문기자’가 없다는 것이다. 강원도민일보 김중석 사장이 있지만, 그는 지금 기자가 아니다. 서울 언론에는 ‘정치전문기자’가 널렸는데, 왜 지역신문엔 왜 이 분야 전문기자가 없을까. 나는 전국의 모든 지역신문 기자는 지방분권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책과 논문도 읽고, 강의도 들어야 한다. 당장 강준만 교수가 비분강개하여 쓴 <지방식민지 독립선언>(개마고원)부터 읽자.


신영복 선생은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 “그게 청산되지 않는 한 변방은 중심부보다 더 완고한 교조적 공간이 될 뿐”이라고 했다. 기자들부터 분권정신으로 무장해 콤플렉스를 떨쳐내고 중앙집권주의자들과 싸워야 한다.


※미디어오늘 '바심마당'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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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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