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능력이나 그릇에 넘치는 권력을 잡은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지 보여주는 소설.'


처음 소설 《혜주》 원고를 읽고 난 뒤 한줄로 정리된 생각은 이랬다. 내가 이 책을 출간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함께 원고를 읽고 검토한 사장도 이 뜻에 동의해주었다.


물론 망설임도 없진 않았다. 조선시대에 여왕이 있었다는 역사의 가설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연상되는 현대 인물과 관련, 괜한 논란을 불러일으키진 않을지….


이 원고는 지난해 10월 말 메일로 받았다. 발신인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한글 파일로 제목과 목차, 본문까지 A4 용지로 딱 200매였다. 한 권으로 묶기엔 다소 많은 분량.


저술 경력이나 출판 이력을 알 수 없는 정빈(丁彬)이라는 소설가의 작품을 내용만 보고 선뜻 출간한다는 것도 위험부담이 있었다. 그에게 메일로 작가 소개를 부탁했다. 돌아온 메일의 내용은 딱 한 줄이었다.


"지난 30년간 역사 연구와 저술을 해왔다."


거기에 내가 한 줄 더 보태 넣었다.


"더 이상의 작가 소개는 원하지 않았다."


소설 혜주 작가소개.


제목은 애초 《여왕 혜주》로 하려다 그냥 《혜주》로 바꾸고, 대신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이라는 부제를 보탰다. 분량이 많아 상, 하 두 권으로 낼까 하다 좀 두껍더라도 한 권으로 내기로 했다. 428페이지.


'오래된 종택 제각에 잠들어있던 한 권의 비록(秘錄), 회운사 종소리와 함께 여왕이 깨어난다'는 표지의 문구는 편집자가 적어넣었다.


소설은 전혀 왕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공주가 선왕의 갑작스런 승하로 여왕이 되는 설정으로 전개된다. 왕세자가 아니었으니 군왕 수업을 받지도 못했을 터. 그러나 마음은 곱고 착한 공주였다. 그런 공주가 막상 권력의 정점에 올라 어떻게 폭군으로 변모해가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혜주 - 10점
정빈 지음/피플파워


작가는 책이 나온 뒤에도 스스로 저자 마케팅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 책이 나오면 출판사도 마케팅을 하지만, 저자가 자신의 이름값과 인맥으로 하는 마케팅도 책을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마케팅에 불리한 요소를 미리 안고 출간됐다.


결국 책을 읽은 독자들이 어떤 평가를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그들의 입소문 추천에 소설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말이다.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해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도 있다.


다가올 선거에선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만으로 투표해절대 안 된다. 그 자리에 걸맞은 그릇과 능력, 철학을 갖췄는지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것이 소설 《혜주》가 우리에게 주는 끔찍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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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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