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동안 한국사회 농촌공동체가 붕괴된 이후, 새로운 도시공동체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왔다. 우리나라 도시의 역사가 서구보다 짧을 뿐 아니라 너무 빠른 도시화와 산업구조의 변동, 그리고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물신풍조의 팽배 등이 그 원인이라고 봤다.

 

또한 지역언론이 시민의 의제를 담아내는 공론장(Public sphere)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도 지역공동체(Local community) 형성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말해왔다. 가치와 지향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형성되지 못하고 모든 시민이 파편화해 있는 사회는 민주주의도 이뤄질 수 없다. 그런 시민은 기득권 세력이 속여먹고 이용해먹기 좋은 상대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18일) 나는 '공동체'를 봤다. 그날 저녁 진주 경남과기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홍창신 칼럼집 <인생역경대학> 출판기념회'는 나에게 새로운 '공동체'의 발견이었다.

 

단체사진 @경남도민일보 이종현

 

 

거기에는 홍창신이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지역일간지 <경남도민일보>, 진주인터넷신문 <단디뉴스>, 진주 토종서점 진주문고,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이리저리 '연결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홍창신이 던진 '진주'와 '인권'이라는 의제에 모두 공감했고, 박영선 진주YWCA 사무총장과 강민아 진주시의회 의원, 그리고 김수나, 김태린, 배미경, 이정옥, 박정호 등 평균연령 50세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깜찍한 옷을 입고 아이돌 춤을 추었다. 겉보기엔 껄렁해 보이지만, 자신을 유등 만드는 종합예술가라고 소개한 김임섭 전 진주시의회 의원은 깜짝 놀랄 노래 실력을 보여줬고, 박보란, 이미소라, 오인태, 이정희, 박노정, 김미숙, 구채민 등도 각각 자신의 장기(長技)를 선보였다. 120여 명의 사람들은 그렇게 두 시간, 세 시간, 많게는 다섯 시간을 함께 즐거이 놀았다.

 


월간 <피플파워>에 '도시와 스토리텔링'을 연재하고 있는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은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출판기념회 실황을 보고 "도시공동체의 미래가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창원 출신으로 지금은 남해에 시집 가 살고 있는 조유정 씨도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저도 진주 사람들이 멋있었고 부러웠어요. 작은 소도시에서 평생 어깨를 내어주며 함께 살아갈 사람들. 낭만적이고 따뜻하고…."

 

그랬다. 그동안 잘 몰랐지만 우리는 그 무엇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연결'이 이날 출판기념회를 통해 실제로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이 '연결'이 더 확장하고 더 탄탄해지면 그게 바로 지역공동체가 되는 거다.

 

인생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라는 책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 자주 먹고, 하얀 시트 커버의 침대에서 잘하는 거 혹은 잘 자는 거"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가치와 지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항상 연결되어 있고,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모여 맛있는 것 먹으면서 재미있게 놀고, 나쁜 일에는 함께 어깨 걸고 싸워주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고 행복한 사회 아닐까.

 

그런 공동체 세상을 위해 경남도민일보도 '이웃과 이웃의 연결망이자 소통망', 그리고 '공론장'으로 기꺼이 역할을 감당할 것이다.


※2016. 3. 21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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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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