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02년 5월에 쓴 글이다.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커뮤니케이션북스, 2007)라는 책에도 들어 있는 글이다. 이 글은 당시 <연합뉴스 노보>에 실리기도 했다. 십수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남의 기사를 베껴 쓰거나 인용보도를 하면서도 출처 표기에 인색한 한국언론의 못된 관행이 답답해 다시 한 번 올린다. 우리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은 이런 못된 관행에 물들지 않기를 바라면서….


‘모언론’ ‘모일간지’ ‘한 시사주간지’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표현들이다. 상대매체의 이름을 우리 매체에 실을 수 없다는 속 좁은 관행 중 하나다. 상대언론에 대해서는 비판도, 칭찬도 하지 않겠다는 ‘침묵의 카르텔’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특히 자기보다 작은 매체의 보도를 인용할 땐 더 심하다. 아예 ‘모언론’이란 인용조차 하지 않고 무시하는 경우가 흔하다.


상대언론의 특종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돈을 주고 기사 전재계약을 맺은 《연합뉴스》를 받아 쓰면서도 자사 기자의 이름을 붙여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때문에 《연합뉴스》 기자들은 종종 이런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표지.


그러나 반대로 《연합뉴스》도 종종 이런 꼼수를 쓴다. 특히 지역에선 취재인력이 지역일간지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이미 지역일간지에 보도된 기사를 적당히 가공해 송고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이런 경우 지역일간지들이 《연합뉴스》에 항의하는 일은 거의 없다. 어차피 팩트(fact)란 누군가가 독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역뉴스를 전국화함으로써 파급력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야 할 사안에서도 언론계의 못된 관행에 물들어 언론사 표기를 아예 빼버리는 일이다.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해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진해시장 후보자 합동토론회 보도가 그랬다. 알다시피 이날 토론회는 《경남도민일보》와 《경남방송》 《오마이뉴스》 등 3개 언론사와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열린사회희망연대·진주참여인권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주관한 행사였다.


그러나 당시 《연합뉴스》는 토론회를 보도하면서 “마창진참여연대와 열린사회희망연대가 주최한…”으로 썼다. 선거법을 좀 아는 독자라면 후보등록 이전에는 언론사가 아닌 사회단체 명의의 후보자토론회가 개최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 기사는 독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건 그야말로 ‘꼼수’일 뿐이며, 독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더구나 《연합뉴스》는 지역일간지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돈을 주고 기사를 사 쓰는 고객이다.


더 웃기는 것은 외국 언론을 인용할 땐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는 물론 외국의 삼류언론까지 정확하게 출처표기를 한다는 사실이다. 이 또한 《연합뉴스》의 뿌리깊은 언론사대주의가 아니고 무었일까.


《연합뉴스》외에도 이런 예를 찾아보자면 부지기수로 많다. 심지어 타 언론에서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보도하면서도 ‘일부 언론’ 운운하는 경우도 있다. 비판적인 기사를 쓸 때 ‘모’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상대의 명예나 인권을 고려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비판기사가 아닐 때도 ‘모’를 남발하는 것은 못된 관행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이런 관행에 대해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인 오연호씨는 일찍이 지난 98년 《미디어오늘》에 ‘타언론 인용 왜 한사코 감추나’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이렇게 꼬집었다.


“몰라서 모 하면 모르되 뻔히 알면서도 ‘모’하는 그 염치.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격이다. 이런 꼼수와 비겁의 문화를 버리지 않고 어떻게 한국 언론계가 개혁될 수 있겠나. 그 ‘모’ 버릇은 독자의 알 권리에 대한 무시이며 지적 소유권에 대한 침해이다. 나아가 언론의 1차적 생명인 적확성에 배반되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 한국 언론계에 ‘게임의 룰’이 갖춰져 있지 않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는 이어 자신이 미국에서 본 경험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그들(미국언론-인용자)은 ‘모’ 하는 문화가 없다는 점이었다. 뉴욕타임즈는 수없이 워싱턴포스트를 인용했고 워싱턴포스트도 마찬가지로 뉴욕타임즈를 인용했다.”


기자는 이 글을 준비하던 중 마창환경운동연합과 가톨릭여성회관·마산YMCA·열린사회희망연대가 공동명의로 발표한 ‘마산만 매립을 반대하는 시민의 여론을 실현하자’는 성명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시민단체에도 언론의 이런 관행이 감염됐던 것일까? 성명서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가 된 여론조사 결과의 출처가 완전히 생략돼 있었던 것이다.


그 여론조사는 《경남도민일보》와 창원대사회과학연구소가 조사해 보도한 것으로, 마산만 매립에 반대(46.6%)하는 여론이 찬성(31.1%)여론을 압도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성명서는 보도한 신문과 조사기관을 밝히지 않은 채 ‘지역신문’으로만 표기했다. 따라서 성명서만 보고서는 도대체 어느 신문, 어떤 기관에서 어떤 조사를 한 것인지를 전혀 알 수 없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시민단체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언론보도를 퍼 올리면서 출처를 명기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인터넷의 ‘공유정신’을 생각할 때 상업적인 목적만 아니라면 기사를 퍼가는 게 문제될 건 없지만, 출처표기는 ‘기본’에 속하는 것이다. 기본이 서야 환경도, 정치도, 교육도 바로세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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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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