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가 쓴 <나쁜 뉴스의 나라>(한빛비즈, 1만 3000원)를 읽었다. '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나'라는 책의 부제처럼 현직 기자들보다는 뉴스 소비자인 시민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래서일까? 출판사는 서점 매대 홍보를 위한 띠지에도 '찌라시부터 대안언론까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현명한 시민으로 살아남기' "의심하는 대중만이 미디어에 속지 않는다."라는 홍보문안을 쓰고 있다.


실제로 책은 한국 기자들이 왜 기레기가 될 수밖에 없는지, 그들이 쓴 기사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소비해야 할 것인지를 착실히 풀어쓰고 있다. 기자인 나로서는 한국 언론의 여러 문제점을 어느 정도나마 알고 있는 편이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도 갖고 있는 쪽이라 아주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그래도 언론 소비자인 시민의 입장에서 흥미롭게 읽었다.


기자 입장에서 인상 깊게 읽은 것은 만화 <송곳>(최규석 지음), <미생>(윤태호 지음)이 언론의 역할을 대신했다고 지적하는 부분이다. 역할을 대신한 정도가 아니라 그 역할을 훨씬 뛰어넘는 일을 했다. 조윤호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미생>과 <송곳>이 해낸 일 중 일부는 원래 언론이 했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언론은 <미생>과 <송곳>만큼의 신뢰나 파급력이 없다. 삼성 백혈병 문제를 알리기 위해 많은 언론이 나름 고군분투했으나 영화 <또 하나의 약속>만큼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는지는 의문이다. 대중이 볼 때는 영화, 드라마, 웹툰이 언론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윤호 나쁜 뉴스의 나라


이어지는 조윤호의 말이다.


"속보 경쟁에 열중하고 자극적인 이슈를 따라가기 바쁜 언론과 달리 영화, 드라마, 웹툰은 모두가 잊고 있던 사건을 환기시키며 언론이 고민해야 할 '뉴스 그 이후'를 심층 취재하고 있다. 영화 <도가니> 역시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다루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 경찰의 재수사를 이끌어냈다."


'뉴스 그 이후'가 중요하다는 말이겠다. 그러면서 조윤호는 "왜 아무리 기사를 써도 <미생> 같은 공감대를 끌어내거나 <송곳> 같은 찌릿함을 주지 못하는 걸까"라고 묻는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언론의 기사와 달리) <미생>과 <송곳>에는 주장 대신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제시한다. 그래 '주장 대신 이야기'다. 웹툰과 드라마, 영화에는 '나 같은' 캐릭터와 '내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송곳>은 이것이 옳다고 말하는 대신 묵묵히 이수인과 마트 노동자, 그리고 구고신의 싸움을 보여준다. ... 작가는 독자들을 리얼 월드로 안내했지만 공감으로 인한 설득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뒀다."


조윤호는 "우리가 매일 보는 기사에는 주장이 아닌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송곳>처럼 <미생>처럼 쓰는 기사가 좋은 기사"라고 결론을 내린다.


나도 동감한다. 기사는 사건과 사고를 설명해주기보다 그 사건과 사고 속의 사람 이야기 보여줘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기도 하다.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내 이웃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걸 통해 독자가 자연스레 뭔가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걸 좀 어려운 말로 하면 '내러티브'이고 '스토리텔링'이다.


그래서 편집국장 재임 시절 '편의점 문제'를 기획취재하겠다는 우리 기자에게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내려 하기 보단 그냥 한 편의점 점주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써봐라"고 한 적이 있다. 실제 그렇게 쓴 기사가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는 것도 확인했다.


그 전에 내가 써봤던 '작지만 강한 여자 송미영 이야기'나 '스물여섯 혜영 씨는 왜 죽었나'라는 기사에서도 독자의 굉장한 반응을 실감했다. 기자가 취재 대상 인물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기사를 쓰면, 독자도 공감한다. 그래 '공감'이 핵심 키워드다. 이게 카드뉴스나 인포그래픽보다 신문사 편집국에 더 중요한 과제다.


독일 작가 권터 그라스는 이렇게 말했다. "작가는 승자의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된다. 역사가는 승자의 이야기를 쓰지만, 작가는 패자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승자의 역사를 쓰는 기자도 있어야 겠지만, 이제 패자의 이야기를 쓰는 기자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기자들은 과거 늘 써왔던 기사 형식에서 벗어나길 꺼린다. 아니 힘들어한다. 


그래서 조윤호의 이런 지당한 말이 참 안타깝게 들린다.


"어뷰징 기사가 범람하는 지금, 좋은 언론이란 기억에 남는 기사를 만들어 뉴스 소비자의 뇌리에 네이버나 다음이 아닌 언론사 이름을 남기는 언론이다. 그리고 좋은 소비자란 신뢰할 만한 언론사와 기사를 찾아내 읽고 그들을 기억해주는 소비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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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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