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가 17일 임시대의원회에서 7월 23일 총력투쟁을 결의했습니다. 이에 발맞춰서 제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지부도 부분파업을 23일 치를 계획입니다.

이날 우리 지부 전체 조합원 75명 가운데 15~20명이 일손을 놓고 서울에 가서 파업전진대회와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우리 조합의 총력투쟁 결의는 이명박 정권의 전면적인 신문 방송 장악 정책에 근본 원인이 있지만, 직접 계기는 YTN 낙하산 사장 선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낙하산을 막으려고 YTN지부는 단식도 하고 용역 덩치들과 몸싸움까지 벌였지만 14일에 이어 1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낙하산이 ‘일단’ 사장으로 뽑히고 말았습니다.

알려진대로 낙하산은, 낙하산에 매달려 있는 것은, 지금 대통령 이명박의 지난해 후보 시절 언론 특보 출신인 구본홍이라는 인간입니다.

낙하산 사장 실현을 앞당긴 소품(小品) 표완수

이런 국면에서, YTN 직전 사장 표완수의 발자취를 생각해 봤습니다. 아울러 KBS 사장 정연주의 발자취와 대조도 해 보게 됐습니다.

표완수의 사장 임기는 올해 7월까지였습니다. 그런데 표완수는 경향신문 사장 공모에 나가려고 그보다 앞선 4월 21일 사표를 내었습니다.

문제는, 지금 낙하산 타고 사장 자리에 걸터앉은 구본홍이 차기 YTN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이미 4월 초순 들어 떠돌기 시작했다는 데 있습니다.

앞뒤 정황에 비춰보면 표완수가 이 소문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어쩌면 이와 관련된 사퇴 압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누구든 쉬 짐작할 수밖에 없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그이의 사표 제출과 경향신문 사장 응모는, 오로지 낙하산 사장을 막자는 관점에서만 보자면, 전혀 훌륭하지 않고 별로 아름답지도 않은 걸음들이라 하겠습니다.

표완수는 그 뒤 경향신문 사원의 사장 선출 투표에서 떨어져 모양이 좀더 우습게 되고 말았는데 어쨌거나 그는 낙하산 소문을 앞당겨 현실화한 소품이었을 뿐입니다.

더 나쁠 새 낙하산을 막는 옛날 낙하산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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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고개 들고 말하고 있는 이가 정연주

정연주는 그렇지 않습니다. 언론노조 KBS본부의 사퇴 요구에 시달리고 검찰과 국세청과 감사원을 동원한 정권의 압력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습니다.

저는 노조 사퇴 요구에도 나름대로 작으나마 근거가 있으리라 믿습니다만, 어쨌거나 낙하산만큼은 막아내자는 취지에서 보면 정연주의 발걸음은 훌륭하고 아름다우면서 뜻깊기까지 합니다.

정연주가 사장으로 있어 온 2003년 9월 이후, 그이가 노무현 낙하산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KBS가 공공성이라는 가치는 나름대로 충실하게 실현해 왔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매체의 공공성을 깔아뭉개려는 이명박 정권의 또다른 낙하산을 막으려면, 정연주가 지금은 물론 임기가 끝나는 내년 11월까지 버텨 줘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표완수의 걸음걸이는, 본인 뜻이 어떤지는 몰라도, ‘내가 버틴다고 되겠느냐, 그냥 내 길 찾아 떠나면 그만이지.’라고 해석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반면 정연주의 걸음걸이는, 설령 본인은 개인 욕심 때문에 버틴다 해도, ‘당장 욕을 먹고 깨져도 공공성을 지키려면 이 길밖에 없다.’라고 대체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표완수의 신년사와 YTN지부의 생고생

YTN지부 조합원들이 지금 생고생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런 생각이 더욱 커집니다. 선배 기자로서 마땅히 스스로 감당할 짐을 후배에게 떠넘겼다는 생각조차 듭니다.

(정연주는 오히려, 노조로 대표되는 후배들이 욕을 해도 제 할 일은 확실히 하겠다는 듯한 자세를 지금껏 보여주고 있지요.)

표완수의 올해 신년사는 사옥 이전에서 디지털 전환까지 당면 과제들을 늘어놓은 다음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고 다그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한 번 더 사장을 하려고 나설 수도 있겠다는 느낌까지 줄 정도였는데 그이는 오히려 도중에 그만두는 길을 골라잡았습니다.

표완수도 정연주와 마찬가지로 박정희 또는 전두환 시절 현직에서 쫓겨나는 괴로움을 겪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앞으로 나갈 길까지 같다고 할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문득 떠오르는 매천 황현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으려니, 1910년 경술국치를 맞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매천 황현의 절명시 한 구절이 생각이 납니다.

가을 등불에 보던 책 덮고 지난 역사 돌아보니-秋燈掩卷懷千古 / 사람 세상에 지식인 노릇하기 참으로 어렵구나!!-難作人間識字人

구본홍은 다섯 번째 낙하산입니다. 3월 2일 최시중(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 6인회의 멤버)의 방송통신위원장 내정과 3월 26일 이몽룡(언론특보)의 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사장 임명이 첫째와 둘째입니다.

6월 5일 정국록(방송특보)의 아리랑TV 사장 내정이 셋째며, 6월 13일 양휘부(방송특보단장)의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선임이 넷째입니다.

여섯 번째 낙하산도 있군요. 18일 이원창(한나라당 전 국회의원)이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으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임기가 1년도 지나지 않은 이사장 박래부가 그대로 있는데도 후임을 정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박래부는, 지난 5월 한 차례 사퇴 압력을 이겨낸 바 있기는 한데, 다시 사퇴 압력을 받으면 표완수에 가까울까요 아니면 정연주에 가까울까요?
 
저는 정연주 쪽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대합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낫습니다. 그래야 한국언론재단지부 조합원 고생도 그만큼 덜해집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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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지음 | 비봉출판사 펴냄
정연주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의 칼럼집. 친일, 독제 아부 언론들이 그 어떤 권력기관보다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는 족벌신문들의 폐해를 고발하고 참언론상을 모색하는 글들과 워싱턴특파원으로 11년간 근무하며 보았던 남북 분단현실과 미국의 실체, 지금까지 살아오며 관조하게 된 삶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모은 글들과 현재 한국의 상황에 초점을 맞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묶었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칼럼 혹은 특파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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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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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0 08: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훤주 2008.07.20 1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사심 없이 지내기가 쉬울 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모습이 끝까지 아름다우려면 오히려 당해야 할 때 오지게 깨어져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건강 부디 잘 챙기세요. ^.^

  2. 맑음 2008.07.20 13: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연주 또한 노무현의 낙하산이었다지요? 이명박의 낙하산을 막기 위해 노무현의 낙하산을 두둔해 주고픈 마음은 생기지 않는군요.

    • 김훤주 2008.07.20 1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실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정연주가 자기 임기를 다 채우도록 하느냐 마느냐는 이미 저희 앞에는 둘 가운데 하나를 골라잡을 수밖에 없는 문제로 다가와 있는 것 같습니다요.
      이를테면 피해갈 수 없는 무엇입니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요.

    • 맑음 2008.07.21 14: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도 저는 정연주는 싫습니다. 어차피 추한 인생들이잖아요? 표완수는 간단히 무시하면 됩니다. 한데, 정연주 경우는, 그 인간을 지켜 준답시고 시민단체가 응원을 하면 마치 그놈, 그리고 그놈이 코드 맞추던 노무현 패거리까지 한꺼번에 그 죄과를 사면받는 꼴이 되지 싶네요. 그 꼴은 못 보겠습니다.

    • 김훤주 2008.07.21 15: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연주가 피해 갈 수 없는 무엇이라는 것은, 저희한테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맑음'님까지 둘 가운데 하나를 골라잡아야 하는(또는 골라잡을 수밖에 없는) 사안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맑음'님께는, 정연주가 제 임기를 다 채워도 그만 그렇게 되지 않아도 그만, 이러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요.

  3. ㅋㅋ 2008.08.30 2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놈현이 정책 특보하던 놈이 관광공사 사장 해먹을때는 왜 그렇게 개거품 물고 개질알 떨진 않았냐? 개소리는 KIN ~

  4. jlh 2008.09.01 16: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 언론인들!더도 말고 표완수님 반만 닮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