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우포늪생태체험장을 다녀왔습니다. 7월 17~18일 창녕군 주문으로 창녕 관광지 팸투어를 진행하면서였습니다. 우포늪생태체험장에서 미꾸라지 잡기, 쪽배 타기, 수서곤충 관찰하기, 초새비 찾기 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생태체험 습지체험은 롯데월드·에버랜드·우방랜드 가서 노는 것과 같은 수준에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놀이시설은 잘 계산된 자본의 능력·역량을 갖고 인공적인 즐거움과 쾌적함을 마련해 놓고 찾아오는 이들로 하여금 이를 최대치로 누리게 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청룡열차처럼 탑승만 하면 온몸이 울리는 짜릿함이 그냥 덮쳐오는 것입니다. 

반면 습지체험·생태체험에는 이미 마련되어 있는 즐거움이나 쾌적함이 없고 거기서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씀으로써 즐거움 또는 재미를 스스로 만들어내어야 합니다. 이런 차이를 인정 또는 인식하지 않고 생태체험에 들면 ‘이게 뭐야? 아무 재미도 없고 밋밋하기만 하잖아?’라고 여기기 십상입니다.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내고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과 관련지어 먼저 생각해 본다면 이번에 생태체험을 하면서 제대로 능동적으로 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끼쳐옵니다. 50년 넘게 제대로 놀 줄 모르고 살아오다 보니 놀이에 어색하도록 체질이 되어 있음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물에 빠질까봐 겁을 내기도 했고 옷이 흙물이 튈까봐 조심스럽게 굴기도 했습니다. 물에 빠지면 오히려 좀더 즐겁게 놀 수 있었을 테고 옷에 흙물이 튀어도 나중에 깨끗하게 빨면 그만인데도 말씀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저는 그랬습니다.

우리가 체험했던 네 가지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초새비 찾기’였습니다. 저만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초새비 찾기에 대해서는 크게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초새비’는 아마도 ‘풀(草)+허새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허새비는 창녕을 비롯한 경남 일대에서 허수아비 대신 쓰는 지역말이랍니다. 높이 자란 물풀 끄트머리 예닐곱 갈래를 끌어모아 비끄러맨 가닥을 이르는 말이었습니다. 습지=늪은 아시는대로 물풀이 사람보다 더 높이 자라기 일쑤여서 하늘까지 가리기도 합니다. 


어묵 같이 생긴 부들을 먹어보이려는 블로거.

잘못 들어갔다가는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헤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초새비가 필요했습니다. 습지=늪으로 일하러 들어갈 때 앞사람이 길을 내면서 뒷사람에게 길을 잃지 않도록 길목길목마다 표지로 삼으라고 묶어두는 매듭인 것입니다. 

초새비는 노창재 우포생태체험마을회 회장이 일곱인가를 묶어 만들었고요 블로거들은 이를 찾아 보물찾기 하듯 하며 늪을 돌아다녔습니다. 찾을 때마다 블로거들은 함성을 질렀는데요 오고갈 때 물풀이 살갗을 스치면 그 간지러운 느낌이 상큼했습니다. 

오른쪽이 우포생태체험마을회 노창재 회장.

어쩌다 길을 잘못 들기도 했었는데요, 그 때마다 둘레를 두리번거리면 초새비가 저 쪽 물풀 꼭대기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물풀 가득한 습지를 마음껏 돌아다니는 즐거움이 바로 이 초새비 찾기 안에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쪽배타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쪽배란 우포늪 일대에서 대나무 바지랑대로 물 밑 땅바닥을 밀어 움직이는 널빤지 배를 이른답니다. 고기잡이 그물을 치거나 걷으러 다닐 때 또는 논고동 따위를 잡으려고 돌아다닐 때 씁니다. 

처음에는 조그만 배 위에서 균형 잡기가 어려워 비틀거리기도 했지만 곧 익숙해졌습니다. 물에 빠질까봐 겁을 내어 배가 흔들리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움직일 때 비틀거렸으며 그렇게 하지 않고 배가 흔들리는대로 몸을 맡기고 같이 흔들리니까 비틀거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내리쬐는 햇살은 따가웠지만 우포늪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습니다.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물도 흩뿌렸으며 어떤 이는 자기가 탄 쪽배를 마구 흔들어대어 함께 탄 짝지를 놀라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조곤조곤 평화롭게 배를 모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꾸불꾸불 내어놓은 물길을 따라 바지랑대로 배를 밀어 가다보니 이마와 등짝에 땀이 흘렀습니다. 바람은 그런 더위 사이로 어쩌다 한 번씩 살랑 불어왔습니다. 쪽배를 타고 노는 블로거들 입가에는 크고 작은 웃음이 매달렸고요, 지나가던 부부가 이런 모습을 보고는 아이를 안고 쪽배에 올라탔습니다. 이 아이와 아버지 어머니는 이미 타기 전부터 입가에 웃음을 한 마디씩 빼어물고 있었습니다. 

미꾸라지 잡기도 하였습니다. 우포생태체험마을회에서 나온 주민분들이 저마다 반두를 하나씩 나누어주었습니다. 블로거들은 반두를 쫙 벌린 채 바닥에 쳐박고는 물밑을 훑었습니다만 미꾸라지는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경험이 있는 누군가가 나서서 물풀이 나 있는 자리 그 밑을 집중 공략하라고 일러주었는데 하라는대로 했더니 드디어 미꾸라지가 반두에 걸려 올라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덕분에 여기저기서 미꾸라지를 잡은 함성이 터졌습니다. 손에서 미끌거리는 미꾸라지를 잡아보는 촉감은 좋았습니다만, 그렇게 잡힌 미꾸라지가 입을 벌리고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모습은 애처로웠습니다. 

이어서 자리를 옮겨 수서곤충 살펴보기를 했는데요 조금 밋밋한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물 속에 뜰채를 집어넣었다가 끄집어내면 조그만 곤충 또는 벌레들이 거기 그물망에 걸려나왔는데요,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면 즐거움이 덜했습니다.

왼쪽이 이은주 선생님.

그게 무엇인지 알아보는 이은주 선생님 같은 이는 좀더 많이 즐거워했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은 그렇게까지 많이 즐겁지는 않았습니다.(이은주 선생님은 유치원에서 생태체험학습을 전문으로 하시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가락 사이로 물과 흙이 들락거리는 촉감이 주는 즐거움은 퇴색되지 않았습니다. 

결론 삼아 말씀드리자면 아이들은 쪽배타기나 미꾸라지잡기를 더 재미있어 할 것 같았고 어른들한테는 초새비 찾기가 더 즐거운 놀이였습니다. 어쨌거나 요즘은 콘크리트를 벗어나 흙을 밟아보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라 뻘흙을 맨발로 마음껏 걸어다니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고 즐거웠습니다. 

이밖에도 우포늪생태체험장에서는 전시관과 수생식물원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수생식물원에서는 이런저런 물풀들이 종류별로 따로따로 모여 있습니다. 자라풀·매자기·송이고랭이·줄·물옥잠·부들·마름·노랑어리연·가시연 등등이 앞에 안내판을 들고 끼리끼리 어깨를 맞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수생식물원에서 사진을 찍는 블로거들.

바로 옆에 있는 ‘노래로 자라는 생태텃밭’은 지역 음악가와 어린이들이 함께 가꾸는 채소가 가득한데요 땅이 아직 기름지지 못하고 화학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아 때깔은 썩 나지 않았지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힘써 기르는 것은 갸륵하다 하겠습니다.

가시연꽃 모양을 하고 있는 전시관에서는 우포늪에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식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붕어·잉어 같은 민물고기와 자라·두꺼비 등등 살아 있는 생명체 실물을 볼 수도 있고 터치스크린이나 조명 활용 게임으로 아이·어른이 함께 어울려 즐길 수도 있습니다. 

3층 전망대에서는 저 멀리 우포늪이 낙동강으로 빠져나가는 마지막 지점 쪽지벌 모습까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전시관에는 그러니까 우포늪이 품고 있는 핵심과 정수를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 모두가 1인당 1만원에 제공됩니다. 우포늪생태체험장은 창녕군이 마련한 시설로 주매·장재마을 주민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7월 1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는데요 아직 완전히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프로그램 또한 완성도 높게 완결되어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또 운영 주체가 평소 농사가 주업인 주민들이다 보니 좀 어설픈 구석 또는 투박한 장면도 나올 수 있습니다. 체험장 운영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우포생태체험마을회를 꾸렸는데요 이 모임 노창재 회장(주매 이장·시인)은 "찾아오는 탐방객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시행착오도 앞으로 제대로 알차게 거치면서 더욱더 뜻깊고 내실있고 재미있는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포늪생태체험마을회 노창재 회장은 시인이기도 합니다. 2015년 시집 <자극>을 펴냈습니다. 서명을 해서 한 권씩 나누어주는 모습.

체험 비용은 1인당 1만원이었는데요 여러 습지 체험을 하고 수생식물원과 전시관까지 둘러볼 수 있으니 그다지 비싸게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한편에서는 1만원이 심리적 저항감을 느끼게 하는 금액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만, 어쨌든 운영하는 주체 처지에서 볼 때 돈벌이를 노린 것이 아니라 우포늪생태체험 대중화를 위해 책정한 가격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러거나저러거나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되어 좀 선선해지면 우포늪습지체험장에 다시 가서 구석구석 고샅고샅 곰탁곰탁 제대로 누리며 즐기고 싶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가면 더 즐겁겠지요. 함께가는 사람들이 서로 마음에 들어하는 사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고요. 

찾아가려면 미리 연락을 하셔야 합니다. 노창재 회장. 010-9816-7123. roh-cj@hanmail.net.

그리고 하나 덧붙인다면 벼를 심지 않는 무논을 하나 마련해 두면 좋겠다는 얘기입니다. 무슨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고 그냥 비어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언제나 들어가 맨발로 뻘흙을 느낄 수 있도록 말씀입니다. 저는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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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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