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부고(訃告) 기사가 못마땅할 때가 간혹 있다. 정작 고인의 이름이나 신분은 아예 없고, 출세한 아들이나 딸의 이름과 직함이 강조되어 있는 것도 못마땅하지만, 부모상이 아닌 조부모나 심지어 삼촌, 형제상까지 알리는 건 심하다.

자신이 실제 상주가 아님에도 자기 이름으로 부고를 내는 것은 민폐다. 특히 언론사 기자나 임직원의 이름으로 조부모상, 삼촌상, 형제상 부고가 나간다면 이건 언론윤리, 기자윤리 위반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부조(扶助 : 잔칫집이나 상가(喪家) 등 남의 큰일에 돈이나 물건을 보내 도와줌) 문화가 워낙 뿌리깊어 부고를 내는 것 자체가 부의금을 가져오라는 무언의 압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남도민일보도 한때 그런 기준 없이 조부모상 따위의 부고를 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자신이 상주가 되는 경우에 한해 부고를 내는 걸로 기준을 정한 바 있다.

그런데 오늘 부고가 아니라 황당한 결혼식 알림을 봤다. 진주에서 발행되는 <뉴스경남>이라는 일간지가 그 신문사 회장 아들의 결혼식을 신문 1면 기사란에 <알림>으로 박스까지 쳐서 커다랗게 내보낸 것이다.

그것도 아직 한 달이나 남은 결혼식이니 앞으로 또 몇 번이나 저렇게 내보낼지 모르겠다.

뉴스경남 1면.

내가 지금까지 27년 동안 기자생활을 해왔지만, 1면에 저런 식으로 회장 아들의 결혼식을 알리는 언론사는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전 세계 언론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내용을 보니 회장의 아들은 그 신문사의 '경영부장'으로 재직 중인 모양이다.

참으로 볼썽 사나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아주 오래 전, 90년대 초반쯤에 우리 지역사회에서 한 기자가 자신의 결혼식 청첩장을 시청 공무원들에게 대량으로 뿌려 한동안 기자윤리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이번 '신문사 회장 아들 결혼식 1면 보도' 사건은 구설수 정도가 아니라 충격 그 자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교훈으로 삼기 위해 기록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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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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