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군 유어면에 가면 시온요양원이 있다. 앞에 들판과 경계를 지어주는 조그마한 샛길이 나 있고 뒤로는 야트막한 야산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큰길에서 샛길을 따라 더 들어가면 두 갈래로 길이 갈라지는데 그 끄트머리에는 모두 작은 마을이 하나씩 달려 있다. 

내 기억으로 이 건물은 1990년대 중반에 지어졌다. 산자락을 깎아내고 2층 건물을 올렸었는데 처음에는 1층 룸살롱 2층 러브호텔이었다. 

1층은 얼마 가지 않아 티켓다방으로 바뀌었고 2층은 그대로 러브호텔로 남았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한동안은 아무 간판도 없이 폐업 상태로 있었다. 

고향집이 가까이 있는데다 업무상 종종 찾곤 하는 소벌(우포늪)이 바로 옆이다. 그래서 자주 들락거렸고 그렇게 들를 때마다 보이곤 했기 때문에 기억한다. 

룸살롱(그리고 단란주점)이 1980년대에는 최소한 읍·면 소재지는 되어야 있었던 물건이었다. 그러다 90년대에 이르러 대한민국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시골 일반 사람들 구매력이 그만큼 증가한 때문이겠다. 

한밤중에 여기를 지날라치면 가라오케 짱짱 울리는 풍악 소리가 큰길에까지 넘쳐흐르곤 했다. 한낮에 들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하던 아재들이 밤에는 여기를 찾아 아가씨하고 어울리며 술잔을 돌리고 춤판을 돌리고 했던 것이다. 그러다 때로는 2층 러브호텔로도 올라갔겠지. 

2000년대 접어들어서는 티켓다방이 성행했다. 성매매를 하는 데 이제는 술판이 필요없을 정도로 풍토가 노골적으로 바뀌었다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2000년대 초반 신문을 보면 성매매에서 장소도 따로 가릴 필요가 없도록 만든 것이 바로 티켓다방이었다. 다방 아가씨한테 시간 단위로 몇 만 원씩 내고 티켓을 끊어 어디로 오라 콜하면 바로 거기가 성매매 장소가 될 수 있었다. 

세월은 그렇게 시나브로 흘렀다. 건물은 그 때 그 시절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는지 비어져 있었다. 무엇을 하려 해도 적당하지 않은 규모고 위치라는 얘기를 들었겠지. 그런 건물이 다시 용도를 찾아 요양원이 된 것은 아마도 2010년대 접어들어서였다. 

룸살롱~러브호텔~티켓다방을 거쳐 요양원으로까지 흘러온 이 건물의 세월은 농촌 마을에 사는 아재들의 세월과 겹쳐져 있는 것 같다. 러브호텔이 되었든 단란주점이 되었든 티켓다방이 되었든, 2010년대에는 일대에 룸살롱 하나를 유지시킬 만큼 이런 소비를 감당할 연령대가 거의 없는 반영이 아닐까. 

1990년대 2000년대 룸살롱을 드나들고 티켓다방 티켓을 끊던 아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아재들과 함께 살면서 “아이고, 못 살아! 또 술이고 또 여자가!!” 티격태격했었을 아지매들은 또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성매매는 나쁜 짓임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데 드나들었던 아재들이 모두 나쁜 사람이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이들은 평범한 장삼이사였으며 어쩌면 일상에서는 착하고 훌륭한 일들을 더 많이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남편 룸살롱 출입 때문에 속썩였을 아지매도 언제나 아재한테 당하고만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는 이런 사연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었으니 우리 주변 이런 사연들을 통해 나름 충분히 짐작이 된다. 그러니까 이러구러 우여곡절 한 세월을 살아내었을 것이다.

10년 전 20년 전 남자가 돈 내고 여자랑 즐겼던 시설이 있던 자리에 요양원이 들어선 데에는 나름 걸맞은 까닭이 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이런 원리는 요양원만이 아니라 룸살롱에도 러브호텔에도 티켓다방에도 공평하게 적용되었었겠지.

요양원에 한 번 가 봤으면 누구나 알지만, 거기 사람이 열 명이면 여덟아홉은 할매고 할배는 한둘이 될까말까다. 할배가 먼저 죽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해서 할매들은 홀몸이 되어서도 밥 끓여 먹을 힘이 있을 때까지는 혼자 살다가 걸을 힘조차 없어지면 요양원 신세를 지는 것이다.

할배들은 운이 좋다. 술마시고 아가씨랑 놀면서 한 철 보내기도 했지만 늙그막까지 할매가 죽음을 건사해주는 호강을 누렸기 십상이니까. 

할매들은 운이 사납다. 술마시고 딴 여자와 노는 남편 때문에 속상해했고 늙어서도 영감 먼저 보내고 요양원에서 맥없이 나날을 지내는 신세이니까.

만약 윤회가 있다면 다음 세상에서는 할매 할배들이 이승에서 살았던 것과는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되겠지. 그래야지 좀 억울함이랄까 미안함이 가셔지고 또 공평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는 것 참 허망하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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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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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2016.12.21 13: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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