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차 산업혁명과 안철수의 경제대통령론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는 44“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 가는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322일 일자리공약 발표에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기회가 많은 신성장산업과 첨단수출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 소프트웨어와 환경·신재생에너지, 비즈니스서비스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큰 신산업을 육성하고, 국책연구소가 신소재·정밀기계 중심의 부품·소재 중소기업 창업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에게는 4차 산업혁명에 가장 걸맞은 적임자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있다. IT(정보기술산업) 기업 안랩 운영, 컴퓨터바이러스 같은 과학기술 연구, 벤처기업 창업과 경영 등 지난 이력이 받쳐준다. 안철수한테 안파고(안철수+알파고)라는 별명도 있는 모양인데 다 이런 데서 비롯되었지 싶다

2. 산업혁명은 원래 일자리를 없애는 것

4차 산업혁명은 1980년대 시작된 디지털산업의 발전을 더욱 극대화하고 이를 우리 산업의 모든 방면에 적용함으로써 기술과 융합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데 핵심이 있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얘기하는 바를 들어보면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표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인 것 같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여태껏 있어왔던 123차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도 만든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 지금은 인간만이 실행할 수 있는 영역으로 그 결과물들이 진입하게 마련이다

지금 있는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또 지금 있는 일자리는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구체적인 양태가 바뀔 수밖에 없다. 지금은 고용관계가 분명한 노동자이지만 나중에는 고용되지 않는 노동자, 이를테면 특수고용노동자가 되기 십상이다.

3. 내팽개쳐지는 무늬만사업자 

보기를 들자면 이렇다.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로봇공학이 발달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비즈니스서비스(BS)가 확대될 것이다. 이런 경우 말하자면 음식점은 음식만 잘 만들면 된다. 음식 만드는 데 필요한 식자재를 조달하거나 만들어진 음식을 배달해 주는 일은 비즈니스서비스가 맡게 된다

이는 이미 우리 현실 속으로 들어와 있다. 음식 주문을 받고 이를 배달할 사람한테 연결해 주는 앱(소프트웨어)도 개발되어 있고 이를 활용한 배달대행업도 성립되어 있다. 배달대행업계에서 배달원은 음식점 주인이 아니라 배달대행업자에게 달려 있다

음식점은 더 이상 배달원을 고용하지 않는다. 음식점 주인은 배달원에게 월급을 줄 필요도 없고 산업재해가 나도 책임지지 않는다. 건강보험·고용보험·국민연금·산업재해보험 같은 공공 보험에 가입할 의무도 사라졌다. 배달대행업자를 통하면 그만이다

배달대행업자도 배달원을 고용하지 않는다. 배달대행업자는 음식점과 배달원을 이어주고 그 수수료만 챙기면 된다. 배달원은 더 이상 어디에 고용되어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아니다. 대신 자기가 배달한 데 대한 대가로 배달비를 받는 사업자가 된다

배달원은 그래서 우리 사회가 노동자한테 보장하고 있는 여러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일하다 다쳐도 산재 적용을 받을 수 없고 짤려도 실업수당을 못 받는다. 어느 누구한테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니까

하지만 실제로는 배달원이 배달대행업자한테 종속되어 있다. 배달원이 일을 할 수 있고 없고는 배달대행업자의 결정에 달려 있다. 수입이라도 늘어난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가능성은 아예 없다. 그냥 무권리한 상태로 내팽개쳐질 따름이다

그러면 자동차 자율주행은 어떨까? 더 이상 생각하거나 설명할 필요가 없다. 자율 주행이 일상이 되면 차량 운전 관련 직업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로봇이 자동차를 자율주행하는 이득은 돈과 힘을 가진 이가 챙길 개연성이 높다.

4. 인간 존중 없는 기술혁신의 종말 

산업혁명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작업 능률이 높아지면 열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할 수 있게 된다. 기계나 기술은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 그 탓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사람살이는 더욱 팍팍해진다사람에 대한 배려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내가 견문이 좁아 배달대행과 자율주행 두 가지밖에 보기를 들지 못했지만 이런 추세는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현실이 될 것이다. 빈부격차가 더욱 심각해지고 실업자는 세상에 차고 넘칠 것이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종말이다. 인간 존중 없는 기술혁신의 끝판이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 대통령 후보가 아니다. 그런 따위는 전문가들한테 맡기고 잘하도록 거들어 주기만 해도 된다. 4차 산업혁명이 사회를 어지럽히고 사람살이의 수준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 줄 아는 대통령 후보가 필요하다.

5. 4차 산업혁명 시기 대통령의 자질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통령 후보가 관심을 갖고 마련해야 대책의 핵심은 기술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이다. 기술의 혁신을 사회 구성원 전체의 사람살이 수준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활용하도록 말이다.

인간을 중심에 두는 대책은 세 가지 방면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는 복지 향상이다. 대한민국에서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될 수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째는 일자리 늘리기이다. 다른 사람을 부리는 사장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적고 거꾸로 이런저런 일을 사장한테 해주고 그 대가로 먹고사는 사람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기본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있다고 나는 본다. 

세 번째는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이다. 단결권과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다. 고용관계가 분명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으로 생겨나게 될 특수고용노동자들한테도 차별없이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내가 보기에 이 셋 가운데 노동3권 보장이 가장 중요하다. 권리장전이 아무리 화려해도 권리 실현을 위한 행동에 제약이 심하면 꽃은 열매도 맺지 못하고 향기도 내지 못한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려도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 되기 십상이다

비정규직이라도 계속 고용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향해야 한다는 법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도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 노동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법을 어겨도 비정규직들이 제대로 아무 저항도 못하기 때문이다

6. 안철수가 뜰수록 불안한 까닭 

그런데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은 노동3권 보장이 마땅찮은 모양이다. 박성호씨가 2017225일 쓴 글 안철수 노조 발언 사태(https://brunch.co.kr/@murutukus/68)’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불안해진다

그런데 나보다 더 불안한 것은 내 자식 또래일 가능성이 더 높다. 1963년생인 나는 노동자로 분류되는 노동자이든 아니면 사업자로 분류되는 노동자이든 얼마 가지 않아 노동시장을 벗어날 수밖에 없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은 스물여덟이고 딸은 스물넷이다. 아들은 이제 막 노동시장에 들어갔고 딸은 노동시장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20대와 30대에서 안철수 지지율이 높지 않은 것은 안철수에게서 본능적으로 그런 불안의 그림자를 보았기 때문일 수 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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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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