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도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 … 기업·업종간 임금격차 갈수록 심화’

위의 글은 제가 1994년 8월 2일자 신문에 썼던 사회면 머리기사의 제목입니다. 당시 저는 경남도청 2진 출입기자를 겸해 노동 분야를 담당하고 있었는데요. 그때만 해도 ‘노동’은 각 경찰서 출입기자들이 관내 기업에서 쟁의가 발생했을 때나 취재를 했을 뿐, 독립적인 취재 영역으로 취급받지 못했었죠. 그런데 제가 ‘노동 담당’을 하겠다고 자청했고, 나름 열심히 그 분야의 기획기사를 썼던 시기였습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노동부 기준에 따라 통상임금 88만 4000원을 초과하는 곳은 고임금 업체, 88만 4000원~53만 원 초과하면 중임금 업체, 53만 원 이하는 저임금 업체로 분류되어 있더군요. 이로 보아 당시까지만 해도 고임금 업체와 저임금 업체의 임금 격차는 1.6배 정도로, 아직 2배까지 벌어지진 않았더군요.

그럼에도 제가 그런 기사를 썼던 것은 그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기업·업종별 노동자 임금 격차가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는 문제의식 때문이었을 겁니다. 자화자찬일 수도 있지만, 당시 이 문제를 제기한 기사는 그게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들 그렇게 느끼시겠지만, 훨씬 심각해졌습니다.

통계청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직역(공무원, 군인, 사학)연금 자료를 토대로 1500만 명의 월급(세전)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는데요. 보험이나 연금 자료가 없는 300만 명의 소득은 국세청에서 표본 2만 2000명 자료를 받아 추정치를 냈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제외한 자료입니다.

이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임금노동자의 월평균소득은 281만 원, 중위 소득은 209만 원이었습니다. 중위소득이란 전체 임금노동자의 임금을 높은 데서 낮은 데까지 배열했을 때 중간 값입니다. 평균소득은 일부 고소득자가 전체 수준을 끌어올리는 ‘착시’가 있는 반면 중위소득은 말 그대로 한국 월급쟁이의 중간치에 해당합니다. 즉 한국에서 세전 월급이 200만 원 넘으면 중간쯤은 된다는 말이죠.

그런데 이걸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누어 비교해보면 차이가 심각해집니다. 대기업의 중위소득은 413만 원, 중소기업의 중위소득은 180만 원으로 나왔습니다. 격차가 2.3배에 달하죠. 공무원이 많을 것으로 짐작되는 비영리기업은 243만 원이었습니다.

결국 대기업과 공무원 월급이 한국 노동자 평균소득과 중위소득을 많아보이도록 하는 착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인데요. 전체 숫자는 중소기업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이날 함께 발표된 일자리 숫자만 봐도 영리기업은 82.6%, 비영리기업은 17.4%이고, 영리기업 중 중소기업의 일자리는 무려 80.8%인 반면 대기업 일자리는 19.2%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나라 일자리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중위소득이 200만 원도 안 되는 180만 원이라니 한국사회에서 산다는 게 얼마나 팍팍한지 알 수 있게 해주는 통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나마 이것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보험설계사, 트럭운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대출모집인 등)나 아르바이트생 등은 빠진 통계가 그렇습니다. 그들을 포함한다면 더 열악한 결과가 나오겠죠.

자고로 ‘백성은 가난한 데 분노하는 게 아니라, 불공평한 데 분노한다(民은 不患貧이요, 患不均이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때 민주노동당은 국회의원, 시·도의원, 시·군의원 등 공직에 선출되어도 세비와 의정활동비를 모두 당에 반납한 후, 그 중 한국노동자 평균임금(지금으로 치면 281만 원)만 받아가도록 했습니다. 그래야 정치인이 평균수준 노동자의 눈높이에서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저는 언론인 또한 그래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요. 그래야 서민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이죠. 요즘은 그런 문제의식을 가진 정치세력이나 언론도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똑 같이, 아니 더 많이 더 힘들게 일하고도 월급은 절반도 받지 못하는 이런 불평등, 불공평 구조를 해결하라고 정치가 있는 것이고 국가도 존재하는 건데 말입니다.

앞서 인용한 통계청 소득자료를 제 블로그에 올렸더니 한 후배로부터 이런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더군요.

“(이 통계대로라면) 저는 부르주아네요. 그런데 왜 통장엔 마이너스 작대기가 그리 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답을 보내줬습니다.

“연봉 1억 넘게 받는 내 친구 녀석도 맨날 부족하다고 징징거리더군. ㅎㅎ.”

※경남도민일보가 발행하는 월간지 <피플파워>에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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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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