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왼손잡이입니다. 그렇지만 글을 쓸 때는 오른손을 씁니다. 왜 그렇게 됐느냐 하면, 어릴 적 오른손으로 쓰지 않는다고 엄청 두들겨 맞았기 때문입니다.

교실에서 ‘저요!’ 하고 드는 손은 반드시 왼손이어야 했던 대신 오른손은 반드시 연필을 쥐고 있어야 했습니다. 국민학교 1학년 2학년 때 저는 그리 못했다고 꽤 맞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왼손잡이이면서도 밥과 반찬 집어먹을 때 쓰는 수저는 오른손으로 다룹니다. 마찬가지로 밥상머리에서마다 걷어채이고 구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아침에 두레상에다 막내인 제가 수저를 놓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대부분은 어머니가 들어오셔서는 지청구를 하시면서 오른손잡이 식으로 ‘바로’잡으셨습니다.

2.
공을 차거나 던질 때는 왼 발 왼손을 씁니다. 무엇을 칠 때도 왼 발 왼손을 씁니다. 그러니까 수저와 필기구만 오른손으로 다루고 나머지는 원래 태생대로 왼손을 씁니다.

저는 제가 왼손잡이여서 싫은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적에 왼손잡이여서 당하는 고통이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학교 3학년으로 그것은 끝이었습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불편은 여전히 많았지만, 왼손잡이가 예전처럼 차별로 이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탁구 선수로 뽑혔기 때문입니다.

왼손잡이 탁구 선수는 여러모로 쓰임새가 좋았습니다.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왼손잡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상대를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복식 경기에서, 왼손잡이가 오른쪽에 서고 오른손잡이가 왼쪽에 서면, 탁구대에 좀더 손쉽게 집중이 될 수 있어서 효과적이었습니다.

3.
국민학교를 졸업하면서 탁구 선수 생활을 그만뒀지만, 그 때부터는 왼손잡이여서 겪어야 하는 차별이나 고통이 별로 없었습니다.(불편은 있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저는 오른손잡이 세계에 절대 동화하지 못합니다. 어릴 적 낯설었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억압받은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리 냄비. 왼손잡이에게는 불편합니다.

날마다 치르는 일상도 동화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단추와 지퍼와 찻잔과 물병과 주전자와 국자와 수도꼭지와 낫과 가위와 문짝과 등등이 죄다 불편한 오른손잡이 위주입니다.

4.
당연히 ‘다름’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과 제가 다를 때도 그랬습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과 제가 같을 때도,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이 어딘가 꼭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다름’을 알게 되면서, 같음도 있고 다름도 있음을 알게 되면서, 세상을 다르게도 보는 방법을 알게 됐습니다.(똑같이 보는 방법은 교과서 따위에서 엄청 잘 가르쳐 줍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입니다. 남에게는 당연한 것이 내게는 아주 잘못된 무엇일 수도 있구나, 거꾸로 내게는 아주 고마운 것이지만 상대에게는 그다지 달갑지 않는 것일 수도 있구나…….

5.
저는 이것을 오른손잡이 세상에서 그들과 다르게 볼 수밖에 없는 왼손잡이의 숙명으로 여깁니다.
후배가 이런 우스개를 들려주더군요.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니겠습니다. 웃음이 나오는 한편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어떤 왼손잡이가 강도를 당했습니다. 강도가 칼을 꺼내들고 “꼼짝 마!” 했습니다. 그런데 강도당한 왼손잡이가 반가워하면서 웃었답니다.
손을 번쩍 들다가, “아! 왼손잡이다.” 하면서 말입니다.

강도가 칼을 든 손이 왼손이었던 것입니다. 동병상련입니다. 자기 비슷하게 당한 경험이, 강도에게도 있으리라 여깁니다. 상대 동병(同病)이 자기를 해칠지라도 상련(相憐)을 하고 마는 모습입니다.

6.
단지 다를 뿐인데도 그 때문에 비정상으로 취급받는 존재들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무시당하고 사소하게 여겨지는 그런 것들에게서 저는 제 모습을 봅니다. 그래서 왼손잡이의 일생은 대체로 비극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왼손잡이는 일생이 비극일 개연성이 높습니다. 2006년 단행본으로 나온 <아름다운 우리 몸 사전>은 왼손잡이를 다룬 23쪽 결론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자폐증 환자나 동성애 남성에 왼손잡이가 많으며, 물건이나 기구가 대부분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왼손잡이가 사고를 더 많이 당하기 때문에 왼손잡이가 수명이 짧다.”

거꾸로, 맞으면 아프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맞지는 않고 주로 때리는 이들입니다. 왼손잡이는 대체로 당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왼손잡이에게는 그 설움이 유전자처럼 복제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7.
‘왼손잡이의 날’이 있더군요. 8월 13일이랍니다. 올해로 열일곱 번째랍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이리 한 줄 걸쳐 봅니다. 왼손잡이라, 어릴 적부터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었음을 진짜 다행으로 여기면서 말입니다.

김훤주

&lt;b&gt;아름다운 우리 몸 사전&lt;/b&gt; 상세보기
최현석 지음 | 지성사 펴냄
사람의 몸의 생명 현상과 질병을 담고 있는『<b>아름다운 우리 몸 사전</b>』. 이 책은 인체를 신경과 감각기관, 외피계, 호흡계, 심장혈관계, 혈액면역계 등 11개의 분야로 나눠 경이롭고도 신비로운 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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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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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eter153 2008.08.12 07: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어로는 Southpaw 라고 하지요..남쪽을 향해 있다는...제 딸아이도 왼손잡이인데 희안하게도 글하고 공던지는 것은 왼손으로하고 .... 밥먹는 것, 탁구치는 것은 오른손이랍니다. 글쓰는 것 보면 신기합니다.....그런데 왼손잡이들중에 역사를 바꾼 인물들이 많답니다. 님도 제딸아이도 역사를 바꾸시기를 기대합니다.

    • 내남편 2008.08.12 08: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남편도 왼손잡이지요. 감각이 섬세하고 예민한 편입니다. 그래서 피곤할 때가 많아요. 물론 고마울 때도 적지 않고요.

    • 김훤주 2008.08.12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당. 따님한테 오른손 써라고는 하시지 않겠지요? 그러시면 따님이 "마이 아파요." 할 것 같아서요.

      역사야, 뭐, 제가 하든 않든 바뀌게 마련이라 생각하니까, 오히려 속편하게 지냅니다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요? 제가 깔짝거린다고 안 바뀔 역사가 하루 아침에 바뀔 것도 아니고, 또 제가 아무 짓 안 한다고 해도 내일 모레 바뀔 역사가 천년 만년 안 바뀌지도 않을 테고요.

      달아주신 댓글이 고맙고 반가워서, 그냥 한 번 떠들어 본 얘기였습니다. ^.^

  2. 하늘나리 2008.08.12 1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어릴때 왼손 쓴다고 아버지에게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밥먹을때.... ^^

  3. 황뽀 2008.08.12 13: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왼손잡이입니다. ^^ 반갑네요! 덕분에 저를 성찰할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다른사람의 아픔에 쉽게 공감하고, 또 예민하고, 이런 점들과...왼손잡이라는 사실이 관계있을 수 있겠군요. 잘 읽고 갑니다 ^_^*

  4. 실비단안개 2008.08.12 14: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루에 한번이라도 카메라질을 하지 않으면 손가락에 무좀이 생긴다 - 하여 일찍 들에 다녀왔습니다.

    제목을 클릭할 때부터 -
    왼손잡이 - 카메라질은 잘 할까? 였습니다.
    함께 사는 남자가 가끔 제 모습을 담아주는데 오른손으로 카메라질을 해도 제대로 나오긴 하더군요.^^
    원래는 왼손잡이었는데, 기자님처럼 어릴 때 협박과 구타를 많이 당하다보니 어른들 앞에서는 눈치껏 오른손을 사용하였는데, 그러다보니 양손잡이입니다.

    낫질, 망치질 - 당연히 왼손입니다. 그래도 - (낚시)릴을 감을 땐 오른 손 - ㅎㅎ

    “자폐증 환자나 동성애 남성에 왼손잡이가 많으며, 물건이나 기구가 대부분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왼손잡이가 사고를 더 많이 당하기 때문에 왼손잡이가 수명이 짧다.” - 이건 개인의 차이가 아닐까요?

    한 사물을 같은 시각으로 볼 수 있으면 더 좋은 세상일텐데 - ;

    • 김훤주 2008.08.13 0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 오른손잡이 낫으로 왼손잡이가 낫질을 하면, 낫이 솟아올라 오른 손등을 치기 일쑤였습니다. 그게 싫어서 낫을 제대로 잡으면, 손목이나 팔의 힘이 제대로 써지지 않았습니다.

      한 사물을 같은 시각으로도 보고 다른 시각으로도 보고... 여러 가지로 보고......

  5. 불닭 2008.08.12 1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왼손을 사용한다고 뭐라하는 이 세상 약간 문제가 있는듯,

  6. 2008.08.13 0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왼손잡이든 오른손 잡이든 어렸을때 길들여진 습관이 아닌가요? 처음 부모를 모방 하면서 마주보며 왼손 사용을 놔두면 그대로 굳어버리는 것 같은데요. 저도 돈세는 것 만큼은 왼손을 주로 사용하여 지금도 그쪽이 조금더 빠르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회사 핸드폰 글자판에 처음 길들여져 편리하냐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7. 짬뽕 2008.08.13 06: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밥은 오른손, 공 던지는건 왼손, 공받는건 양쪽다 똑같고(그땐 야구글로브가 귀해서리..) 공 차는건 오른발, 필기는 오른손(악필), 반사적인 반응은 무조건 왼손, 탁구는 오른손, 멀리뛰기는 왼발도약에서 머리 한번 깨지고 난 다음부터 오른발 도약으로 바뀌고, 태권도에선 왼발공격이 먼저나가고, 유도에선 오른쪽 메치기자세부터 먼저 들어가고... 게다가 일란성 쌍둥이, ㅋ ㅋ... 요즘 사람들이야 특별난 걸 좋아해서 일부러라도 그러지만 내시대때는 변종?취급받아 참 혼란스러웠었지... 신기한 동물보듯 하며 손가락질에 쌍놈소리도 많이듣고... 크고나서는 별거아닌게 돼버렸지만 그때는 다양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그들의 막힌생각에 얼마나 답답해 했던지... 내가 그들의 제한된 사고방식들에 답답해 했는데 외려 그들이 이런 나를 더 답답해하며 그랬지 "꼴통!" ㅋㅋ... 살면서 주변인들에 대해 아주 흔하게 느끼는 회의적인 면은, 자신들의 이중성은 아주 당연하게 모른 체 인정하지만 남의 다양성은 왜그리도 적대시하는지...
    과거를 회상하게 만든 글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8. 아직도 2008.08.13 13: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혼나요;;ㅜㅜ
    왼손잡이 용품도 없어서 힘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