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운동이 터진 기미년에, 조선 사람들이 일제 식민 치하에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지 않았을 개연성이 더 높다는 말씀은 이미 한 번 드렸습니다.('대한민국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렇다면 그 때 사람들은, ‘조선’ 독립 만세라도 제대로 외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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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문화원의 양산출신 독립운동가 달력(사진 출처 경남도민일보)

조선 독립 만세도 별로 안 외쳤다?

‘대한’ 독립 만세보다는 ‘조선’ 독립 만세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불러댔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는, ‘대한’이든 ‘조선’이든, 대부분 사람들이 ‘독립’이나 ‘만세’를 현장에서 그다지 입에 올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경남에서 지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박영주라는 선배가 있습니다. 이 분은 학교에도 또 기관에도 몸담고 있지 않지만, 자료와 증언은 우리 지역에서 어느 누구 못지않게 많이 확보하고 있는 줄 압니다.

함성 내지르며 억압기구 향해 돌진

박 선배 얘기가 그렇습니다. 선배는 경남에서 만세운동이 벌어진 현장을 다니며 채록이나 녹음을 했습니다. 당시 군중들은, 손으로 낫이나 괭이 같은 농기구를 움켜쥐고서, 입으로 “우~” 또는 “와~” 하는 소리를 내지르면서 헌병대 분견소나 면사무소 같은 데로 달려갔다고 제게 말해줬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따로 무슨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민중을 억압하던 기구가 일제 통치 기관이었고, 이들의 심각한 착취수탈로 당시 민중들 생활은 조선 왕조 말기보다 더 어려워져 있었기 때문입니다.(제가 알기로는 농지 경작권 박탈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삼일운동, 민족주의와 별무관련

저는 당시 사람들이 ‘대한’ 독립 만세를 덜 외쳤을 개연성이 더 높다면서, ‘대한민국’ 이데올로기에 빠지지 말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울러 당시 민중들은 ‘조선’ 독립 만세도 그리 많이 부르지 않았다더라 전하면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와도 거리를 두자 덧붙이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그런 책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책방에서 손쉽게 장만할 수 있는 역사책 가운데서도, 대한제국 패망 직후와 일제 시대 전반을 조금이라도 성실하게 기록한 책이라면 이와 관련된 내용이 종종 나옵니다.

항일무장투쟁에 대한 일본 군대경찰의 수사 기록에 자주 나오는 얘기입니다.
“조선을 패망시켰다고 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먹고 살 방도가 없기 때문에 싸웠다. 조선 왕조나 너희들이나 똑같다.”
1926년 조선 마지막 임금 순종 인산날인 6월 10일 다시 만세운동이 터졌을 때도 같은 태도가 나옵니다.

민중은 이처럼 같은 겨레든 다른 민족이든 가리지 않고 자기를 착취수탈하면 반드시 그런 집단과 맞서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는 제대로 먹고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옛날 조센징 노동자와 오늘날 비정규직이 얼마나 다른지?

그러니까, 착취와 수탈이 일제가 물러간 ‘지금’ ‘여기’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면, 민중은 아직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민중의 관점에서 보면, 옛날 일제의 식민 지배 세상이나 지금의 재벌 위주 세상이나 사실 별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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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대선에서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집회하는 장면(사진 출처 경남도민일보)


16~18시간 오래도록 노동을 하면서도 임금은 내지인(일본인) 노동자의 절반 정도밖에 못 받았던 조센징 노동자나,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정규직보다 더 힘든 일을 더 많이 하면서도 임금은 그 60%밖에 못 받는 비정규직이 어디가 얼마나 다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산업 자체가 죽는 바람에 어느 듯 할 일이 없어져 산업예비군(실업자)에 편입될 적지 않은 농민들, 아니면 나이가 많아 남은 일생을 농지에 붙박아 두고 살 수밖에 없는 이들이, 일제 때 2대8 낮은 소작료에 찌들려 죽어가던 소작농과 무엇이 다른지도 저는 알지 못합니다.

일제 시대 조선 민중들의 해방 정신을 기리려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 따위 얼빠진 행사나 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겨레가 다른 민족의 지배를 받은 데만 매달려, 겨레 내부의 착취수탈에서 고개를 돌려서도 안 됩니다. 나아가 우리 겨레끼리 잘 해보자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정신이 팔려도 안 됩니다.

바로,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누가 어떻게 얼마나 착취 수탈을 하는지 주체를 뚜렷이 밝히면서 확실하게 맞서야 합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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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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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주완 2008.03.03 09: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중은 이처럼 같은 겨레든 다른 민족이든 가리지 않고 자기를 착취수탈하면 반드시 그런 집단과 맞서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는 제대로 먹고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자기가 먹고사는 일에 직접 위협이 가해지지 않는 한 웬만큼 부당한 일에는 분노하지 않고 행동하지도 않는 게 또 민중의 속성이기도 하겠죠.

  2. 김주완 2008.03.03 0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포스트가 다음 블로거뉴스 종합베스트에 올라 있음에도 조회수가 별로 많지 않은 것도 어쩌면 대중의 그런 속성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지만, 별로 재미는 없는 뉴스죠.

  3. 맞는말 2008.03.03 1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이네요^^ 이승만 정권에 의해서 어느정도 왜곡이 되었다는 글은 봤습니다. 하지만 이런게 왜곡이 되었는지... 처음 알았네요.

    앞으로 좋은글 많이 부탁합니다.

    • 김훤주 2008.03.03 13: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조금만 더 자료를 찾아보면, 숨어 있던 객관 사실이 제 모습을 나타내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4. 남궁선 2008.03.03 11: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 글에 동의 합니다. 그리고 김주완님 말씀대로 절박한 현실임에도 재미없는 뉴스이지요.

    전 가끔 대한민국이 정말 한번 뒤집어 질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합니다. 위의 글대로 조센징 노동자들이

    봉기했듯이, 대한민국도 한 번 엎어지겠지요.

  5. 완전히 2008.03.03 1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감합니다.

    언제 어느 시대나 가장 근간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농민,서민 등)은 항상 착취 속에 살아야했지요.

    누르는 자들이 국가이든 타국가이든 바로 위의 지주(기업가)이든 언젠가는 폭발하고야 말았지요.

    지금도 민중봉기의 뇌관은 타오르고 있는 중입니다.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되기 전에 살 방도들을 마련해주어야할텐데요.

    • 김훤주 2008.03.03 13: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써 본 까닭은, 민족이라는 스펙트럼에 지나치게 기대면 객관 사실이 똑바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요.

  6. 예 제가 해법을 알려드립니다 2008.03.03 16: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냐고요??ㅋㅋ 결혼도 하지말고 국가에서 주장하는것도 따를 필요가 없어요. 뭐 박정희 같은 놈이 정치를 한다면 죽어라고 따라야겠지만 그런 시대도 아니죠~ 이명박 대통령도 독재자처럼 하지는 않을꺼구요. 결혼하는 순간 님은 국가에 종속적인 관계가 될껍니다. 다시말해서 시스템에 대한 교묘한 도전이나 회피 즐기기는 어려워집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자기 부인 엄청난 능력가일릳 없고;; 자식까지 있다면 님이 어떻게 인생을 다각도의 도전을 하면서 즐기겠습니까? 그냥 닥치고 일이나하면서 작은것에 만족하면서 살아야지요?? 저는 그래서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결혼은 꼭 해야한다~를 강하게 부셔버리고싶은겁니다. 왜냐하면 결혼하는 순간 국가 시스템에 녹아버리지않으면 인생이 무지 괴로울테니까요;; 뭐 어떻게 하든 고달프게 살껍니다. 하지만 저는 결혼하지않고 다양하게 일본에서도 일할수있도록 모색하고 다양한 문활르 즐기고 그렇게 살다가 뭐 죽으면 그걸로써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말이 쓰레기 같으시면 지워버리세요~ㅎㅎ하지만 저는 이 결론이야 말로 진정한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훤주 2008.03.04 06: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배우자도 자식도 개인에게 짐이기만 하지요. 그렇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결혼 않고 자식 없이 살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7. asiale 2008.03.03 2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비정규적 노동자가 없는 북한은 일제시대보다 조금이라도 나은게 있나?
    사실 민중이야 일제가 지배하든 조선이 지배하든 뭔상관있겠어? 어차피 착취당할거~~
    하지만 일제가 지배하던 초기에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 양반지주들하고 세금걷는 세리들을 열라 괴롭혔지.. 돈줄을 쥐고있는 그네들 조져야 식민지배를 할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