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요즘 나는 패배주의에 빠진 것 같다. 아니 허무주의인 것도 같다.

아무리 해도 안 된다. 무슨 짓을 해도 필요없다.

100만 국민이 일어나서 촛불집회를 했지만, 끄떡없이 할 짓을 다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 그냥 할 말이 없다. 말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말과 글이라는 게 이토록 무력하게 느껴진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여론도 필요없고, 지지율도 필요없고, 단식도, 파업도, 점거농성도, 아니 할복이나 분신도 필요없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시사 관련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없다. 연재하고 있는 골프장 관련 글이나, 이왕 시작한 블로거 지역공동체 구축사업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내일 내가 칼럼을 쓸 차례인데,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하루종일 3층 복도와 계단을 오가며 멍청히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셔댔지만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럴때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뭘해야 할까.

운동권 출신의 한 후배에게 물어봤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그는 권력의 핵심에 있는 몇 몇 인물들을 선정해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밀착감시하면서 집중타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80년대에 그랬듯이 화염병까진 아니더라도 권력기관에 대한 계란과 오물투첫 시위 같은 방식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명확하고도 단순명쾌한 비전과 논리를 개발하는 연구도 필요하다고 한다.

여하튼 예전과 같은 상투적인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 시위로선 안 된다.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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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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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비단안개 2008.09.16 22: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새로운 것 - 과연 볼까요?
    절대 시늉도 않을걸요.

    희망을 주지 못하는 - 줄 수 없는 생명은 이미 생명이 아닙니다.
    우리는 알지만 그들은 모르지요. 모르는 척 하지요.

    그들의 옆지기들은 비위도 좋아요. 대단한 식성이지요.
    저는 그런 사람들과 단 한끼 - 아니 커피도 한잔 하지 못합니다.
    켁~;

    구미가 확 당기는 일을 추진하여 보셔요. 완전 시선집중 할 수 있는 그런 -

  2. 김훤주 2008.09.16 23: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배, 말과 글은 힘이 있습니다. 말과 글이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말과 글의 힘을 저는 올해 들어 뼈저리게 느낍니다.

    촛불 국면에서 나온 의제들과 명제들은 대부분, 우리 신문으로 치면 이미 지난해에 생산해 낸 것들이었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 지난해 우리 신문 같은 것들이 떠들어대지 않았으면 촛불 국면에서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 하나 보기를 들겠습니다. 옛날에는 "신문 불법 경품이 지역 신문 존립을 위태롭게 만든다"고 하면, 지방지가 신문이냐 하는 비아냥에서, 팔아먹으려고 경품 돌리는데 그것이 왜 나쁘냐에 이르기까지, 부정하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역 신문 살려야 지방자치가 되고 민주주의가 진전한다는 얘기들도 나오고요, 불법 경품으로 여론을 장악하는 찌라시 같은 신문이라는 얘기도 예사로 입에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이럴 필요가 있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치지 말자, 자기 하는 일에 의미와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자, 내용에서 틀린 데가 없는지 자꾸자꾸 확인하고 고쳐 나가자, 형식에서 질리게 만드는 바가 없는지 돌아보고 맞춰나가자.

    뭐 이런 겁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그러나, 물론, 살아 생전 좋은 날을 봐도 그만이고, 당대에 좋은 날이 이뤄지지 않아도 그만입니다.

  3. 해국 2008.09.16 23: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미 했던 말이라도 썻던 글이라도 질기게 떠들어 대는것이 필요하지 않을런지요.... 내 말을, 내글을 듣거나 보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구요. 한번 더 듣고 한번 더 보면 좀 더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암튼 오랜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 시국입니다.
    세월 안간다고 느껴지는게 학교다닐때 이후로 처음이네요..

  4. 명승 2008.09.17 0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랑 같은 고만을 하고 계시네요....

  5. 커서 2008.09.17 13: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명박 당선된 후부터 아무 생각도 안났습니다. 저야 현장에 없으니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명박정부 하는 걸 보면 그 어떤 상상도 일어나지 않더군요. 그가 대한민국을 상상이 부재한 시공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6. 책 샀어요.. 2008.09.20 1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운을 내세요... 책 앞 부분만 읽었는데.. 블러그가 더 재미있습니다.ㅋㅋㅋ 최신판! 이어서 그런가봅니다. 비판 속에 내재된 따뜻함이 여기를 자꾸 방문하게 하네요...
    절망한 사람이 나! 뿐이 아니라는 점이 위안이 됩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더욱 정진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