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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에서 차없는 날 행사를 했다더군요. 저는 차가 없습니다. 원래부터 없었습니다. 운전면허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차를 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도로와 교통정책에 대한 문제점이 (차 있는 사람과는 좀 다르게) 보이더군요.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차 있는 사람이 '정상'이고, 차 없는 사람은 '비정상'으로 취급되는 사회입니다.

저는 정치권력과 자동차 재벌이 결탁해 있다고 의심합니다. 차를 많이 팔아먹기 위해 끊임없이 도로를 개설하고 확장하면서 불법주차도 용인해주고 있으며, 대중교통의 발전에는 거의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길이 좁고, 교통난이 심각하며, 주차할 곳도 없는데, 단속이 강력하면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의 정책은 자동차 재벌에 유리하게 하면서 '차없는 날'이니 뭐니 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색내기를 위한 전시행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의 '차없는 날' 안내문.


이와 관련 제가 예전에 써놨던 차없는 사람의 입장을 올려봅니다.

빼앗긴 내 땅을 돌려달라

한 때 승용차가 없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기자 초년 시절, 취재원으로부터 "차는 어디에 세워 두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 "없다"는 대답 대신 "두고 왔다"고 둘러대곤 했다. 그때 내 월급이 70만원 가량이었는데 '100만원이 넘으면 차를 사겠다'고 생각했었다.

그후 100만원이 넘고, 200만원도 넘었지만 결국 차를 사지 않았다. 누가 물으면 오히려 자랑스레 "차가 없다"고 대답한다.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간혹 있는데, 사실 없는 게 더 편하다.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다니고, 먼 곳은 택시나 버스를 타면 된다. "언제 어디서든 운전기사까지 딸린 승용차(택시)가 항시 대기 중"이라는 농담도 한다. 주차할 곳을 찾아 뺑뺑이를 돌 필요도 없고, 음주운전 걱정도 없다.

도로 폭에 숨어 있는 음모

하지만 생각해보면 할수록 억울하고 불공평한 점이 있다. 차 가진 사람들에게 내 땅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내가 사는 아파트만 해도 엄청난 땅을 차량들이 점유하고 있다. 주차 1면 공간(2.3×5m)과 통로 등을 합치면 차량 1대가 약 4평 가량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만일 24평 아파트에 사는 가구가 차량 1대를 보유하고 있다면 실제로는 28평을 쓰고 있는 셈이다. 반면 나처럼 차가 없는 사람은 그만큼 공유면적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파트는 가구당 차량 1대의 주차비를 무료로 하고 있다. 1대가 더 있을 경우에도 고작 월 15000원 정도만 내면 된다. 4평의 땅에 대한 부동산 가치로 따지면 턱도 없는 금액이다.

그렇다고 해서 차 없는 사람에겐 관리비를 깍아주는 것도 없다. 이렇게 차 없는 사람은 차 있는 사람들 때문에 훨씬 쾌적한 공간에서 살 권리를 희생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도에 접한 차선은 너무 넓다. 불법주차가 되어 있어도 버스 한 대가 더 지나갈 정도다. 그러니 불법주차를 할 수밖에...


그 뿐인가? 집을 나서면 거의 모든 이면도로에 양쪽으로 불법주차가 돼 있다. 나는 마산 산호동 삼성타운아파트에 사는데, 상공회의소에서 용마초교를 지나 산호시장을 거치는 모든 도로가 밤이고 낮이고를 불문하고 불법 주차차량으로 점령돼 있다.

이 땅도 마산시민의 공유면적인데, 차 있는 사람만 쓴다. 그런 걸 단속하라고 재산세도 내고 주민세도 내고 갑종근로소득세도 내지만, 마산시는 간선도로가 아니어서인지 1년 가야 단속 한번 하지 않는다. 직무유기다. 도로변에 가게를 가진 사람들은 점용료도 내지 않고 아예 전용주차장처럼 땅을 쓴다.

2차로 도로인데, 이런 불법 양쪽주차 때문에 우회전하려는 차들도 직진신호를 받을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차가 밀릴 땐 신호가 두세번씩 바뀌도록 기다려 겨우 우회전에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택시요금의 시간-거리 병산제 때문에 밀리는 시간만큼 최소한 몇백원의 요금을 나는 더 부담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우리나라만큼 부동산에 대한 욕심이 많은 곳도 없는 듯 한데, 불법주차 차량들이 차지하고 있는 땅의 면적에 대해서만은 너무 관대한 곳이 또한 우리나라인 것 같다.

이상한 건 또 있다. 웬만한 다른 불법행위에 대해선 대개 신고포상제가 있는데, 불법주차는 그게 없다. 또 교통체증이 심하다는 이유로 차량통행을 줄이거나 제한하는 정책은 없고 줄기차게 도로를 새로 뚫거나 넓히기만 한다. 거기에 드는 천문학적인 돈도 모두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간다.

뿐만 아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의 도로는 인도와 접한 차로의 폭이 턱없이 넓다. 이차로 도로도 실제 폭은 차량 4대가 거뜬히 교행할 수 있는 너비다. 처음 도로를 닦을 때부터 불법 주차공간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게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자동차가 불편토록 해야

일본 도교의 차도. 인도에 인접한 차선도 딱 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도록 좁다.


업무 또는 관광차 일본을 여러번 다녀온 적이 있다. 일본은 전혀 달랐다. 이차로이면 딱 차 2대만 교행할 수 있는 너비였다. 따라서 불법주차가 1대라도 있으면 그 도로는 마비되고 만다. 그래서 일본은 불법주차라는 게 아예 없었다.

10여년 전 유럽에 가봤을 때도 그랬다. 우리나라만큼 도심지의 도로가 넓은 곳이 없었다. 도로가 좁다 보니 시민들이 도심에 나올 땐 아예 차를 갖고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대중교통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의심한다. 우리나라의 이런 이상한 도로정책이 자동차 재벌과 정치권력의 결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차를 많이 팔아먹기 위해 엄청난 세금으로 계속 도로를 넓히고 불법 주차공간까지 용인해주고 있는 거라고.

나는 제안한다. 아니, 차 없는 시민의 권리로 요구한다. 쓸데없이 넓은 도로를 뚝 잘라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달라. '자전거 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박완수 창원시장은 "자동차 타기 불편한 도로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이런 정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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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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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NBA Mania님의 모바일 테마글

    Tracked from NBA Mania님의 tossi 2008/09/24 17:37  삭제

    주차 위반 과태료도 할인이 되네요... 몇 일 전에 주차 위반으로 딱지를 땠습니다. 흑흑...안내문을 보니 과태료를 자진 납부하면 20% 할인이 되네요. 원래 과태료가 40,000원인데 자진 납부를 하면 32,000원이네요.할인된 금액으로 납부하기 위해서는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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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루덴스 2008/09/24 16: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
    새롭게 깨닫게 되는 '차량도로'에 대한 관점이네요,..
    차라리 차량도로를 불편하게(좁게)하고,,양쪽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 푸른옷소매 2008/09/24 1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차가 없는데... 대한민국 사람들은 너무 많이 차를 가지고 있다. 매달 적자라면서 어떻게 그렇게들 큰 차를 가질 수 있는지.. 그것이 참 궁금하다.

    요즘 출 퇴근을 걸어서 하는데, 불법 주차된 차들과 좁은 길을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참 불편하다.

    왠만한 골목길은 차들이 안다니면 좋겠다.

    차 가진 사람들이 불편해야 ,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텐데...

    자건거 도로를 차도를 잘라 만들것과 인도를 잘 확보해줄 것에 한표.

  3. 2008/09/25 1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파트 주차장은 입주민 공용이지만 쪼개보면 개인의 땅입니다. 선배 집에는 차가 없지만 집에 딸린 주차장이 있는 셈입니다.
    아파트 분양할 때 계약면적에 주차장도 다 포함돼 있지요. 아파트 마다 그 면적이 달라서 그렇지.

    • BlogIcon 김주완 2008/09/25 14:38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에도 나에겐 차가 없다는 이유로 자전거 한 대 세워놓을 공간도 주지 않더군요. 1층 주차장에 자전거 세워놓으니 경비실에서 와서 자전거 치워달라고 하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엘리베이터로 끌고 올라가 계단에 세울수밖에 없었죠.

  4. 이윤기 2008/09/25 1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차 있는 사람은 생각지 못하는 문제를 잘 지적해주셨네요. 아파트 주차장 사용과 관리비 문제는 구체적인 운동과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분양 할 때, 주차장이 선택사항이 아니니...강제로 끼워판다고 해야하나.

    주택에도 주차장 의무확보 조항이 있는지?

  5. BlogIcon 감은빛 2008/09/25 14: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아마 생각보다 많을 것 같습니다!
    정말 우리 생각처럼 되도록 만들 수는 없을까요?

  6. 자전거사랑 2008/09/25 14: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공감요! 일본의 거리가 깨끗하게 보이는 이유는 거리에 불법주차된 차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았어요..
    단지 잃어버린 주차장 뿐아니라 맘놓고 걸어다닐 수 있는 권리를 보호받았으면
    합니다. 개구리주차되어있는 차 때문에
    부득이하게 도로로 돌아서 걸어갈 때는 정말 짜증 백배랍니다.

  7. 한종근 2008/09/25 16: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시행정이니 탁상공론이니 하는 허망한 정책들이 남발하는것은 예전의 우리 선조와 달리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민들을 위한 기획능력이 상실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은 자라는 아이들이나 이미 생각이 굳은 기성세대나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 수준이 비슷해지는 것도 문제이구요.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제가사는 수원에 있는 곡반정동이란 곳을 가보면 어떻게 이런 식으로 하나의 원룸촌을 형성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전혀 가질 않습니다. 원룸건물들이 빼곡히 채 1m의 간격도 없이 약 5000세대 이상이 동네처럼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창을 열면 바로 옆건물 벽을 보게 되어 있지요. 전면에 나와 있는 몇 가구는 빼고. 이렇게 형성하는 것까진 좋다지만 세대별로 차가 한 두대식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단순하게 약 5000대에서 10,000대 사이의 차들이 있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원룸건물의 주차 공간은 법적으로 만들어놓으라고 해서 만든 4~6대 정도의 주차장만 1층에 만듭니다. 왜냐면 주인이 돈벌고 싶은 욕심이 앞서겠죠. 공무원들이 허가는 내놓고 한번이라고 퇴근 이후에 가봤는지 궁금합니다. 퇴근시간 이후 정말 동네는 건물 반 차 반입니다. 길거리마다 차가 이중삼중 주차를 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어느 도시나 모토로 걸고 있는 쾌적한 도시와는 정말 거리가 먼 얘기가 아닌지.

    이건 건물주인 / 시공업체 / 시청내지 구청 공무원간의 어떤 모종의 거래가 없으면 있을 수 없는 형태가 아닐지...이 모습이 크게는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 아닌지...국민을 상대로 대사기극과 삥(은어를 사용하여 죄송...)치는 모습은 양아치의 전형적인 모습인데...

    한국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10년내지 20년 뒤에는 10%의 부자들에게 나머지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볼모로 잡혀 가는 신노예 사회가 되지 않을지..걱정이 앞섭니다.

    윗 본문과 연관이 없는 얘기라면 결국 원인은 비슷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양해를 구합니다.

  8. BlogIcon 불닭 2008/09/25 2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나중에 사회생활하면 차 안쓸려구요. 힘들더라도 대중교통이용을 만힝 해야겟어요 ㅋ

  9. BlogIcon 컴파서블 2008/09/26 15: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들 중에도 사실은 틀린 것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10. 겨울숲속 2008/09/30 1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로운상식을 업그레이드시키네요. 천번만번 지당하신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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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에서도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을 올릴 수 있는가를 실험해보고 있는중입니다. 하하하 사진첨부도 가능하군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