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9일, 제주도로 출장을 갔습니다. 저로서는 세상 태어나서 처음 하는 제주도 나들이였습니다만, 제가 회의를 주관해야 하는 처지라 긴장만 잔뜩 됐고 감흥은 별로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출장을 가기 앞서 고3 아들 현석이를 깨웠습니다. 지금은 수능 시험을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입니다. 아침 6시 40분이었습니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씻고 아침 먹고 7시 30분까지 지각하지 않고 학교에 들어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현석은 잘 일어나지지가 않았습니다. 몸을 흔들어도 눈조차 잘 떨어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몇 차례 흔드는데, 현석이 잠꼬대를 하는지 무어라 중얼거렸습니다. 귀를 기울였더니 무슨 “4번, 4번” 그러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래 제가 “아들! 지금 시험 치는 거냐?” 그랬더니 이 친구가 눈도 뜨지 않은 채로 “음, 음” 이랬습니다.

지켜보던 저는 슬그머니 장난기가 일어나 “4번 아닌데, 정답은 1번인데.”, 이랬겠지요. 그러자 제 아들 녀석이 “몇 번 문제예요?”라며 눈을 번쩍 떴습니다.

아들이 안 되어 보였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잠자리에서조차 문제 풀이를 해야 하는, 꿈속에서조차 문제를 틀리면 깜짝 놀라야 하는 우리나라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보내 놓고 이것저것 집안 정리를 했지만, 9시 조금 덜 돼 공항버스를 타러 나갈 때까지 내내 못마땅한 마음은 가실 줄을 몰랐습니다.

10시 50분 부산공항(옛날에는 김해공항이라 했지만)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탈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더욱 깊어졌습니다.

제 아들 녀석은 미술대학에 진학하려 합니다. 그러니까 제 아들은 저녁 6시면 수업(사실은 문제 풀이)을 마치고 나오지만, 일반 학과 가려는 다른 고3 대부분은 밤 10시까지 학교에 잡혀 있어야 합니다.

제 아들은 수능도 이른바 언어.외국어.사회탐구만 하면 되지만 전체 성적을 신경써야 하는 다른 고3 대부분은 수학이라든지 하는 다른 과목 공부(사실은 문제 풀이)까지 해야 합니다.

부담이 덜 하달 수 있는 아들이 저 정도인데, 문제 풀이와 시험 강박에 훨씬 더 시달릴 수밖에 없는 다른 고3은 오죽하겠나 싶었습니다. 아들이 얘기해준 보선이라든지 친구 녀석들 처진 어깨와 졸리는 눈이 더욱 크게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리 마음먹었습니다. 오는 11월 13일 수능 시험이 끝나고 나면, 별 탈 없이 고3 괴로운 시절을 버텨준 보답으로 아들 녀석에게 술 한 잔 권해야 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아들 현석은, 이런 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학교 마치고 집에 잠시 들렀을 때 제게 ‘싱긋’ 웃어 주었습니다. 학교는 마쳤지만 미술학원 가야 하고 독서실서 공부하다가 새벽 2시 들어와 겨우 몸을 누이는 처지인데도 말입니다.

김훤주

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
카테고리 아동
지은이 문용포와 곶자왈 작은학교 아이? (소나무,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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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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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긴가민가 2008.10.11 1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드시겠지만 그래요 뭐 누구나 다 겪는거 아닙니까..앞으로 살아남으려면 이보다 더한 시련도 견뎌내야하는데..

  3. 윤정애 2008.10.11 1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아들도 고3입니다 아침마다 잠깨울때 참 안타까운마음 고3을둔 부모들은 다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겠어요 이제 한달밖에 남지않은시간 남은시간까지 최선을다해 11월 13일날 본인이 그동안 쌓은
    실력을 발휘해주길...그래서 좋은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고3 아들 딸들 화이팅~~~

  4. 그래도 2008.10.11 11: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드님은 아직 멀었어요. 수능 치고 10여년이 지나도 계속 시험 치는 악몽에 시달리는 게 한국 사람들입니다. 꿈속에서 공부 하나 안하고 시험쳐야 하는 악몽에 계속 시달린다고 생각해 보세요..제가 그래요 ㅜ.ㅡ

  5. CreativeFe 2008.10.11 1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험치는 꿈은 좋은 꿈이라던데..ㅋㅋ 사실 저도 수능보기 전에 시험보는 꿈 세번인가 꿨어요;;

  6. ㅋㅋ 2008.10.11 1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2살입니다. 고3때 아파서 일년쉬고 복학했었죠. 결국 고3을 두번했죠. 지금은 어였한 사장님이지만 복학해서 공부하는 꿈을 100번가까이 꾸고 아직도 가끔 꾼다면 믿으시겠습니까? ㅋㅋ 꿈꾸고 일어나면 몸이 힘들어요.ㅋㅋ

  7. 대학생 엄마 2008.10.11 1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둘 다, 지들이 알아서 대학 갔습니다.

    첫째는 군대 다니며 토익공부하다가 제대후 수시로 입학했고
    둘째는 대안고등학교도 안 맞는다고 중퇴하더니
    검정고시 학원다니다가 수시 집어넣고, 합격하더군요.
    첫째나 둘째나 모두 일류대학은 절대 아니지요.

    고3 스트레스... 평생의 독이 될 거 같아 모두 자기들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해주었습니다.
    부모는 세칭 일류대학을 나왔지만, 억압받지 않고, 스트레스 없이 자신의 길을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고
    믿었기에 아이들을 '일류대'로 몰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당당하고 보람있는 삶을 살기를 늘 바랄 뿐입니다.

    타인에게 억압받지 않고, 타인을 억압하지 않는 삶.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삶.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삶.

    그런 삶을 살기를 희망합니다.
    (현 정권은 '세상을 정복하고 홀로 우뚝 서는 인간'을 경쟁력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만...)

    그런 세상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습니다. 계속 찾아야겠지요.
    현석군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깃드시기를... ^^

  8. 강호동 2008.10.11 1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나이가 40인데도 아직도 가끔 옛날 고등학교시절 시험치는 그런 악몽을 꿉니다..
    그 꿈을 꾸고나면, 정신이 말이 아니죠..악몽도 그런악몽이 없답니다..
    압박과 억압의 최고조에 빠져있는 그런 고통,,아마도 격어보지 아니한분들은 모르실겁니다..

    저 아들도, 그러한 압박속에서 빨리 벗어나
    자유로운 세상삶을 사셨으면 좋겠네요..

  9. 이지혜 2008.10.11 11: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휴.... 너무공감되네요 저도 고2 이제 2달뒤면 고3이지만 ㅠㅠ
    정말 시험기간에는 자다가도 시험을 몇번씩이나보고
    시험망치는꿈에 밤새 괴로워하기 일수거든요
    이렇게 공부해서 대학가도 취직도 힘들다던데 불안하기만하고 너무힘들어요 ㅠㅠ
    제 자식이 공부할떄만큼은 이런환경이 아니길 바라는데 일이십년 사이에 바뀌기를 바라기엔
    이미 너무 도를 넘어서버린 교육현실이 아직 어린 저에게도 답답하네요

  10. 안타깝네요 2008.10.11 12: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수능을 한번 봤었는데
    수능본다고 그 고생이 끝나는건 아니죠
    전 수능공부는 즐기면서했는데
    원서쓰고 논술준비하고
    오히려 학교안가고 대학입학은확정안되니까
    스트레스는 몇배나 더 심해지더군요

  11. 미대진학을 희망한다면.. 2008.10.11 1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n서울, 그것도 홍국서 정도 바라보려면 정말 피가 바짝바짝 말라요.
    수능은 수능대로 1,2 뚫어야 하고... 실기는 실기대로 끌어올려야 하니... 어느 하나에 흔들려버리면
    다른하나까지 말려버리니, 외줄타기하는 심정이랄까요.
    아드님 입시,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12. J 2008.10.11 12: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대생입니다..

    꿈에서도 시험봅니다..

    공부하는사람은 평생 시험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거 같네요...

    어쩔수 없는거죠 뭐.. ㅡㅜ

  13. ㅠㅠ 2008.10.11 12: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술도 힘들어요ㅜㅜ
    다른 공부하는 친구들만큼요 어쩌면 더 할지도
    다른친구들이 공부할 때 미술을 병행하면서
    내신관리를 해야 하거든요 체력과 시간이 정말....
    이게 내 길이 맞는지 고민도 되구요

    • 김훤주 2008.10.11 20: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지요. 그런데 제 아들 현석이 다행인 것은, 그림을 그리면 즐겁고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점이랍니다. ㅎㅎㅎ

  14. 노랑가오리 2008.10.11 12: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멀쩡히 대학가서도 시험보는 꿈 꾸는데요? 고3아들 안쓰러운 엄마 맘이야 알겠지만 고3만 그런거 아니에요. 이건 뭐 우리나라 고3이라 유난히 힘든 케이스는 아님.

  15. 가을나무 2008.10.11 1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아들도 고3...안쓰럽지요.하지만 전 그런답니다. 평생에 공부하나만 걱정하고 공부만 할수있는 시간이 평생에 얼마나 있겠냐고...그냥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너무 집착 하지말라고...지금은 힘들지만 지나보면 이시간도 추억이라고...그러면 그냥 빙그레 웃지요.엄마들 마음엔 더 더 눈물나는 고3들 화이팅!!

  16. 다크엘라임 2008.10.11 13: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랑 반대네 난 시험보면서 이게 꿈일수도 있다라고 자주 되뇌였었는데...

  17. 참물셈 2008.10.11 1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1인아들이 공부안한다고 엄청 스트레스 주고 저도 스트레스받고 힘듭니다. 엄마인 저는 미리미리 공부하길 바라는데 아이는 아무생각이 없어요.. 시험기간 에 컴하고 있는 모습보고 있으려니 집에 들어가기싫어요.

  18. 유-브 2008.10.11 13: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입시 지옥이란 말이지..
    왜 저렇게 집착하느냐?
    수능 잘 치고 못치고에 따라서 앞으로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이 현실..

    같은 능력이라 해도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실력이 차이난다는 것..

    그것이 문제이니...일단 대학 간판은 무조건 좋은 것을 따고 보자는 심리가 아니겠느나?

    대학가기위해 저렇게 엄청 공부를 해대니..대학가서는 공부하기 싫어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니 받아들이는 수 밖에..

    그나마 위로가된다면 일본보다는 우리나라가 좀 낫다는 사실...ㄲㄲ

  19. 송현석 2008.10.11 1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름이 현석 이에요.
    곧있으면 저 또한 고3이 되는데 꿈에서까지 시험을 치다니.. 휴우 걱정이 물밀듯이 오네요.

  20. 양미성 2008.10.11 23: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도 서울에서 미대를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글을 읽고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저도 아드님과 같은 입시를 치뤘고 지금 갓 대학을 들어온 신입생으로 참 나름 힘든입시를 치뤘거든요..
    저도 지방 출신인지라 서울로 미대를 오는게 쉬운 일은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큰 지지와 응원과 기도 속에 이렇게 대학에 들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아드님께도 정말 노력한 만큼의 좋은 결과가 있을거예요 그리고 저도 모든 미술계의 후배들을 응원하겠습니다. 아드님도 좋은 결과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 ^ 미술계의 먼저 온 사람으로서요
    정말 힘내세요 ~^ ^

  21. 슬기 2008.10.12 0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미대지망생이에요
    미술한다는게 생각보다 쉽지않은것같아요
    대학에선 수학과학을 보지않아서 준비하지않으면
    뭔가 시험보고 점수보면 허탈해서 친구들 점수 잘나온거 보면
    수학과학도 해야하는 압박감같은것도 들기도해요ㅜㅜ
    입시란 학생에게 제일 큰 난관인것같아요
    화이팅

    • 김훤주 2008.10.12 00: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힘냅시다. 입시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한편 적응하면서 한편 넘어서는 대안을 만들어야겠지요.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