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경남도당 홈페이지에서,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 타는 문제로 조그맣게 논쟁이 붙은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궁금증이 일어서 한 번 들어가 봤습니다.

저는 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반환경적 시설물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일도양단하면 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여영국 사무처장이 8월 25일 쓴 ‘지금 도당은’입니다. 여기에 이런저런 댓글이 붙어 있었습니다. 해당 부분만 들어내어 가져왔습니다.

“이번 주 29일에는 도당 5차 운영위원회가 열립니다. 지역 당원 간담회, 당원 협의회 및 분회구성사업과 더불어 9월 28일 당원단합대회를 포함한 9월 사업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오늘 아침 집행위 회의에서 9월 28일 당원단합대회는 통영 미륵산 등반 계획을 운영위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반대해 왔던 케이블카를 이용한다는 찜찜함이 있지만 장애인 당원도 함께 참여할수 있는 등반이라 생각하여 안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혹시 당원동지들의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29일전에 게시판이나 전화로 의견을 주시면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튿날 붙은 댓글입니다. “말 많고 탈 많은 미륵산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당원단합대회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지만 당의 이름을 건 행사에 그동안 반대해 온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은 상상이 안 되네요.”

“저도 동감입니다.”라는 댓글이 같은 날 달렸고 다음날에는 “당원 두 분 말씀에 공감은 하는데, 문제는 케이블카를 이용하지 않으면 장애인 동지들과 함께 산에 오를 수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아예 등산이 아닌 다른 걸 하면 되겠지만, 등산이 제일 부담이 없거니와 장애인 동지들의 경우 평생 가도 산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생각해본 건데, 장애인 동지들만 케이블카를 타고 나머지 분들은 걸어서 오르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싶네요.”라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이것은 아마 여 처장이 단 답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논란이 사그라들지는 않았습니다.
“비장애인으로서 이런 문제에 부딪히면 정말 난감하고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관광용으로 설치된 미륵산 케이블카를 장애인 동지든 비장애인 동지든 진보신당 이름으로 이용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게다가 미륵산 케이블카는 얼마나 부실한 케이블카입니까! 고장 나서 사람들이 몇 시간씩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는 이야기도 두 번이나 들은 것 같습니다.
지금 개발 정책에 편승한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허가가 났다고 합니다. 이거 심각한 환경파괴가 명백한데 진보신당은 어떻게 반대하려고 하십니까? 얼음골 케이블카는 시작일 뿐일 겁니다.
어제 진주지역 모임에서 도당 단합대회 이야기가 잠깐 나왔습니다. 어제 모였던 분들은 모두 케이블카 이용을 반대했구요. 차라리 노고단을 가자, 거기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같이 오를 수 있다, 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왜 산 정상에만 오르려고 하나? 길을 산 정상으로만 뚫어 놓아 산 속 마을과 마을을 잇는 숲길이 다 사라졌다. 그 숲길을 복원하는 모임도 있으니 차라리 그 숲길을 찾아가자, 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참고해 주세요.”

또 “윗분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하는 찬성 댓글에 달렸고 이어 자신을 ‘비당원’이라 밝힌 한 사람은 ‘동감’에 반대하는 댓글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논쟁을 하시면 장애인들 기분 드러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노고단 도로는 환경파괴 아닌가요? 숲길 가보셨나요? 휠체어 절대 못갑니다. 보도블럭 잘못 깔린 인도도 휠체어 다니기 힘듭니다. 거기는 두 발 성한 사람들의 트래킹 코스입니다. 논쟁을 하시더라도 장애인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감내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장애는 사회적 차별입니다.”

이런 가운데 여영국 처장이 다시 ‘지금 도당은’을 올렸습니다. 9월 2일입니다. 행사 계획을 바꿨다는 내용입니다.
 
“9월 28일 당원 단합대회 장소는 섬진강변 체육공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8월 29일 도당 운영위원회에서 반환경시설로 반대해온 케이블카를 이용하는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장소를 변경하고 행사내용도 체육행사 중심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논란은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제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합니다.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했으면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나서도 죽을 때까지 평생 케이블카를 타면 안 되는 것인지요?

게다가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듯이, 일부러 타겠다는 얘기도 아니거든요. 그냥은 산에 오를 수 없는 장애인 당원과 함께하기 위해서인데 이렇게 순결주의식으로 나가면 어떻게 하나 이런 생각을 저는 합니다요.

저는 고속철도의 천성산 터널 관통을 반대했지만 지금은 케이티엑스를 잘도 타고 다닙니다요. 이것은 농담이 아니고요, 아마도 천성산 산지기 지율스님도 아마 그러리라 저는 생각합니다만. 스님은 글에서 그리 할 수밖에 없으리라 밝히기도 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궁금증이 하나 더 생기네요. 이 글 읽으시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미리 밝히지만 진보신당에 흠집이나 내려고 이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저 또한 당적을 진보신당에 두고 있습니다. 물론 이 당적은, 제가 노조 전임을 하는 동안만 유지되겠지만 말입니다.(경남도민일보 구성원들이 윤리 강령에서 기자의 당적 보유를 스스로 금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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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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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비 2008.10.16 1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옳은 지적입니다. 나도 사실은 미륵산 한 번 가보고 싶었었거든요. 그런데 나는 그 논쟁에는 끼어들지 않았었습니다. 좀 비겁했던거죠. '환경이냐, 장애인이냐' 식이 돼 버리니까 그냥 입다물고 있는 게 낫겠다가 된 거지요.
    우리가 백이숙제 처럼 수양산 고사리만 캐먹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인데...

  2. 오비이락 2008.10.16 1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적 허영이다. 자기만족을 위한 마스터베이션밖에 안 된다. 아직은 많이 멀었다.

    • 김훤주 2008.10.16 13: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보신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이른바 좌파 정당들이 아직 소부르주아적 성격을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한 방증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3. 상큼한 김선생 2008.10.16 1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진보신당 당원입니다. 진주지역 모임에서 저 이야기 할 때, 저도 있었는데 그냥 반대만 한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케이블카 이용을 두고 말이 많았는데, 누가 끝까지 반대했다고 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이야기를 한다고 환경문제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때 어떤 장애인 분이 맞다며 장애인은 장애인대로 이동권을 주장하고, 환경문제 제기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이 나오고 거기 있던 사람들 중 케이블카를 반대했던 분들이 수긍한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친환경적으로 환경에 피해를 덜 주고 케이블카를 만들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었습니다. 그냥 순결주의적으로 간 것은 아닌데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케이블카 타는 것 자체를 완전히 반대한 것도 아닌데…
    당 홈페이지는 맥에서 글을 못 써서 아예 안 들어가는 입장이라 그런 게 있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때 저는 어딜 가든 못 갈 상황이라 조용히 앉아 있기만 했지요;;

    • 김훤주 2008.10.16 14: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선생님. 장애인 이동권이냐 환경이냐 이런 구도는 걸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저는,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을 보면, 설치 반대한 케이블카를 어떻게 진보신당 이름을 걸고 하는 행사에서 탈 수 있겠느냐 하는 문맥으로 읽히는데 이런 태도가 과연 맞느냐 하고 문제 제기를 했을 뿐입니다요.
      좀 길게 토론 또는 논쟁을 할 수도 있겠는데요. 즐겁게 말입니다. 지금 바빠 일단 여기까지 하고 나갑니다. 용서하시길......

  4. deutsch 2008.10.17 0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래 문제제기는 진보신당이라서가 아니라, 당 입장에서 줄곧 반대해온 것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했던 것 같군요. 이는 진보신당 경남도당의 당론(?)을 "장애인 이동권"을 빌미로 뒤집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원칙을 하루 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결과 또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그렇고 그런 놈들, 등의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는 문제라 보여집니다. 꼭 순혈주의로만 보기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꼭 우익이 좌파를 비난할때 쓰는 20년이 다 되가는 레퍼토리인 "반미 외치는 것들이 나이키 신발 신냐"와 같은 유치한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겠습니다.

  5. 다단계 2008.10.17 1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잼 있는 일이 있었군요. 저는 이게 순결주의나 도그마로 보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산리츠카 투쟁 이후 나리타 공항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꽤나 완고한 사람들이지요. 뭐 채식주의자들 중에서도 베간이라는 친구들은 우유나 달걀이나 GMO 콩, 옥수수는 먹지를 않습니다. 그럼 채식주의자들이 다 그러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프리건이라고 해서 자신이 채식 생활을 유지할 경제적인 여유가 없거나 타인에게 초대를 받는 경우 육식을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지켜야하는 가치들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해결을 할 것 인가? 혹은 어떻게 절충할 것인가가 사실 중요한 거라고 생각합니다만...의외로 싱겁게(?) 끝나버려서 아쉽습니다. 원칙적인 가부의 결정이 아니라 여러가지 대안이나 제안이나 아이디어나 기획이 나와야 좀 더 진보신당 다운 거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장애인분들에게 양해만 구하고 일정이나 계획은 바꿀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논쟁의 방향성으로만 봤을 때는 의미 없는 논쟁입니다. 솔직히 도로가 나있는 산을 오르는 게 환경적인 건가요? 체육행사 중심으로 하는 단합 대회가 장애인들에 대한 고려로 받아 들여야 하나요? 담에는 좀 더 잼있는 논쟁으로 찾아 뵈었으면 합니다.

    아직 저는 KTX를 안 탑니다. 제가 급박하게 움직일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조금만 부지런하면 되는 것이라 안 탈 수 있을 떄 쭉 안 타려구요. 사실 한 번도 안타서 왜 안 타는 지 이유도 까먹었습니다.

    • 김훤주 2008.10.17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정말 소중한 의견을 주셨습니다. 선생님 쓰신 글에 힘입어 제가 말씀드린 얘기의 지평을 조금 넓혀 보겠습니다.
      타야 한다/타지 않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대립 짝을 짓지 말자는 것입니다. 탈 수도 있다/타지 않을 수도 있다, 는 식으로 다가가 보자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타지 않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타는 모든 사람들은 나쁜 사람입니다. 그 사람들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셈이 됩니다.
      그런데 "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점에 서면 타는 모든 사람들을 나쁘게 볼 수가 없습니다. 타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까닭이 있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 있으리라 인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냥 나는 하지 않겠다, 아니면 나는 하겠다, 이렇게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리고 당에다 얘기할 때에도 우리 이렇게 하자 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면 좋고 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만이고 하는 그런 것이지 않을까요? 합당한 절차를 거치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저는 참 상쾌합니다. 이렇게 토론이 이어지리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요.